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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바람의 소리가 들려](/img_thumb2/9791193289495.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3289495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5-05-26
책 소개
목차
1 그들이 돌아왔다
2 밥 굶는 전학생
3 꼬마 삼총사
4 동굴 속에 피어난 첫사랑
5 사랑을 느낄 때
6 들불 야학 사람들
7 군인이 되다
8 늦가을의 귀향
9 위태로운 섬
10 다 빨갱이들이야!
11 준규가 사라졌다
12 숨죽여 우는 밤
13 비극은 비극을 낳고
14 복수의 다짐
15 슬픈 모험 놀이
16 돌아온 준규와 낯선 청년
17 그날의 진실
18 흩날리는 꽃잎들
19 목각 인형 세 친구
에필로그 동백꽃 필 무렵
작가의 말
제주 4·3 주요 일지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밤보다 더 까만 공포가 밀려왔다. 옥희가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 어떻게 해. 나 무섭단 말야.”
“야, 울지 마. 울긴 왜 울어. 밖으로 나가면 되지.”
그렇게 말하는 수혁의 목소리도 떨렸다. 준규가 엉겁결에 옥희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옥희의 귓가에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 내가 지켜줄게.”
참 이상한 일이었다. 준규의 말에 옥희의 가슴이 콩닥거리며 마음에 꽃물이 번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가슴이 뛰기는 준규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마을에선 밤새 숨죽인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넋 나간 얼굴로 밤을 지새운 우혁은 날이 희부옇게 밝아오자마자 국민학교 앞으로 달려갔다. 이미 많은 사람이 나와 서성이고 있었다. 살아 남은 사람들은 널브러져 있는 수백 구의 시신 앞에 넋을 잃고 주저앉았다. 여기저기 통곡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말숙이의 시신 앞 에서 우혁은 울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문 채로 말없이 말숙이네 가족 시신을 하나하나 정성껏 수습했다. 뒷산 햇살 잘 드는 중턱에 말숙이 가족의 가매장을 끝낸 것은 어스름이 내릴 무렵이었다. 그 제야 우혁이 허물어지듯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선두에 권총을 찬 인민복 차림의 청년이 보였다. 얼음장 같은 눈길에 표정이 없는 춘삼이었다. 그 옆을 준규가 마치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었다. 몇몇 젊은 무장대원이 주위를 날카롭게 살피며 경호하듯 춘삼을 에워쌌다. 달빛만이 감싸안은 적막한 마을로 들어선 무장대는 몇 개 조로 나누어 흩어졌다. 개들이 요란하게 짖기 시작했고 이집 저집의 창에 호롱불이 들어왔다. 한 무리의 무 장대가 나무짝으로 만든 대문을 부서져라 걷어찼다. 마을 이장의 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