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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94345015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4-10-28
책 소개
목차
지은이의 말
로봇의 눈물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할머니의 시계
동물들의 숲속 잔치
바다로 날아간 까마귀
핸드폰 블랙홀
책속에서
엄마가 은수야, 라고 불렀어요.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가 골치 아픈데 잘 됐다 싶어 나는 방에서 뛰쳐나왔어요. 내 옆에서 자고 있던 초롱이도 눈을 번쩍 뜨며 따라 나왔어요. 그토록 갖고 싶었던 최신 아이봇을 드디어 나도 갖게 되었어요. 친구들 사이에서 기가 죽을까봐 아이봇을 사주기는 하셨지만, 여전히 엄마는 팔짱을 낀 채 심드렁하셨어요.
“전에는 동생 대신에 강아지 사달라고 난리를 치더니 말이야.”
혀를 쯧쯧쯧 하시더니 엄마는 눈을 흘기며 말했어요.
“이제 아이봇까지 사줬으니 공부 열심히 해야 해!”
나는 신이 나서 우렁차게 예, 라고 대답했어요. 초롱이는 움직이는 쇳덩어리가 겁이 나는지 계속 짖어댔어요. 나는 벙글벙글 웃으며 로봇을 이리저리 만져보기도 하고 몸을 두드려보기도 했어요. 로봇 조작법을 가르쳐주시는 아빠 말씀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어요.
“이 아이봇도 핸드폰처럼 충전을 시켜야 된단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아빠!”
난 벌써 아이봇의 손을 잡고 내 방으로 반쯤 들어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윤활유도 수시로 넣어줘야 돼.”
난 고개를 배딱 내밀고 물었어요.
“엥? 아빠, 그게 뭔데요?”
“윤활유는 기계가 부드럽게 돌아가게 하는 기름이야. 로봇도 기계니까 말이야.”
아빠 말씀으로는 아이봇은 인공지능까지 갖추고 있어서 혼자 공부도 할 수 있고 사람처럼 생각까지 할 수 있다지 뭐예요.
내 뒤를 따라 들어오려다 쫓겨난 초롱이는 방밖에서 계속 왕왕 짖어댔어요. 아무래도 초롱이는 아이봇에게 샘이 났나 봐요.
나는 진즉에 내 로봇의 이름을 강철이라고 정해놓았어요. 늘 뻐기면서 자기 로봇을 자랑하는 승호의 콧대를 강철 같은 힘으로 꽝 눌러버리고 싶었거든요.
“나는 너의 주인 은수다. 너는 오늘부터 나의 부하 강철이야. 알겠냐?”
“예! 은수님!”
“그래! 너는 머리가 좋다고 하니 지금부터 시험을 해보겠다.”
“예! 은수님!”
강철이가 나를 주인으로 모시는 것을 보니, 나는 마치 마술램프를 가진 알라딘이라도 된 기분이었어요.
“쉬운 말이니까 잘 듣고 따라해 봐! 나는 은수를 사랑합니다.”
강철이는 머리 위에 달린 안테나에서 삐삐삐 소리를 내더니 내 말을 따라했어요.
“나는 은수를 사랑합니다.”
“우하하하! 잘했어, 잘했어!”
나는 야호, 하면서 주먹을 허공에 날렸어요. 내일 학교에서 강철이를 자랑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예전에 초롱이를 샀을 때와 같은 마음이었어요. 밖에서는 초롱이가 여전히 내 방 문을 긁어대면서 왕왕 짖어댔어요.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났어요. 새벽에는 두 번이나 깨어났어요. 강철이를 자랑할 생각에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잤지 뭐예요. 엄마가 차려주신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나는 학교로 내달렸어요. 집 근처 공사장이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엄마의 말은 한쪽 귀로 흘려버렸어요. 공사장 주변에는 건축 자재들이 많이 쌓여있는데도 강철이는 풀쩍풀쩍 뛰며 잘도 따라왔어요.
강철이와 함께 교실로 들어서니 반 친구들이 와아, 하고 소리쳤어요. 나는 강철이를 교실 뒤에 세워놓고 으스대면서 자리에 앉았어요. 교실 뒤에는 우리 로봇들을 세워놓는 거치대가 있어요.
수업시간에 몰래 게임을 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핸드폰을 학교에 더 이상 가져올 수 없게 되었지만, 로봇은 허락이 되었어요. 수업내용을 잘 알아듣는 인공지능 로봇이라 우리가 로봇에게 배울 수 있다는 거예요.
우리들이 문제를 잘 못 풀면, 선생님께서 로봇들에게 답을 물어보기도 하셨어요. 강철이는 최신 아이봇이라 어떤 문제도 잘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어요. 구식 아이봇을 가진 반 친구들은 수업시간 중에도 자꾸 강철이를 돌아보았어요.
첫 수업은 수학 시간이었어요. 분수의 개념을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분수와 곱셈이 들어간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셨어요. 다들 고개만 숙이고 있었는데 답답하신 선생님께서 답을 아는 로봇이 있느냐고 물었어요. 선생님 말씀이 끝나자마자 강철이는 삐삐삐 소리를 내면서 손을 번쩍 들었어요.
“은수님의 로봇 강철입니다. 답은 25입니다.”
“정답이야. 은수는 집에서 강철이에게 좀 배우도록 해라!”
반 친구들이 모두 와, 하며 나를 바라보았어요. 우쭐해하며 뒤돌아보니 승호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어요. 여태까지는 승호의 로봇이 가장 먼저 문제를 풀었었거든요. 쉬는 시간이 되자 친구들이 강철이를 만지기도 하고 가슴판을 열어서 회로를 들여다보곤 했어요. (…)
―「로봇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