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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을 지닌 채 우리는

초록을 지닌 채 우리는

이주영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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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을 지닌 채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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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초록을 지닌 채 우리는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4523635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5-07-28

책 소개

이주영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시간을 스치듯 지나가는 자잘한 일상을 촘촘하게 훑으며 속수무책으로 맞닥뜨린 불행을 절제된 문장으로 성급하지 않게 풀어낸 작가의 시선은 색다른 이해를 전한다.
“이제는 안다. 그들은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다.
이렇게 물이 빨리 덮쳐올 줄 몰랐다.
아니, 알았더라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것 앞에서는 그저 속수무책이니까.”

“그리하여 우연히 다시 만난 안녕한 하루가 한 달이 되고 1년이 된다면
더는 이음매를 발견할 수 없는 날이 찾아오기도 할 것이다.”

정상적인 불행 안에서 남들만큼만 아프고 싶었던,
들킬세라 소리 내 울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위로
이주영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이주영의 소설을 따라 읽는 동안 소설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 장르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내가 살아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살아보지 못할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 저마다의 서사가 조각보처럼 이어진 세상 앞에서 겸허해지는 것, 우리를 웃게 했던 빛나는 그 모든 순간과 죽음 앞에 서게 될 미래의 필연을 망각하지 않게 하는 것. 그러니 읽을 수밖에. _조해진(소설가)

그런데 이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소설들은 어째선지 환한 빛을 품고 있다. 베란다 밖으로 내다보이는 벚꽃잎들, 글러브박스 안에 든 고양이 인형, 입안 가득 달콤하게 퍼지는 아이스크림…… 별것 아니지만 반짝반짝한, 삶을 삶답게 만들어주는 이 다정한 순간들을 이주영은 섬세한 시선으로 잡아낸다. 그래서 내게 여덞 편의 이야기는 무시무시하고도 반짝반짝했다. 반짝반짝하면서도 슬프고 웃겼다. 다 읽고 나서는 작품 속 누군가처럼 말하고 싶었다. “이제 조금 덜 무섭다”고. _서장원(소설가)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그런 무용함 속에서 탄생했다. 작품의 씨앗은 각기 다르지만, 희미하고 어렴풋한데 어쩐지 지나치고 싶지 않은 마음들, 그러니까 유용함과는 거리가 먼 것들을 곰곰이 들여다보다 지어낸 이야기들이다. 세상의 기준으로 본다면 아무 소득도 없는, 그런 무용한 흔적과 기척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반짝임과 온기가 있고, 그것이 결국 우리를 살게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소설을 읽고 쓸 것이다. 무용함이 주는 이상한 아름다움 곁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_「작가의 말」에서

이주영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주중에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주말에는 소설을 쓰는 이주영 작가의 여덟 편을 담은 소설집이 드디어 세상과 마주한다. “세상 모든 것에 쉽게 반하고 자주 마음이 변하지만 문학만은 예외”라는 저자는 대학원에서 서사창작을 공부하고 소설을 주제로 하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예외’의 끈을 놓지 않았다. “희미하고 어렴풋한데 어쩐지 지나치고 싶지 않은 마음들”(작가의 말)은 “우리를 웃게 했던 빛나는 그 모든 순간과 죽음 앞에 서게 될 미래의 필연을 망각하지 않게 하는”(조해진 소설가) 서사를 직조해낸다. 시간을 스치듯 지나가는 자잘한 일상을 촘촘하게 훑으며 속수무책으로 맞닥뜨린 불행을 절제된 문장으로 성급하지 않게 풀어낸 작가의 시선은 색다른 이해를 전한다.

문맹, 반공법 위반자, 동성연애자, 성폭행범의 가족……. 사회에서 낙인이 찍혀버린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마저 비밀에 부치고 소통할 수 없는 불행의 고통을 고스란히 삼키고 있다. 누구에게 들킬세라 오랜 시간 단 한 번도 소리쳐 울지 못한 이들이 이번 『초록을 지닌 채 우리는』에 등장한다. 사회적 편견 앞에서, 죽음 앞에서까지도 북지불기(?地不起)의 순간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며 손을 내밀지 못하는 이들의 불행을 저자는, 어떤 순간은 깊이 있게 어떤 순간은 당돌하게, 우리 옆에 누군가의 이야기로 설득해낸다. 이번 작품집은 혹자에게는 위로를 혹자에게는 우리 옆을 둘러보는 공감과 이해의 시간을 마련할 것이다.

‘왜 하필이면 나에게’ 다가선 불행,
‘그나마 다행’이라는 위로조차 건넬 수 없는 이들


“한없이 자잘하고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정상적인 불행”이 있다. 누군가의 더 큰 불행을 들으며 ‘그나마 다행’이라 위로 받을 수 있는 불행들이다. 하지만 “늘어난 몸무게, 곧 닥쳐올 승진시험, 만기가 다가오는 마이너스통장처럼 큰 고민 없이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걱정거리를 가진 게 축복임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불행과 마주섰을지도 모른다.

「디어 시스터」에는 평생 문맹임을 밝히지 못한 손말임 할머니가 등장한다. 초기 뇌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한 여든넷의 외할머니 병간호를 하게 된 ‘나’는 통영에 있다는 할머니의 펜팔 친구에게 당분간 편지를 전할 수 없게 된 사정을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통영에 내려온 ‘나’는 할머니의 펜팔 친구 ‘강정자’ 할머니의 딸 윤 사장을 만나고 두 할머니가 문맹이었고 각자의 한글학교에서 글을 익혔고 두 학교가 결연을 맺으며 펜팔이 시작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미 세상을 달리한 강정자 할머니의 딸 윤 사장에게서 자신의 어머니를 대신해 펜팔을 이어갔다는 사연과 함께 할머니가 보냈던 편지들을 전달받는다. 삐뚤빼뚤하고 맞춤법도 틀린 할머니의 글씨들 사이로 여태 ‘괴팍’하게만 보였던 이해할 수 없는 할머니의 행동들을 떠올린다.

「산책」에 등장하는 평범한 직장인 ‘나’는 어느 날 아버지에게서 친척 병문안에 동행할 것을 요청받고 요양병원을 향하는 차 안에서 난데없는 출생의 비밀을 듣는다. “속초 출신인 생부는 납북 어부라는 낙인에 더해 반공법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2년 가까이 복역했다. 출소한 지 1년 만에 얻은 자식의 미래를 연좌제로 옭아맬 수는 없었”던 친부모는 사회적으로 안정적이었지만 불행히도 아이가 없었던 생모의 이종사촌 언니 부부인 지금의 ‘내 부모’에게 아이를 맡긴다. 명절 때나 방문한 외가에서 몇 번 만났던 ‘생부’에 대한 기억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맡았던 “몸 전체에서 풍기는 짜고 비린 냄새”다. 고등학교 이후 입시 준비로, 취업 준비로, 여행으로 외가 방문이 뜸해졌고 그마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마약성진통제로 하루하루를 채우며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생부의 존재를 알게된 ‘나’는 그날 이후 주말마다 생부를 찾는다.

「안녕한 하루」의 여원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호준과 결혼했다. 호준은 “그 아래에 있으면 보호받는 느낌이”었고 “미래의 일을 앞당겨 걱정하는 여원의 불안을 잠재우고 자잘한 실수를 메워주는 것은 언제나” 그의 몫이었다. 호준과 여원은 ‘안녕한 하루’라는 간판을 걸고 게스트하우스와 서점을 운영한다. 여원의 ‘안녕한 하루’가 무너진 건 “다희의 몸에서 호준의 정액이 검출된 다음날 형사들이 게스트하우스로 들이닥친 날”부터였다. 여원이 호준의 합의금 8천5백만 원을 지불하고 성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에 5백만 원을 기부한 후 호준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난다. 여원은 숙취에 좋은 콩나물국과 고등어를 구워 식탁을 차리고 하던 대로 호준은 사과를 깎고 커피를 탄다. 미용실을 함께 방문해 호준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나눈다. 호준과 ‘하던 대로’ 일상을 보내지만 발끝까지 끌어내린 절망감은 시시때때로 고개를 들고 만다. 다희의 SNS를 뒤져 명예훼손으로 걸만 한 자료를 찾아내지만 다희를 향한 적개심이 여원의 절망감에 보상이 될 수 있을까.

「이터널 선샤인」에서 라디오프로그램PD인 ‘나’는 대중음악평론가 안향숙 교수의 메일을 받는다. “저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안 교수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녀는 없고 오촌 조카가 안 교수의 영상을 튼다. 장례식 초대장은 담낭암 3기 진단을 받은 안 교수가 안락사를 결정하고 스위스의 안락사 지원단체로 떠나며 예약해둔 메일이었다. ‘장례식’은 안 교수사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그들을 위한 식사를 대접하도록 준비해놓은 것이었다. 안 교수가 마지막 순간에 죽음을 선택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안락사를 위해 약을 주입하는 밸브는 본인이 직접 열어야 했고 안 교수는 영상을 찍었던 순간에는 “혹시나 제가 마음이 바뀌어서 밸브를 열지 않는다면 장례식 날, 우리 반갑게 만나요”라며 웃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들이 기다려야 하는 건 ‘귀환’일까 ‘부고’일까.

“입원할 날이 다가오자 내가 뭘 원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어요. 나는 싫었어요. 항암 치료의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것도,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몰라 불안해하는 것도요. 드디어 때가 되었구나, 싶었습니다. 내가 죽음에게 먼저 선수를 칠 때가.”
_「이터널 선샤인」에서

「북해서가」에 등장하는 지운과 지윤은 서로의 책 판매를 위해 참여한 독립출판 북페어에서 우연히 만난다. 둘은 여중 시절 다른 친구들이 아이돌에 빠져 있을 때 함께 넥스트와 시인과 촌장을 듣던 사이였다. 지운은 북해서가(??書家)라는 출판사명을 걸고 알코올의존자 자조 모임에서 만났다는 ‘골무’와 책을 팔고 있었다. 지윤이 생각했던 지운의 중년은 “‘강남 3구’에 못 들어간 게 아니라 ‘안’ 들어간, 가치지향적인 라이프스타일 속에 부의 향기가 은은하게 스며 있는 생활”을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파산생활자』 『개방형 정신병동 라이프』 『이혼 세 번 하면 어떻게 되냐고요』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하고 전세사기를 당했다』 『MBTI 유형별 결혼?이혼방정식』이 논픽션만 쓴다는 지운이 파는 책 제목들이었다. 지운이 팔고 있는 것은 어쩌면 책이 아닐지도 모른다.

「캠프닉」에 인영과 현지는 현지의 2년 전 죽은 동성 연인의 유골함이 있는 추모공원에서 캠프닉을 한다. 둘은 책방에서 진행하는 영화감상 모임에서 만났고 젊은 나이에 얻게 된 오십견 환자라는 공통점에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친해졌다. 인영은 사고로 부모를 잃고 서른일곱에 미혼인 고모에게 맡겨져 자랐다. 더이상 고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고모를 떠난 인영은 “안 사랑하게 될까봐” 좋아하는 고양이도 못 키운다. 동성 연인의 장례식에 향을 피우고 절을 하고 육개장을 먹으면서 “조문객이 아니라 상주니까. 유나도 내가 상주라고 생각할 테니까”, 그래서 부의금을 넣지 않았다고 현지는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사랑이 두렵기만 하다.

“팔을 뻗어 현지의 왼쪽 어깨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그날 이후, 무엇이 이곳으로 향한 현지의 발을 그토록 묶어두었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다만 현지의 등에도 알알이 박혀 있을 근육의 파편들을 생각했다. 보드랍고 무른 조직이 돌처럼 굳어갈 때까지 현지가 견뎌왔던 것들의 정체를. 날개뼈가, 어깨가, 팔이 움직일 수 없도록 주위를 단단히 에워싸고 붙들어 맨 희고 딱딱한 조각들의 기원을.”
_「캠프닉」에서

부정하거나 맞서 싸우거나, 살아남기 위한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죽음에 선수 치겠다며 안락사를 선택한 안 교수(「이터널 선샤인」)와 자신의 불행을 책으로 만들어 팔며 세상 안에서 버티는 지운(「북해서가」)은 그들의 불행에 맞서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캠프닉을 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 이제 조금 덜 무섭다”고 하는 현지의 말은(「캠프닉」) 이들을 향한 저자의 응원 같다. 손말임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여원은 철벽같은 사회적 편견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정(否定)’을 택한다. 여든넷의 나이에도 가족에게 자신이 문맹이었음을 말하지 못한 손말임 할머니는 TV 장식장 위에 차곡차곡 쌓아둔 “전단지며 교회에서 준 홍보 책자, 철 지난 선거 공보물”이 재활용 쓰레기로 묶여나가도 이해받지 못할 화밖에 낼 수 없다. 그가 끝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난 글자를 못 읽어’라는 말 뒤에 따라올 시선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지 않았을까.(「디어 시스터」) 보이지 않는 철창 안에 갇혀 평생을 감시받으며 살아온 아버지는 억울하지 않냐는 아들의 질문에 “그런 생각은 가끔 하지. 만약 그때 오징어가 좀 덜 잡혔다면 어찌되었을까”라고 불행은 그저 불운이었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남겨진 자식의 미래가 조금 덜 아프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산책」). 변호사는 남편이 억울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남편은 실수였다 하지만, 그래서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히지 않을까 생각도 하지만, 손가락이 물린 똑딱이 핀에서 힘을 빼지 못하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통증에 잠시라도 또다른 고통을 묻고 싶은 여원 역시 그것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었을 것이다(「안녕한 하루」). 나를 지키기 위해, 아들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부정’을 택한 이들에게 차마 불행과 맞서 싸우지 않고 회피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회피에도 인내와 용기가 필요할지 모른다. 만약에 그들의 불행을 알아챈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면 그 인내와 용기는 불행과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불행을 무덤 속까지 짊어질 비밀로 지키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위로도 잊지 않았다.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는 대로 둘 수 있다면, 불쑥 치솟는 물음들을 고요히 가라앉힐 수 있다면 여원의 삶도 언젠가 단단히 매듭지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매매, 이사, 구직, 출근…… 이런 단어들을 하루하루 쌓아가다보면, 그리하여 우연히 다시 만난 안녕한 하루가 한 달이 되고 1년이 된다면 더는 이음매를 발견할 수 없는 날이 찾아오기도 할 것이다.”
_「안녕한 하루」에서

일상의 단편을 촘촘하게 훑는 시선

이번 작품집에 함께한 「되는 얘기」와 「돌스의 사생활」은 사는 법보다 ‘뜨는’ 법을 먼저 배웠을 아이돌 세계의 단면을 ‘요새’ 언어로 풀어내며 창작자로서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마흔의 나이로 커리어상 애매한 시기를 맞은 라디오PD 12년 차 선유에게는 프로그램의 존폐를 가를 ‘한 방’이 필요하다. 몇 년을 공들여 섭외한 아이돌 MC와 2년간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청취율이 나쁜 건 아니지만 선유에게 필요한 건 ‘유지’가 아닌 ‘상승’이다. 선유는 큰 이슈가 될 만한 “법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고 “팩트 확인이 불가능해 결론을 내지 못”할 “되는 얘기”를 만들기로 한다(「되는 얘기」). 라디오프로그램 PD인 수진은 TV 예능국에서 걸 그룹 유닛 오디션프로그램의 결승 미션 중 하나로 라디오 생방송을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인맥을 동원해 섭외를 따낸다. 그러나 청취자 전화 연결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반대로 방송이 끝나고 SNS의 실시간 트렌드 순위는 1위였다. “방송 사고라고 해서 모든 게 나쁜 건 아니었다.” “그때 청취자 전화를 더 끌어도 되었었나”, 뒤늦게 그런 생각이 수진의 머리를 스칠 때 우연히 엿들은 사실에 수진은 더 큰 이슈의 ‘생산’ 앞에서 갈등한다(「돌스의 사생활」).

“뭔가를 해야 한다고 되뇌며 포털사이트에서 메일함으로, 다시 통화 목록으로 손가락을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뭘 해야 하는지, 아니 뭘 할 수나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맨살이 드러난 허리와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속바지가 보이던 미니스커트, 농도가 다른 푸른색 눈들만 어지럽게 머릿속을 떠돌았다.”
_「돌스의 사생활」에서

일상의 단편들을 촘촘한 시선으로 훑어온 작가의 기억들은 장면마다 비일상의 불행에 설득력을 더하며 작품에 고요하게 몰입시킨다. 여기에 인물들을 샅샅이 보여주지 않는 저자가 작품 곳곳에 만든 괄호는 이야기 따라가기를 잠시 멈추고 그들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쉼표 같다. 이번 작품집으로 불행에 먹히지 않기 위해 혼자만의 싸움을 치르는 이들에게 저자의 위로와 용기가 온전히 전해지기를 바란다.

목차

디어 시스터
산책
이터널 선샤인
되는 얘기
북해서가
안녕한 하루
캠프닉
돌스의 사생활
작가의 말

저자소개

이주영 (지은이)    정보 더보기
주중에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주말에는 소설을 쓴다. 대학에서는 언론정보학을, 대학원에서는 서사창작을 공부했다. KBS 팟캐스트 〈요즘 소설 이야기〉에서 한동안 요즘 소설을 소개했다. 세상 모든 것에 쉽게 반하고 자주 마음이 변하지만 문학만은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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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날 밤, 호텔 드 나폴리의 신형 물침대에 적응하지 못해 나는 자꾸만 잠에서 깼다. 출렁이는 매트리스 위에서 몸을 뒤척이다 창밖이 희끄무레 밝아오는 걸 보고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배낭을 열어 노트 사이에 끼워둔 편지 봉투를 꺼냈다. 끄트머리만 가위로 반듯하게 잘렸을 뿐, 봉투는 구김 하나 없이 깨끗했다.
_「디어 시스터」에서


“그녀는 점점 문경에서 오는 편지를 기다리게 되었다. 퇴근 후 수첩을 보며 필체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한 줄 쓰기도 어려웠는데 편지를 보내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이야기가 늘어났다. 아침은 뭘 먹었을까, 무슨 옷을 입고 경로당에 갔을까, 저녁 먹고 어디까지 산책을 다녀왔을까…… 이 세상에 있지도 않은 어머니의 하루를 자꾸 상상하게 됐다.”
_「디어 시스터」에서


절믄 사람이 종이를 노나주대.
사거리 빵집 옆에 슈퍼를 하나 열었다카는 내용이라.
옛날 가탔으면은 뭔지도 모르고 남사시러버가 누구한테 물어보도 몬했을텐데
괜히 절믄 사람한테 슈퍼 이름이 벨마트가 맞냐고 말을 걸었다 아이가.
_「디어 시스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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