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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792427
· 쪽수 : 142쪽
· 출판일 : 2023-10-2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마음 쓰기]
엄마와 딸의 알쏭달쏭한 여행
매콤한 인생
누가 소매치기인가
선의, 아름다운 기억
나의 첫 음악 친구, 자이안트
혼자 그리고 함께
당신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돈 쓰기]
짠 내 나는 여행
25밧짜리 실패
맛을 찾습니다
사탕수수즙을 왜 먹냐고 물으신다면
위장과 미각 사이
나의 안전 공간
제로 웨이스트 숙소
이상한 여행자의 아름다운 선택
[추억 쓰기]
추억 연금
여행 저축
사진, 순간을 붙잡는다는 착각
음악은 기억을
피렌체로 떠나는 시간
삶의 나이테, 여행
책속에서
엄마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아니 알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며 여기까지 와서는 자식이나 조카를 생각하고, 비싼 것은 다 마다하는 저 마음 말이다. 물론 더 알수 없는 마음도 있다. 저녁으로 먹겠다고 에그 샌드위치를 엄마꺼 하나, 내꺼 하나 사 왔는데 내가 샤워하는 사이 엄마가 두 개 다 먹어버렸다. “맛있어서 그랬어.넌 젊잖아. 그러니까 다시 사다 먹어.”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의 인생은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다’ 와 ‘내 다시는 이거 하나 봐라’의 연속이었다. 인생에 매운맛이 찾아왔을 때 이보다 더 큰 고통이 찾아오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매운맛을 시도했던 나를 반성하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인생은 매번 이상하게 흐르기 때문에, 지난달에 태국 쥐똥고추 맛으로 찾아온 고통이 이번 달에는 멕시코 할라페뇨 맛으로 뒤통수를 친다. 인생의 원투펀치를 맞은 우리는 어김없이 실수를 반복하고, 이 정도 고통이었음에 (마지못해) 감사하며 살아간다. 떠나는 삶 대신 머무르는 삶을 택한 J와 나는 한국에서 이렇게 살고 있다.
지금 그 시절을 떠올려 보면 지네와 혈투를 벌이고 눅눅함에 뒤척였던 숙소와 에어컨 바람이 솔솔 나오는 숙소는 고작 1~2만 원 차이였고 상인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깎아도 겨우 몇백 원 아낀 것이었다. 쾌적한 숙소에서 푹 자고 좋은 컨디션으로 더 많은 곳을 여행했더라면, 한 번쯤은 좋은 식당에서 제대로 된 태국음식을 먹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냥 싸게 여행해야 한다는 욕심에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과 여행에서 남겨야 할 즐거운 추억까지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짠 내 가득한 여행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