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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정치학/외교학/행정학 > 정치학 일반
· ISBN : 9791197053313
· 쪽수 : 568쪽
· 출판일 : 2021-02-01
책 소개
목차
머리말 • 5
제1부 몸과 마음
몸 • 11 | 손 • 58 | 발 • 100 | 귀 •140 | 눈 • 172
입 • 265 | 코 •320 | 마음 • 338 | 머리 • 380
제2부 책과 여행
The Use of Life • 403 | 『6・25와 나』 • 419
남가주 여행 • 428 | 울릉도 • 447
부산 정거장 • 466
제3부 기타
김광웅 교수 영전에 • 477
김외련 여사의 음식 솜씨 • 481
중국인의 진미(珍味) • 484
나의 6・25사변 전후 • 514
참고문헌 • 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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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황소걸음은 비록 느리기는 하나 모든 일을 꾸준히 실수 없이 해나가는 행동에 비유한 것이다. 영어의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란 것과 같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면 경주에서 이긴다.”는 말이다. 그러나 황소걸음 보다는 뛰는 것이 좋은 경우도 많다.
뛰는 것도 물론 발동작의 하나다. 몸을 날리어 달음질치는 것이다. 갓난아이가 아니고는 걸음도 그렇지만 뛰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뜀질, 뜀박질, 달음박질이라고도 한다. 두 사람 이상이 모여 걷거나 뛸 적에는 발을 맞추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는 의장대(儀仗隊)의 사열이다. 일사불란하게 발을 잘 맞춘다. 요즘 한국의 정치를 보면, 좌파들은 발을 잘 맞추는데, 우파들은 발맞춤과 거리가 멀다. “발이 묶이면” 맞추고 자시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우파들의 발은 묶인 것 같지는 않은데, 지리멸렬(支離滅裂)이다. 발이 묶이면 발버둥이 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발 묶이다”는 돈이 없거나 방해 혹은 장애물 때문에 돌아다니지 못할 형편이 된 것을 뜻하기도 한다. “발버둥이 치다”는 불평과 불만이 있어 다리를 뻗었다 오므렸다 하여 몸부림치거나, 무슨 일을 피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파산을 면하려고 발버둥이 치다”는 예문이 사전에 있다.
“발길”도 있다. 발로 차는 것과 걷는 발의 기세 혹은 힘을 뜻한다. 발길에 채이기도 한다. 걸어가는 사람의 발에 채이는 것인데, 천대받고 짓밟힘의 비유로도 쓰인다. “발길질” 있다. 발로 차는 짓을 말한다. 줄여서 그냥 발질이라고도 한다. 발길에는 왕래(往來)라는 뜻도 있다. 왕래가 자주 있는 경우에 “발길이 잦다”고 하지만, 반대인 경우에는 “발길이 뜸하다” 혹은 “발길이 뜸해지다”고 한다. “발길이 멀어지다”와 뜻이 통한다. 가고 싶은 마음이 좀처럼 없는데도 가야한다면 “발길이 내키지 않는다”고 한다. 발길이 무거운 것이다. “발길이 가볍다”의 반대다. 또 여러 번 다녀서 길이 익숙한 것을 “발씨가 익다”고 한다. 발씨는 걷는 길이 서투르거나 익숙한 발의 버릇이다.
걸어 다니다 보면 발자취를 남기기도 한다. 발소리가 나지 않게 살살 조심스럽게 걸어도 밟은 흔적이 남는다. 그 흔적의 형상이 발자국이다. 사냥꾼은 짐승의 발자국을 살피며 짐승을 쫓는다. 그러니 발자국은 남기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람이 남기는 것은 발자국보다 발자취가 더 중요하다. 물리적으로는 걸어간 종적(?迹)이지만, 스승의 발자취라고 할 적에는 추상적인 의미가 강하다. 사도(師道)가 무너진 요즈음에 스승의 발자취를 쫓거나 따르는 제자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전에는 제자들이 훌륭한 스승의 발자취를 많이 따랐다고 들었다. 하기야 이미 오래 전에 한유(韓愈, 768-824)가 「사설(師說)」이란 글에서 스승의 도가 전해지지 않은 지 오래라고 개탄했다. 스승의 도도 끊어졌고, 따라서 제자들이 스승의 발자취를 따르는 일도 없어졌다. 슬픈 일이다.
발그림자도 있다. 스승의 도가 무너졌다고 했지만, 전에는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는다고 했다. 스승도 발그림자를 남긴다. 발그림자는 오고 가는 발자취다. 스승의 발자취를 따를 적에도 발그림자를 밟지 않게 좀 떨어져서 따라야 했던 모양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발그림자도 있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란 노래가 유행한 적은 있다.
발의 동작과는 직접 관계가 없으나, “발쇠”란 말도 있다. 남의 비밀을 살펴서 타인에게 알려주는 짓이다.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에 “발쇠를 서다”라고 한다. 고자질과 같은 말이다. 첩자는 동서고금에 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