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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4028017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4-05-17
책 소개
목차
하얀색에 둘러싸인 날
알록달록한 날들의 기억
악취가 진동하던 까만 날
장밋빛 인생
황금빛 가면의 남자
빨간 웅덩이
연보라색 레이스 덮개
에메랄드빛 탄산음료
온통 회색뿐
색깔 없는 밤
나가는 말
리뷰
책속에서
하얀색에 둘러싸인 날
나는 간호사가 떠나기 전, 피로가 가득 배인 두 눈에 어린 동정심을 읽었다. 그 눈빛이 왜 이렇게 기분 나쁜 걸까? 내가 왜 저 사람의 생각을 신경 쓰는 거지?
나는 한숨을 쉬며 의자 안쪽 깊숙이 몸을 웅크렸다. 이제 저런 시선에 익숙해져야겠지. 어차피 사람들은 다 저런 눈으로 나를 볼 테니까.
나는 더 이상 ‘리라 고티에’가 아니다.
‘맞고 사는 여자의 딸’이다.
알록달록한 날들의 기억
엄마는 강했다. 나보다 몇십억 배는 강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새삼 놀라웠다. 엄마는 어마어마한 고통 속에서도 내게 늘 웃어 보였다. 몹시 불행한 상황에서도 내게 용기를 전해 주기 위해 애써 미소를 지었다.
‘맞고 사는 여자’는 무조건 약한 존재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는 그렇게 말하지 못하게 해 줄 거다. 나 역시 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참이다. 무너지고 또 무너져도, 살아남기 위해 계속해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자신의 피가 흥건한 바닥에서 기어 나올 수 있는 사람이…….
악취가 진동하던 까만 날
물론 아빠는 끓어오르는 자기 감정을 어찌할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나누어 밖으로 내보’낸다는 말 역시 맞지는 않았다. 엄마 말고 아빠의 욕설과 폭력을 거두어들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내가 아빠의 폭력에 휩쓸릴 상황에 놓일 때마다 엄마가 나서서 방패가 되어 주었다. 내게 엄마는 피난처와도 같았다.
그런데 나는 엄마 혼자 그 모든 걸 감당하도록 내버려둔 채 도망쳤다. 동생들을 보호한다는 구실을 내세우고는 잽싸게 숨어 버렸다. 나는 항상 좋은 누나가 되려고 노력했지만, 엄마에게는 나쁜 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