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그런 적 있죠

명동콜링 011
당신도 그런 적 있죠 033
검은 바다 055
우는 남자 083
상패 115
잠자리 139
에브리띵 블랙 161
붕어빵 181
그럼에도, 연애 203

그러므로 이건 성과나 결과라기보다는 일종의 흔적이다. 나를 견뎌낸 자국, 나를 이기려 애쓰다 생겨버린 상흔 같은 거.

크리스마스 저녁 명동거리, 시현은 오늘도 눈을 떴다. 명동거리는 반짝이고 시끄럽고 복잡했다. 시현은 들뜬 사람들 사이를 하염없이 걸었다. 이곳에 온 이유를 찾아야 했다. 시현은 오늘이 끝나면 다시 그 오늘로 돌아왔다. 반복되는 하루들로 알게 된 사실은 자신이 죽었다는 것이다.

길 건너편에 멈춰 선 차 한 대. 그저 주차된 차일 뿐인데도, 채연은 저 안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방금 지나간 행인이 뒤를 돌아보지 않았는지, 하늘을 나는 새조차 자신을 향해 내려앉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