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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6558611
· 쪽수 : 214쪽
책 소개
목차
PROLOGUE
CHAPTER 1]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다
CHAPTER 2] 창업, 그리고 궤도에 오르기까지
CHAPTER 3] 가죽 제작의 세계란
CHAPTER 4] 평생 꿈꾸며 매일 묵묵히 간다는 것
CHAPTER 5] 레프트로드의 현장 이야기
CHAPTER 6] 작업 단상들
EPILOGUE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렇게 만든 제품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 무조건 들고 나가 길에다 펴놓고, 늦은 밤까지 손님을 기다렸다. 맨 처음 찾아온 사람은 경찰이었다. 첫 마디는 "여기서 장사하시면 안 돼요!"였다. 완전 낙심해서 장사를 접고 가려는 찰나, "그런데 이 노트 얼마예요? 나도 이런 거 좋아하는데." "네? 아니 여기서 장사하면 안 된다면서요. 3만 원이에요." "와~ 비싸다!" 풋내 나는 어린 경찰은 수표 한 장이 비상금이라며 내밀었다. 잔돈이 없던 나는 우습게도 오히려 화를 냈고, 근처 편의점에서 잔돈을 바꿔서 겨우 첫 거래를 성공시켰다. 잔돈을 건네받으며 경찰은 어이없었던지 웃었다. 나도 같이 웃었다… 처음에는 허공에 돌을 던지듯 했다. 뭘 해야 할지조차 몰랐을 뿐 아니라 순서도 몰랐다… 나는 그저 열정을 가지고 그냥 묵묵히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 「오래오래 하고 싶은 너무 소중한 나의 일」 중에서
사람은 마음이 메마르고 거칠면, 바람이 불 때 말이나 행동에서 거친 소리가 난다. 이 일을 하기 전에 회사를 하루하루 다니던 내 영혼은 지칠 대로 지치고, 도무지 쉴 곳도 갈 곳도 없어 황량하고 무서운 소리가 났다.
건조한 세계의 소리 안에서 오랫동안 멈춰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던 중이었다. 그때 연봉 협상에서 오히려 연봉이 줄어들게 되었고, 더 이상 이 일의 환경의 좋아지거나, 중요한 일을 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별것 아닌 일회용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밀려나오듯 회사를 그만두자, 나에게는 위로가 되어주던 취미 같은 가죽 제본 노트 제작만이 남았었다. 그래서 몇 십만 원과 조금의 시간밖에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매달렸다. 그렇게 시작된 일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세상의 길에 틀린 길이 어디 있을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