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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영화이론/비평
· ISBN : 9791196210816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19-12-31
책 소개
목차
기획특집 : 한국영화 100년 특집, 페미니즘 관점에서 다시 보는 한국영화
박유희_ 또순이(박상호, 1963)
정민아_ 월하의 공동묘지(기생월향지묘)(권철휘, 1967)
지승학_ 꼬방동네 사람들(배창호, 1982)
조선호_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김유진, 1990)
손시내_ 개같은 날의 오후(이민용, 1995)
최재훈_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김태용·민규동, 1999)
윤성은_ 싱글즈(권칠인, 2003)
이승민_ 위로공단(임흥순, 2015)
감독론 : 봉준호
조한기_ 봉준호 영화와 사회: 우리 사회의 윤곽, 그 안과 밖의 마주침
이용철_ 봉준호 영화와 장르: 봉준호의 영화, 장르는 자연이다
봉준호 감독 인터뷰
유현목 감독 10주기: 정재형_ 천의 얼굴, 유현목 감독의 유산
신인의 발견
송아름_ 김보라 감독론: 우리의 과거는 어디까지, 무엇까지 말할 수 있는가
국내영화 리뷰
문학산_《강변호텔》, 이제는 이별에 대해 생각할 때
서정남_《국가부도의 날》, 역사·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
조혜정_《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공간에 투영된 시간의 기억
오영숙_《극한직업》, 짠내 진동하는 액션 코미디
서성희_《김군》, 카메라로 역사를 쓰는 다큐멘터리
배장수_《나의 특별한 형제》, 특별한 형제, 각별한 조명
황혜진_《생일》, 슬픔의 연대
곽영진_《스윙키즈》, 시대극과 춤극(舞劇)의 혼성, 그 유의미한 ‘실패’
김시무_《증인》, 장애와 비장애 사이의 소통
국외영화 리뷰
민병록_《그린 북》, 편견에 맞선 유머
박태식_《로마》, 어머니 멕시코
손시내_《바이스》, 보이지 않는 남자의 초상
송영애_《알라딘》, 리부트 된 세상이야기
김윤아_《어벤져스: 엔드게임》, 어벤져스, 헤쳐모여!
민병선_《어스》, 기호화된 공포
신귀백_《토이 스토리》, 선택과 소용(所用)
편집자의 말_ 박우성·성진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기획특집 중]
결핍이 심할수록 상상력은 풍부해지는 법이다. 추위와 무관심을 극복하기 위해 성냥을 켜는 성냥팔이 소녀처럼, 변두리에 몰려 있는 소녀는 자신의 현실과 다른 환영에 빠진다. 하지만 성냥불은 너무 금방 꺼져 버린다. 켜고 또 켜고, 손짓이 빨라진다. 그렇게 부산스러운 손짓은 외면당하기 쉽다. 배려가 결핍된 인생을 살다 보면 상상력이 넘쳐 과잉이 되는 법이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마음에 구멍이 숭숭 나버린 것처럼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던 그 결핍의 시간, 폐쇄적 우울함에 갇힌 그 시절로 관객들을 이끈다. 나는 도저히 자랄 것 같지 않고, 꽉 막힌 어른들은 도저히 자신들의 세계에 틈을 줄 것 같지 않았던 그 답답한 시절로 우리들을 소환한다.
[봉준호 감독론 중]
봉준호의 영화는 부조리한 사회의 윤곽을 그리며 우리를 딜레마에 빠뜨리곤 한다. 약자/강자, 빼앗는 자/빼앗긴 자 간의 갈등, 일종의 계급투쟁의 장으로도 보이는 그곳에서 인물들은 삶을 지키기 위해 지리멸렬한 싸움을 벌인다. 그렇다고 해서 봉준호의 영화가 섣불리 특정한 계급을 옹호한다거나, 사회적 정의를 주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봉준호의 영화는 그러한 이분법적인 구도를 확인시키는 동시에 우리가 당연시 여겼던 고정관념을 교란시킨다. 어쩌면 탁월한 감각을 지닌 장르영화 감독으로서 관습적으로 소비되었던 캐릭터의 면면에 입체성을 부여했다고 볼 수 있겠다. 예컨대 경찰은 범인을 잡겠다는 명목으로 폭력을 정당화하고(《살인의 추억》(2003)), 모성과 장애는 더 이상 약자의 표지로서 정당화되지 않는다(《마더》(2009)). 봉준호의 영화는 그렇게 사회의 틈새를 비집으며 애써 모른 척하고 싶었던 불쾌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 중]
이 영화는 사실 스토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스토리는 시간적 순서의 뒤얽힘으로 재구성이 필요하지만 재구성한다 한들 딱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이 영화는 공간에 투영된 시간과 기억, 일상에 혼재된 역사, 그 위를 부유하는 디아스포라로 채워진다. 영화는 군산이라는 도시에 남겨진 과거의 잔영, 1930년대의 일본풍 가옥이나 기차가 다니지 않아 버려진 철길마을 등을 통해서 현재와 과거의 기이한 공존을 경험하게 하고 한국인, 중국동표(조선족), 재일교포 그리고 외국인(중국과 일본의 여행자)까지 영화의 인물들은 머무르기보다는 어딘가로 떠남을, 소속감보다는 차별과 배제의 경험 속에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떠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