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꽃잎이다

어느 순간들의 시집 『다 꽃잎이다』가 있다. 세상에 쓸모없다고 무시되는 것들을 어여삐 여긴다. 하염없이 부질없이 누군가 어딘가 바라보는 이를 응원한다. 홀로 자기 길을 가는 이와 가다가 멈춰 서서 의심하고 회의하고 고뇌하는 이를 사랑한다. 노을과 저녁과 어둠과 초승달과 새벽별과 안개와 소나기와 가랑비, 모순과 달무리와 어쩌다 생긴 무지개와 직녀, 그리고 작은 것을 도모하는 이를 기뻐한다. 쓸데없이 어슬렁거리는 이와 사귀고 싶다. 긴긴 여름날 오후의 적막과 저물 무렵의 연못, 갑자기 들이닥친 걱정거리와 잔소리, 대놓고 할 데 없는 하소연을 안아주고 싶다. 파초에 듣는 빗방울, 말라가는 국화의 향기, 아버지의 코고는 소리와 어머니의 잔기침소리와 당신의 현혹에 감사한다. 엮은 책으로는 『세상의 모든 자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