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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목회/신학 > 신학일반
· ISBN : 9791193794937
· 쪽수 : 472쪽
· 출판일 : 2024-12-05
책 소개
목차
1. 인문주의
2. 종교개혁
3. 은총
4. 종이 된다는 것
5. 주어진 것
6. 각성
7. 쇠퇴
8. 두려움
9. 증거
10. 기억
11. 가치
12. 형이상학
13. 신학
14. 경험
15. 아담의 아들, 사람의 아들
16. 한계
17. 현실주의
책속에서
문화에 대한 비관주의는 언제나 등장했다. 아마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런 비관주의에 빠질 근거도 있기는 하나, 대체로 비관주의는 이 세계가, 우리 인간이 품고 있는 이상, 가능성을 깎아내린다. 때로 비관주의는 더욱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와서, 심각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끔찍한 해결책에 골몰하는, 집단적인 혼란 상태를 조장한다. 어떤 문화 속에서, 혹은 시대를 살아가며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가 있다면, 그건 비관주의가 힘을 발휘할 때다.
이른바 문화 충돌, 대치가 일어난 결과 '그리스도교인'이라는 말은 '어떤 윤리와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기보다는 '인구통계 상 특정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 되어 버렸다. 두 말이 완전히 다르다면 그건 과장이겠지만, 양립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옛 그리스도교 세계 전반에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지극히 세속적인 사람들이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라는 이름을 내걸고 내전을 벌이고 있다. 이름만 '그리스도교인'인 이들이 자신의 문화와 문명을 수호한다는 명분을 걸어 무슬림과 대립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른바 그리스도교 세계가 이슬람 세계보다 더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그건 이슬람교 때문이 아니다. 그건 그 세계에 속한 이들이, 자신이 더는 믿지 않는 신념 체계에 기반을 둔 문화와 문명을 수호하려 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부족주의가 얼마나 커다란 유혹인지를 수많은 사례를 통해 알려 준다. '나'와 '너'를 가르는 선을 분명하게 그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일 때, 사람들은 그 선을 중시하고, 그 선이 흐릿해지거나 지워지면 흥분하고, 분노한다. 그런 식으로 인류는 '나', 혹은 '우리'와 다른 누군가를 탄압하고 해쳤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이를 망각하고 미친 짓을 반복한다.
신앙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로, 인간의 의식이라는 무대에서 때로는 이상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변형되기도 하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본질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이는 종교가 늘 비판적 검토가 필요함을 뜻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이 신앙에 덧붙이거나 신앙을 왜곡한 것들을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개혁 과정에서도 우리는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겸손히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에 종교에 대한 비판이 종교를 완전히 부정하는 데까지는 나아갈 수는 없다. 종교의 핵심은 한 사람의 고유한 영혼이 자비로운 하느님과 만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느님의 은총이다. 이 은총은 너무나 크고, 너무나 깊어서, 우리 인간이 그 옳고 그름을 따지기란 불가능하다. 우리가 누구의 신앙 방식이 맞는지, 누구의 깨달음이 틀린 지를 열심히 따진다 하더라도 자비로운 하느님의 시선에는 그 일이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