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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612064
· 쪽수 : 355쪽
· 출판일 : 2024-10-30
책 소개
목차
1. 내 삶은 한 편의 시다 _ 7
2. 네일, 맑음 _ 51
3. 동거 _ 141
4. 두 번째 가족여행 _ 163
5. 변명 _193
6. 수선화_꽃말, 자기애 _ 257
7. 정숙한 여인의 고백 _ 327
저자소개
책속에서
군다나 읍에 사는 남동생 내외는 국제결혼을 한 막내딸 덕에 매년 해외여행을 가고 올케는 갔다 올 때마다 선물이라며 이것저것 사 와서 현자 씨의 염장을 찔렀다. 밥이 맛이 있느니 없느니, 비행기 멀미가 나느니 마느니, 시찬지 뭔지 때문에 힘드네! 마네…….
자랑질도 작작 해야지. 웃으며 듣고는 있지만, 표정 관리가 잘 안 되었다. 잘난 자식 덕분에 해외여행 가는 건데 자기가 잘나서 간 줄 아니, 그렇다고 이런 이야기를 우리 애들에게 전하면 당장 다녀오라고는 하지만 경비가 한두 푼 드는 게 아닌 걸 안다. 일 년 농사한 돈을 고스란히 쏟아부어야 한다는데 마음먹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속이 상한 건 또 사실이었다.
올해는 유럽으로 성지순례를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현자 씨는 무슨일이 있어도 꼭 따라가리라 마음먹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배당 앞쪽에서 가방을 챙기다 말고 목사님 옆으로 살그머니 다가가 현자 씨 나이가 많아 걱정된다는 조합장댁 말에 부아가 치밀었다.
‘내가 저보다 두어 살 많지만 내가 더 팔팔한데 무슨 소린지…. 저는 맨날 아프다고 앓는 소리나 하면서. 그리고 나이 칠십이 뭐가 많아. 나는 자전거 타고 동네방네 안 가는 곳 없이 가는데 별 시답잖은 소릴 다하고 있네.’
오늘부터 1일이다. 드디어 오늘 노여사는 네일숍을 연다.
순백의 색감을 살린 출입문의 상단은 투명유리로 내부가 잘 보이지만 하단은 우아한 곡선을 살린 몰딩 불투명 유리에 짙은 색 고딕체로 open과 close 시간이 적혀있다. 그리고 외부의 전체 색감은 순백으로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출입문 열고 가게에 들어가면 다시 색감은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주는 베이지 톤이다. 네일 바는 상아색 테이블에 상판은 인조대리석이 깔려있고 그 뒤쪽에 설치된 매립형 컬러장에 노 여사가 평소 보물처럼 모은 매니큐어와 각종 용품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다. 안쪽은 페디를 위한 숨은 공간이다. 입구 반대쪽은 대기자를 위해 작은 카페를 만들었다. 시집과 소설책 그리고 패션잡지가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꽂이는 북카페 분위를 물씬 풍기며 손님 맞을 준비를 끝냈고, 카페 싱크대 위에 박 여사 언니의 고명딸 진주가 사준 커피머신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다.
몇 주 전 노 여사의 쉰여섯 번째 생일을 맞아 멀리 부산에 사는 딸이 손녀를 데리고 왔었다.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민재가 엄마 생신에 맞추어 실내공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는데, 죄송해요. 요즘 부산에도 새로 개업하는 가게가 많아 정신없어요.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네요.”
“안 그래도 전화 왔더라. 우리야 바쁜 게 뭐 있니? 천천히 해도 되지 뭐. 그 식당은 여전히 그렇게 가맹점이 늘어나니? 나도 너희 식당 가맹점이나 할 걸 그랬어. 호호호.”
“엄마, 무슨 그런 말씀을…… 식당이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특히나 우리 식당은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신경 쓸 것이 많은데…… 저 봐요. 딱 손끊고 식당 일에는 아무 관여도 하지 않는 거. 엄마는 이 가게가 엄마다워요.”
“하긴 네 말도 맞지. 내가 식당 일을 뭐 알겠니? 그런데 가게가 저렇게 너무 밋밋해도 되나? 지난번에 창 가림막 사이로 살짝 들여다보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차분해. 물론 서 서방이 알아서 하겠지만.”
“엄마 걱정하지 말아요. 민재가 어련히 잘 알아서 하려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완공해서 짠~ 하고 보여줄 거예요.”
삼식이는 노 여사가 남편을 부르는 별명이다. 삼식이는 통진읍사무소 산림과에 다니며 출세에 대한 아무런 의욕이 없는 만년 공무원으로 세상 편하게 살고 있다. 집도 읍사무소 근처라 삼시세끼를 다 집에서 해결한다. 아침은 꼭 먹고 출근하고 점심시간에도 집에 와서 점심 먹고 낮잠을 자다가 머리에 까치집을 지었는지도 모르고 허겁지겁 사무실로 돌아간다. 그리고 오후 6시 10분 손에는 생막걸리 한 병을 담은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현관문으로 들어와 식탁 위에 털썩 던져놓는다. 노 여사는 그 꼴이 너무 보기 싫다. 젊었을 때는 함께 여행도 가고 사근사근한 성격이었는데 어찌 저리 고약해졌는지. 언젠가부터 자신이 만든 등산동호회와 함께 전국에 있는 모든 산을 오르고 있다. 순전히 등산동호회 때문에 휴대전화를 하나 더 개통해서 매주 함께 갈 동호인을 모으고 관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 정성이면 진작에 김포시청에서 한자리했을 것인데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본인은 통진에 있는 것이 너무 좋단다.
시부모는 강화도 사람이라 아들 공부시키기 위해 이주한 것이 겨우 강화대교 건너 이곳 통진이다. 그래서 본인은 여기서 살다가 정년퇴직하면 강화로 넘어가 그곳에서 농사지으며 살 것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 아마도 그렇게 될 것 같다. 하지만 노 여사는 강화로 갈 생각이 절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