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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91195928200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16-11-15
책 소개
목차
오프닝│Art is all around
1관│환상 속의 그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구스타프 클림트
2관│가슴에 구멍이 뚫린다는 것 가장 따뜻한 색, 블루×파블로 피카소
3관│한 사람을 위한 마음 아멜리에×오귀스트 르누아르
4관│지옥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히에로니무스 보스
5관│시간이 지나면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티파니에서 아침을×현대미술로서의 패션
6관│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메트로폴리탄 미술관
7관│존재 이유 007 스카이폴×윌리엄 터너
8관│너의 복수, 나의 구원 올드보이×제임스 앙소르
9관│이 죽일 놈의 사랑 이터널 선샤인×초현실주의
10관│상상하라, 조금도 두렵지 않은 것처럼 레드 드래곤×윌리엄 블레이크
클로징│어쩌다 마주친 사랑
책속에서
- 표지는 두 종류이며 무작위 발송됩니다.
이 영화(「러브 액츄얼리」)를 보다가 문득 사랑과 미술의 공통점 두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먼저, 둘 다 우리 마음을 위로한다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르누아르는 “그림이 더하지 않아도 현실에는 유쾌하지 않은 것이 아주 많아 밝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그림만을 그린다”고 말했습니다. 사랑이 때로는 힘겨운 우리네 인생에 필요한 진통제라면 미술은 우리가 현재에서 한걸음 물러나 잠시 관조해볼 수 있는 의자가 아닐까요.
두 번째 공통점은, 사랑과 미술 둘 다 멀리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가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간 클림트》에서도 확인하겠지만 어렸을 때 달력에서 많이 봤던 ‘오늘도 무사히’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던 그림도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고, 몇 년 전 유행한 해골 무늬 스카프도 천재적인 디자이너의 작품입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가 미술에 둘러싸여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약속 장소로 향하는 길에 스치고 지나치는 공공건축물들, 수많은 광고 디자인과 영화, 누군가의 옷차림, 심지어 게임에서도. 이제 미술은 미술관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_<오프닝|Art is all around> 중에서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그림인 「사과를 든 소년」을 감독이 왜 굳이 새로 그렸을까 생각해봤어요. 클림트의 그림을 대신 그렸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예요. 「사과를 든 소년」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긴 하지만 그 그림의 ‘의미’는 영화에서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으니까요. 웨스 앤더슨 감독 역시 과거에도 사회문제가 많았음을 몰랐을 리 없음을 전제한다면 이 영화는 ‘원래 존재하지 않은 것’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는 게 아닐까요. 이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이기도 하고 우리도 계속해서 이 영화가 구 유럽, 즉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고 이야기했지만, 어쩌면 ‘더’가 아니라 ‘원래’ 존재한 적 없는, 즉 대상 없는 그리움이 아닌가 싶어요. ‘가상’의 공간과 ‘가상’의 시대에 ‘가상’의 그림을 세팅한 이유도 바로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제로의 대사가 의미심장해요.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죠.
“솔직히 내 생각에 구스타프의 세상은 그가 들어서기 전에 이미 사라졌네. 그는 그저 자신의 환상 속에서 멋지게 산 거지.” _<1관|환상 속의 그대> 중에서
마지막 전시회의 작품들을 보면 엠마의 초기 그림들의 모델은 아델이지만 나중에는 새로운 연인인 리즈를 모델로 그렸어요. 피카소도 연인들을 화폭에 담아냈어요. 그의 그림을 보면 피카소가 만난 연인의 변천사를 알 수 있을 정도예요. 또한 연인이 바뀔 때마다 화풍이 달라졌고요. 그 점은 엠마도 마찬가지예요. 전시회 장면에서 평론가인 듯한 사람이 아델의 그림을 논하면서 그림 속에 올드 엠마와 뉴 엠마가 보인다고 말해요. 연인이 바뀌면서 그림에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예요. 올드 엠마가 아델을 주로 그린 블루, 뉴 엠마가 리즈를 주로 그린 레드가 되겠죠. _<2관|가슴에 구멍이 뚫린다는 것> 중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루브르 박물관ㆍ대영박물관과는 성격이 조금 달라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보유한 이집트 유물이 2만 4000점 정도 되는데 대부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이집트 정부가 공동 발굴한 뒤 똑같이 나눈 것이에요. 그래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절반이 있고 이집트 박물관에 나머지 절반이 있어요. 처음에는 카이로 남부 피라미드 지역에 있는 리슈트Lisht, 히비스 신전이 있는 카리자 오아시스ㆍ테베 지역만 공동 발굴하기로 합의했는데 나중에 유물 발굴에 도움이 된다는 이집트 내 여론이 높아지면서 다른 장소까지 더 발굴하게 됐어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 나온 덴두어 신전은 이집트가 준 것이에요. (……) 지금은 법으로 이런 식의 문화재 유출을 막는 것으로 알아요. 덴두어 신전은 기원전 15년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이집트를 점령한 뒤 이집트의 신인 이시스Isis와 오시리스Osiris 그리고 누비안Nubian 부족장의 두 아들을 위해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신전치고는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대문ㆍ전실ㆍ성소까지 신전 전체가 완전체로 이집트에서 미국으로 옮겨졌어요. 마치 엄청난 거인이 이집트에 있는 신전을 살짝 집어다가 그대로 뉴욕에 갖다 둔 것 같죠. 당시 이집트 남쪽 지역인 아스완에 댐 건설 계획이 세워지면서 주변의 크고 작은 신전들이 수몰될 위기에 처해 있어요. 전 세계 수많은 학자가 들고 일어났고, 유적들을 상류로 옮기기로 해결책이 모아졌죠. 미국이 이 공사를 도왔고, 이집트 정부가 그에 대한 보답으로 덴두어 신전을 선물했어요. _<6관|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중에서
전혀 다른 이미지가 한 공간에서 충돌하면서 어떤 사각지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여지를 남겨두기 때문에 때로는 모호한 듯하지만 그래서 관객이 영화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잖아요. 내용상으로는 아주 논리적이고요. 이 영화의 주제를 복수라고 보는 것은 이우진의 관점이에요. 반대로 오대수의 처지에서 보면 ‘구원’의 이야기이지 않을까요? 사실 제임스 앙소르의 「슬픔의 사람」도 박찬욱 감독이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되리라”는 윌콕스의 시 구절을 빌리면서 구원이란 스스로 구하는 자의 몫임을 역설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 나중에 나오는 “짐승보다 못한 사람도 살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요”라는 오대수의 대사와 이어지면서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복선 역할을 한다고 봐요. 간절히 기도하는 조슈아 레이놀즈의 「어린 사무엘」 역시 구원의 연장선인 거죠. _<8관|너의 복수, 나의 구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