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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984587
· 쪽수 : 96쪽
· 출판일 : 2024-07-22
책 소개
목차
7 시작은 작은 반점에서
15 온 얼굴로 퍼져버린
21 피부과 치료의 희망과 절망
31 의사 뒤를 쫓아다니며
39 약사의 충고
45 자연치유법
51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밤
59 남도의 한 한약방을 찾아
69 중국의 명의를 찾아
79 아토피 후유증
91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삼 일 분의 약을 먹는 동안 딸의 몸에 생긴 붉은 점들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퍼져갔다. 얼굴까지 반점이 올라와서 홍역을 하는 아이처럼, 어릴 때 장미진이 퍼졌을 때처럼 보였다. 다시 병원에 가자 의사는 딸을 보더니 조금 놀라면서 말했다.
“아! 왜 이렇게 심해졌지? 약은 다 잘 먹었어?”
딸이 고개를 끄덕이자 의사는 별다른 말 없이 열심히 컴퓨터를 두드리며 처방전을 입력했다.
“왜 이럴까요?”
내가 답답해서 물었지만 내 물음에 답하지 않고 의사는 말했다.
“약을 좀 더 세게 썼으니 일단 삼 일 먹어보고 주사는 날마다 와서 맞도록 하지요.”
병원 문을 나서며 딸도 나도 말이 없었다. 유난히 피부가 하얀 딸아이의 얼굴은 이미 누가 봐도 너무 심한 피부병에 걸려 있었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교를 향하여 가는 딸의 뒷모습을 나는 멍청하게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답답하고 아려왔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때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피부과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피부과를 더는 믿을 수 없었다. 검색과 지인들의 추천으로 찾은 병원은 아토피며 각종 피부질환 치료로 유명한 교수님이 원장으로 있는 곳이었다. 예약은 바로 다음날 가능했다.
“아이고! 왜 이 지경이 됐어?”
딸의 얼굴을 본 의사는 깜짝 놀라며 커다란 돋보기를 딸의 얼굴에 들이댔다.
“접촉성 피부염이네!”
“네? 아토피가 아니고요?”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이 다른 피부염도 쉽게 와요. 외국에 갔다 왔어요? 무슨 독초에 접촉됐나?”
정신을 차릴 수 없어 대답도 못 하고 고개만 젓자 “간혹 태국 같은 곳에서 골프 치다가 독초에 접촉되면 이렇게 심한 경우가 있거든요. 뭐에 접촉됐는지 원인 물질을 찾아야 해요. 일단 주사와 약을 좀 세게 써 봅시다. 이틀 뒤 다시 오세요.”
나는 용기를 내 물었다.
“좋아질 수 있는 거지요?”
“좋아져야지요!”
그런데 정확히 열흘 후,
딸의 얼굴에 발진이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