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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일기/편지
· ISBN : 9791197376856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5-07-09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엄마는 쌍둥이를 낳았다. 나와 외로움. 사람들과 좀처럼 섞일 수 없다는 강박 탓에 놀이터로 한 숟갈 가득 쏟긴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전부터 회로가 꼬이고, 숨결이 거칠어지기 일쑤였다. 등 돌리고 멀어지면 쓸쓸했고, 마주하면 텅 빈 곁이 들통날까 벌벌 떨었다. 그런 나에게 가족은 세상이었고, 전부였다. 그중에서도 나보다 고작 22살 많은 엄마는 세상의 반쪽이자 절친이었다. 친구가 고백했어, 나 왕따래 따위 소식을 나란히 누워 순정만화책을 읽던 엄마에게 털어놓으며 짐을 덜었다. 친한 친구가 으레 그렇듯 엄마는 슬픈 소식을 들을 때면 나를 다독이고, 기쁜 소식을 들을 때면 자기 일처럼 웃고, 고백 같은 낯간지러운 일을 들으면 어른처럼 다음에는 어떻게 반응하는 게 좋을지 조언했다.
우리는 누구 하나 밀어내지 않았는데, 상대를 위한다는 마음에 입을 다물면서 서걱서걱한 사이가 됐다. 외로움은 가실 줄을 모르고 점차 내 날개뼈를 감싸는 온기가 있길, 손 내밀면 잡아줄 손이 있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흩뿌리던 날은 책상에 앉아 울면서 일기를 썼다. 일기장의 종이가 손목 안쪽 약한 살에 닿는 촉감이 싫어 차라리 그어버리겠단 충동을 억누르고 한 자, 한 자 꾹꾹 써내려갔다.
이 글은 나를 달래려 시작한 동시에 2016년 겨울 사랑하는 할머니, 유영자 씨를 여의고 내가 그처럼 돌연 땅으로 꺼지면 남은 이들이 나를 어떻게 추억할까 노파심에 시작한 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산 자들의 시선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무너진 내 속을 꺼내기 급급했기 때문에 다소 불친절할 수 있다. 당신의 해량을 기대하겠다.
- 서문
2018년 7월 1일
약간 좆된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