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235966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6-06-24
책 소개
목차
윗집 부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쩐지 기운이 빠져 소파에 힘없이 앉았다. 정적을 피하고자 텔레비전을 켰다. 몇 년 전부터 정적이 끔찍이 싫어졌다. 갑작스레 닥친 변화였다. 은퇴 후 청소를 거쳐 아파트 경비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1년이, 아니 2년이 지난 후부터였다. 어린 딸아들에게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혼을 내던 젊은 아빠는 사라지고, 정적 속에 혼자 놓이면 어쩔 줄 몰라 하는 늙은 아빠만 남은 것이다.
나이 든 남자들은 자신이 정말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기에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젊은 사람들에겐 그런 얼토당토않은 믿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럼 걔넨 왜 그러는 건데?” 경직이 묻자 항구가 대답했다. 세상의 중심은 늘 다른 이들 차지가 되리라는 걸 알기에 그런 것 같다고. 너무 일찍 알게 된 자신의 위치가 그들을 드세게 만드는 것 같다고.
동지애를 발판 삼아 만나오던 어느 날, 가을은 서울에서의 삶을 턱걸이에 비유했다.
“턱걸이를 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팔 힘은 점점 빠지고 몸은 부들부들 떨리는데 끝까지, 끝까지 버티는 거예요. 사실 지금도 턱걸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버티려는 거니까.”
봄은 철봉에 턱을 걸어보지도 못하고 떨어지는 자기 모습을 상상했다. 턱걸이는 자신에게 맞는 비유가 아니었다. 그래서 다른 비유를 찾아보았다. 그래, 철봉 매달리기. 턱걸이와 달리 철봉 매달리기엔 나름의 여지가 있었다. 악력과 팔 힘으로만 버티기 힘들면 다리를 걸어 버텨도 됐다. 여차하면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모아 겨드랑이를 거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턱걸이와 철봉 매달리기 모두 결국엔 추락이란 결과를 맞는 일이었다. 봄은 구조조정 대상자가 됐을 때 자신은 철봉에 매달리자마자 몇 초 버티지 못하고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곧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오래전부터 다리와 겨드랑이까지 걸고 버티다 떨어진 것이라고. 그렇게 살고 있던 것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