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성서 > 성서의 이해
· ISBN : 9791197649622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22-06-01
책 소개
목차
글을 시작하며
제1부 B.C.
문명의 탄생 / 아브라함, 유일신 역사의 시작 / 10년 후 / 이사악의 우울증? / 레베카의 선택 / 하비루, 히브리, 이스라엘 / 12 / 창세기의 끄트머리에 서서 / 모세의 탄생 / 탈출 / 율법 / 아! 모세 / 주사위는 던져졌다 / 진격, 진격, 또 진격… / 전쟁 그 후… / 판관 시대 / 맞수 / 왕의 등장, 최초의 왕 사울 / 사울 VS 다윗 / 다윗, 영웅으로 떠오르다 / 예루살렘 점령 / 다윗은 어떤 인물이었나 / 왕자들의 암투, 그리고 솔로몬의 등장 / 끊이지 않는 망치 소리 / 왕국의 분열 / 방황 / 북이스라엘의 멸망 / 순망치한(脣亡齒寒) / 유대인들, 나라를 잃다 / 잿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 유대교의 정착과 발전 / 귀향 / 느헤미야 / 뒤바뀐 세계 판도 / 그리스의 박해 / 쇠망치 / 새로운 왕조의 시작 / 분열과 혼란, 그리고 로마의 등장 / 대왕 헤로데 / 유대인 예수
제2부 A.D.
로마인, 그리스인, 그리고 유대인 / 감도는 전운(戰雲) / 로마! 움직이다 /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 메시아? / 탈무드 / 반목과 갈등 / 이슬람제국 안에서의 유대인들 / 십자군 / 저희들은 어디로 가야합니까 / 게토(Ghetto) / 희망의 불씨, 그러나… / 드레퓌스 대위 / 동상이몽(同床異夢) / 목 놓아 쏟는 통곡의 전주곡 / 학살 / 건국 / 중동전쟁 / 험난한 평화의 길
글을 마치며
저자소개
책속에서
▨ 글을 시작하며
“먼 길을 가야 한다….”
75세 노인이 천막 안에서 깊은 상념에 잠겨 있다.
“분명히 들었다 그분의 말씀을….”
노인은 며칠 전, 기도 중에 하늘에서 들려오는 ‘생생한’ 음성을 들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1)
당장 짐을 싸라는 명령이다. 고대 근동에서는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살인과 같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내리는 형벌이 바로 그 사회로부터 추방하는 것이었다. 기원전 18세기 바빌로니아의 왕 함무라비가 남긴 법전의 제 154항에는 “만일 어떤 자유인이 자신의 딸과 근친상간을 범했다면, 그 자유인은 자신이 거주하던 도시로부터 추방당할 것이다”라고 쓰여있다. 하느님은 지금 아브라함에게 그 수치스러운 ‘떠남’을 명령하고 있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의 모든 것이 있는 그 도시, 그가 태어난 곳을 자발적으로 버리라고 명령한다.한참동안 고민하던 노인이 양 팔을 무릎에 짚고 일어섰다. 결심이 선 듯했다. 천막 입구에 드리운 휘장을 걷고, 밖으로 큰 걸음을 성큼성큼 옮겼다. 그리고 아내와 조카를 비롯해 모든 종들을 불렀다.
“이제 떠난다. 먼 길을 가야 한다. 짐은 가능한 줄이고,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겨라. 나와 우리 모두의 앞길에 신께서 함께하실 것이다.”
유대인의 역사는 이렇게 4000년 전, 작은 한 부족을 이끌던 노인 아브라함이 아시아의 서쪽 끝, 유럽의 동쪽 끝에서 내린 ‘결단 하나’에서부터 시작한다. 노구(老軀)를 이끌고 미지의 땅으로 향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해냈다. 그렇게 유대인 아브라함은 모든 신앙 백성의 맨 앞줄에 우뚝 섰다. 믿음의 조상이 된 것이다.
한민족(韓民族)의 맨 앞줄에 단군왕검(檀君王儉)이 있다면, 유대 민족의 맨 앞줄에는 아브라함이 있다. 2020년이 단기 4353년 이니까 유대민족과 한민족의 역사는 비슷한 시기에 출발하는 셈이다. 출발한 시기도 비슷하지만, 살아온 모습도 닮은 꼴이다.
두 민족의 역사는 고난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수많은 침략을 받았고, 이민족의 지배도 받아야 했다.
자녀에 대한 교육열,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열정 또한 닮은 꼴이다. 또 고난의 역사 탓인지 ‘우리끼리’ 똘똘 뭉치는 남다른 민족의식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한민족은 일반적으로 한(恨)의 민족이라고 불린다. 그만큼 눈물을 많이 흘렸다. 유대인들도 한과 눈물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많다.
다른 민족에게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풍부한 종교적 영성적 성향도 비슷하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고난이 닥치면 장독위에 정화수를 떠 놓고 두 손 비비며 천지신명께 빌었고, 유대 어머니들도 유일신의 약속을 믿고 늘 기도했다. 영적 감수성이 풍부했다. 이렇게 한국인과 유대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종교적 감수성을 가지고 나온다. 특히 단군신화에서 곰은 기도(祈禱)와 희생, 염원, 수련을 통해 인간이 된 후, 하느님의 아들과 혼인해 단군을 낳는다. 유대인의 시조 아브라함도 평생 동안 하늘만 바라보며 그 명령을 실천하며 살았던 인물이다. 이렇게 유대민족과 한민족의 출발점에는 ‘하늘’에 대한 특별한 공경이 자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유대인은 고대로부터 인근 민족과는 전혀 다른 신앙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한국인들도 인도와 중국에서 발생한 종교들을 받아들이면서 완전히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가장 한국적인 방식으로 체화, 성장시켰다. 이렇게 유대인은 한국인과 많은 것에서 닮은 꼴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유대인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알고 있다고 해도 탈무드, 키부츠, 밥상머리 교육 등 파편적 지식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유대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중적 인식이 심층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겉돌고 있다. 유대인 이야기를 쓴 이유다.
가능한 한 소설 읽어 내려가듯이 그렇게 편하게 읽혀지도록 노력했다. 유대인 관련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만, 딱딱한 학술적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대중이 편하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간혹 만나는 쉬운 읽을거리들은 상대적으로 내용이 단편적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유대인들의 역사와 삶을 좀 더 깊게 만날 수 있기 바란다.
또한 그리스도교 신앙인이라면 이 책을 통해 구약성경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유대인들의 역사와 그 안에 담겨진 맥을 모르면 성경을 아무리 읽어도 그 내용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 책은 구약성경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 몇몇 단어와 구절에만 매달려 성경을 편협하게 해석하는 오류를 많이 보아왔다. 구약은 하느님의 변함없는 사랑에 대한 유대인들의 배반과 회개, 순명과 반항이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읽어야 그 전하는 메시지가 명확해진다. 신약만 중요시하는 이들이 있다. 잘못이다. 구약을 알아야 신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신약성경은 온통 나자렛 예수가 구약성경에 예고된 약속을 성취한다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구약이 없다면 신약은 해독할 수 없는 책, 뿌리가 없어 말라 죽게 될 식물과 같은 것이다.
끊임없이 배반하고 돌아서는 유대인들을 향한 유일신의 ‘새 계약’(예레 31,31-34 참조)은 오늘날 신앙인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유일신은 유대인들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나는 그들의 가슴에 내 법을 넣어 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겠다.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예레 31,33)
그 ‘약속의 역사’로 이제 긴 여행을 떠나려 한다.
“먼 길을 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