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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6939083
· 쪽수 : 242쪽
· 출판일 : 2023-09-1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부 죽음의 기억
열일곱
기차와 녹색방
단절, 다시 원점
2부 베를린, 생명의 시
탈수와 금단
엄마가 보내온 천사
가난과 사랑
하늘에서 들려온 노랫소리
3부 세상 온갖 고통의 소리
어느 특별한 장례
등 파는 소녀
백일간의 사랑
너는 나다
트리오(2010년 충북작가 데뷔작)
저자소개
책속에서
끔찍한 기억의 단상들이 트라우마의 언어와 절제된 일러스트로 표현되다
구타의 기억은 끔찍하다.
머리가 멈추어 버린다.
몸 어딘가에선 기억하고 반응하는데
헌데도 제대로 맞서 싸울 수 없다.
달린다, 달린다.
마치 뒤에서 악령이라도 쫓아오는 듯 줄행랑을 치며 달린다.
넘어져도 상관없다.
언제였던가.
그것은 아주 어릴 적이었다. 밤에 이어진 몸 대 몸의 기억. 목이 졸리고, 가슴이 더듬어지고, 옷이 벗겨졌다.
울부짖고 발버둥을 쳐보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리사에겐 갈 곳이 없다. 얼어붙었던 그 순간, 눈 앞에 다가오는 그의 얼굴. 리사는 꼼짝도 할 수 없다. 눈을 질끈 감았다.
90년대, 정신과 치료에 대한 고발이 아닌 담담한 기록
입속에 쑤셔 박은 세탁기 배수관만 한 호스가 리사의 위장 속에 이름 모를 약물을 흘려 넣고 있었다. 한참인가 위장 속으로 차디찬 액체가 흘러들었다. 백의(白衣)의 천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곳의 간호사는 죄다 녹색 옷을 입고 있었다. 간간이 눈에 띄는 의사도 녹색 옷을 입었다… 토악질이 시작되었을 때, 리사는 그것이 멀미 나는 녹색으로 인한 온몸의 거부반응이라 착각했다.
“으이구, 다 그냥 확 뒈지지,”
“저런 것들, 그냥 죽으라 그래.”
“디아제팜 5밀리. 야, 잡어, 묶어, 꽁꽁”
성폭력의 후유증과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 맞서지 못하고 무너지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너 그.그.그거지.
너 멘탈 이상하지?”
“여기서 나가줘.
윗선엔 보고했어.
넌 안 돼.
어차피 인턴이니까 오늘 당장 나가줘.”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날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딱 그 지점에서 사지가 얼어붙어 버렸다. 몸속 깊이 감춰진 귀소본능에 이끌려, 간신히 어찌저찌 집에 돌아온 듯하다. 그렇게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리사는 자신의 집, 방구석의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