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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예술/대중문화의 이해 > 예술 통사/역사 속의 예술
· ISBN : 9791194442134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25-03-20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5
1장 인사동 고미술 비화 13
가품 추사 대련의 비싼 수업료|현존 최고본 경국대전|젊은 자하의 석죽도|다산의 사랑과 하피첩|다산의 강진 유배 시절 편지|쥐의 수염으로 만든 붓, 서수필|헌종 임금의 보소당인존|김시습의 매월당집 희귀본|세계 유일본, 김상숙의 도상주역|대나무 지팡이와 배와의 죽장첩|서명균의 소고서첩|가장 기억에 남는 장서가, 김동욱 선생|김상옥 시인의 수석유향지도|물각유주, 완물상지|규장각 서리 장홍식 이력서|박종선의 능양시집|우리 역사 최초의 연극 대본책, 동상연의|다석 유영모의 위트 있는 과학책, 메트르
2장 추사와의 대화 89
추사 작품의 가격|세 가지 유물 이야기- 소영은, 복초재시집, 죽재·화서 대련|학예일치, 추사의 예서|제주 유배 시절 편지|강상 시절 간찰 속 완벽한 추사체|봉래각 현판 탁본 글씨|북청 시대 글씨의 백미, 진흥북수고경|친구를 위해 쓴 전당시서서|눌인 조광진과 강산여화|학문적 예단의 미사, 권돈인의 이재시축|추사 수택본 용대별집
3장 구로도무끼 145
연안이씨 가문의 양교영매첩|영원히 전해질 보배, 자수 십장생도|진재 김윤겸의 산수화, 농수정|표암 강세황의 마음쉼터, 고사한거도|미법필의로 그린 초여름, 현재 심사정의 수묵산수|노천 방윤명 화첩|어쩌면 김홍도의 청화, 팔괘매화연적|황산 김유근의 괴석도|망국의 팔능거사, 석재 서병오의 그림|하곡거사의 한거첩|야사와 정사 사이, 유하계마도|16세기 조선의 기념사진, 통례원계회도|잊혀진 우리 문화, 순장바둑
4장 잘 쓴 글씨와 좋은 글씨 199
만해수연첩의 한용운 즉흥 시와 글씨|위당 정인보 선생의 작은 글씨|입지전적 인물 한호의 석봉서|옛 선비들의 의리와 정, 남창잡고|4대의 이야기, 문목공 시한첩|사명대사의 날카로운 필획|좋은 글씨의 표상, 안중근 의사의 세심대|살아남은 자의 슬픔, 오준의 죽남서첩|확증 편향을 넘어 감별하기, 자하 대련|필결의 이론가 이서의 옥동서첩|윤순의 모든 글씨, 백하서첩|삼당시인 백광훈의 편지|원필의 대가 봉래 양사언의 목판서첩|한글 글씨를 발전시킨 여인들의 봉서|구당 유길준의 고뇌가 담긴 자작시
예술성만큼 중요한 내용, 일중 김충현 글씨|정조가 직접 쓴 이순신 신도비문의 탁본첩
5장 우리가 옛것을 좋아하는 이유 275
청음과 지천|조선 후기 문상 기록, 조객록|우정의 노래, 관서악부|조선 최초 골동품 수집가 김광수의 자찬묘지명|책 읽는 지식인 이덕무와 명시별재집|운양 김윤식의 시 한 수|한역 육법전서 초고와 독립운동 열사의 마음|자랑스러운 역사가, 단재 신채호의 을지문덕 전기|비범한 범인 김범부 초상
6장 사료의 진정한 힘 317
14세기 은니사경, 대방광불화엄경 권 제49|송준길 한글 편지 서첩|보이지 않는 인연, 자하의 아안사군수시|가장 좋은 조선 시대 목판본 책, 완구유집|임진왜란 이전의 귀한 시첩, 송계시권|조선 후기의 매화 유행, 동계매첩|석애 기행시집 속 사람 이야기|전별시문집 암연첩|전주최씨 지천가 서첩|십칠가해주금강경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고미술품을 처음 수집하기 시작하는 사람에게 세 가지를 말한다. 첫째, 먼저 사람에게 배워라.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안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우선은 지식과 경험이 많은 선배들을 쫓아다니며 배우고 경험하면서 안목을 키워야 한다. 둘째, 공부를 시작해라. 소장하고 싶은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고, 도록과 문헌 등을 찾아 조사하고 연구해라.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도 좋지만, 마지막에는 공부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판단으로 선택해야 한다. 셋째, 권하는 사람을 믿지 말고 작품 그 자체를 믿어라. 작품이 가진 형태, 관련 인물, 내용 등을 이해하고 작품이 가진 고유한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공부를 반복하다 보면 점차 실수를 덜 하게 된다. 혹여 잘못된 판단을 내리더라도 스스로 결정했기에 후회가 남지 않는다.
옛 물건이란 값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렇게 주고받는 두 사람의 손에 모든 게 달려 있다.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더 많은 값을 받는다. 아무리 좋은 예술품이라 해도 임자를 제대로 만나지 못하면 그저 책상 옆에 매달린 붓에 불과할 뿐이다. 고미술품 거래는 은근과 끈기로 꼭 필요한 것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싸움이다. (38쪽)
추사는 이 세 점의 유물이 대흥사에서 영원히 없어지지 않기를 기원했지만, 이렇게 흩어졌다 다시 모인 것 또한 사람이 살아 가는 세상사 인연의 하나다. 예술품은 영원한 주인이 없고, 모든 게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의 몫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영은>은 5,500만 원, 『복초재시집』은 2,500만 원, 대련은 5,000만 원에 낙찰됐다. 세 점의 문화재가 대흥사에 함께 있었다가 헤어졌지만, 지금은 다른 곳에 다시 함께 모여 있게 되었다. (116쪽)
우리나라에는 유독 추사 김정희 한 사람만이 그런 역사의 흐름과 함께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추사 한 사람이 그들을 다 합친 예술 세계보다 더 높은 경지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추사 글씨의 최대 장점은 예서·전서·해서·초서·행서 각 체가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는다는 점이다. 예서를 쓰더라도 그 속에 다른 서체, 즉 전서·해서·행서·초서의 기운과 형태를 응용해 무한한 변화를 추구했다. 중국의 많은 서예가들도 이러한 변화를 추구했지만, 추사와 같이 5체와 글자의 강약, 대소가 자유자재로 융합되어 있는 글씨는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 (110쪽)
진재는 담채의 가벼운 필치를 활용하여 서양의 수채화 분위기를 내거나, 전체의 모습을 강조하고 부분적인 것은 과감히 생략하는 방법을 썼다. 이는 진재의 장점이자 그만의 새로운 방식이 아닐까 한다. 이런 모습 때문에 그리다 만 그림이라 평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런 그림이야말로 오래 두고 볼수록 정이 가는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골동 상인들이 자주 쓰는 말로 ‘구로도무끼’인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평범한 물건이지만 골동계의 노련한 이들이 보기엔 오히려 높은 가치를 지닌 작품인 것이다. (156쪽)
이러한 분위기의 작품들을 표현하는 말로 고졸古拙이나 졸박拙樸이 있다. 어떤 이는 이를 잘못 알고 ‘무디다’ 혹은 ‘못하다’라는 우리말로 번역하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고졸이란 곱고 예쁘기보다는 거칠고 오래된 느낌을 가진채 대상의 본질에 다가간 아름다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양에서 글이나 글씨에 대한 최고의 찬사이다. 이런 이유로 화려하고 정교하기보다는 수수한 듯 고졸한 이 그림을, 나는 표암의 노년작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161쪽)
내가 생각하는 잘 쓴 글씨란 유명한 서예인이 쓴 글씨다. 좋은 글씨란 부모와 스승의 글씨, 아들과 손자의 글씨, 내가 존경하는 분의 글씨 같은 것이다. 그보다 더 좋은 글씨, 가장 좋은 글씨는 남을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살다 간 분들의 글씨다. 그런 면에서 안중근 의사의 글씨는 최고의 기술을 지닌 서예가도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다. 안 의사의 뜨거운 기상이 담긴 글씨는 좋은 글씨의 표상으로 너무나 충분하다. (230쪽)
글씨는 다른 예술품과 조금 다른 특성이 있다. 그것은 예술성과 함께 내용을 매우 중시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글씨가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남을 욕하거나 제문 같은 내용이면 집에 걸어 두기에는 적당치 않다고 친다. 글씨를 쓴 이가 우리의 정서에 어울리지 않을 때, 그 사람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에 예술성과는 무관하게 대접받지 못한다. 그래서 글씨는 미술 시장에서 다른 미술품에 비해 인기가 덜하고 거래도 덜 이루어진다. 훌륭한 인품까지도 요구하는 것이 글씨이기에 인기 품목이 되기는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 (266쪽)
얼마 전 모 경매회사에 나온 작품을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노촌 이구영 선생 댁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다시 찾지를 못해 선생이 나중에 주겠다고 했지만 끝내 그리 못하고, 그저 누군가 가져갔으리라 짐작만 했던 『명시별재집』 4책이 있는 것이 아닌가? 2, 3일간 밤잠을 설치고 경매 날을 기다리는데 정말이지 얼마나 시간이 더디 가는지…. 결국 그 책을 샀고 눈에 선하던 그 글씨를 이제는 항상 품고 잘 수 있게 되었다. (298쪽)
족자를 가져온 이는 효당 최범술의 부인이다. 알려진 것과 같이, 당시 경상도에는 특출한 세 인물이 있었는데, 역설적이게도 셋 모두 이름에 범凡 자를 써서 사람들은 이들을 삼범三凡이라고 불렀다. 김범부, 김범산, 최범술이 그들이다. 이들의 이름은 만해 한용운이 지어 줬다고 전한다. 분야는 각각 불교학·철학·미술로 서로 달랐으나 암울한 시기에 서로 도와 가며 민족을 위해 애쓴 애국자들이었다. 각 분야에서 모두 독보적 존재들인 이들이 한 곳에 모인 이 족자 첫 부분에는 효당의 글씨로 “김범부선생초상 근원작”金凡父先生肖像 近園作이라 적혀 있다. 일제강점기, 저마다의 사명에 따라 살다 간 인물들의 삶을 일부분이나마 보는 것 같아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315쪽)
옛 물건이란 값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렇게 주고받는 두 사람의 손에 모든 게 달려 있다.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더 많은 값을 받는다. 아무리 좋은 예술품이라 해도 임자를 제대로 만나지 못하면 그저 책상 옆에 매달린 붓에 불과할 뿐이다. 고미술품 거래는 은근과 끈기로 꼭 필요한 것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싸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