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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8257208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23-03-30
책 소개
목차
- 문을 열며 ·04
- 특집_ 디카시
고성만_ 누드 ·08
김강호_ 귀에 박힌 녹슨 말 ·09
김화정_ 흔들림 없이, 저는 ·10
박정호_ 가을 ·11
이송희_ 첫눈처럼 ·12
이토록_ 꽃무릇 ·13
임성규_ 냄비 ·14
염창권_ 썰물 뒤에, 그 바닥에서 사리舍利를 줍네 ·15
정혜숙_ 저녁이 오는 소리 ·16
최양숙_ 레테 ·17
고성만 -
검은 꽃의 감정 24 소읍 25 별 못 26 11월 27
황소와 나비 28 울음 무늬 29 월식 30
김강호 -
자드락비 32 이명耳鳴 33 터널의 식사 34 오징어 35
원고지 36 어느 선거벽보 37 모란 38
김화정 -
건기의 시간 40 흐르는 말 41 애기단풍 앞에서 42 치자향이 나는 호수의 아침
43 회복기 44 저, 언약 45 풍암정에 앉아 46
박정호 -
겨울 귀가 48 명옥헌 49 그렇게 강과 나무는 내통하고 있었다 50
꽃과 아이의 순간 51 말바우 지나며 52 파문 53 천일염 54
이송희 -
벽의 탄생 56 커튼콜 57 어떤 소음 58 봄 59
시든 꽃다발 60 갈피 61 우기의 온도 62
이토록 -
칼과 속죄양 64 산수국 헛꽃이 푸르게 지듯 65 오늘도 나는 소처럼 66
흰옷을 펄럭이는 당신에게 67 기일, 싸락눈 68 코카콜라 69 탁발 70
임성규 -
웃풍의 기억 72 누수 73 꽃 진 후 74 물집 75
담쟁이 76 회전근개 증후근 77 그림자가 되다 78
염창권 -
이경異境 80 18월 81 인솔 82 젖
83 하루 84 만년필 85 상처 86
정헤숙 -
할 말 아직 남았는데 88 기별 한 줄 넣는다 89 서풍의 만가를 듣다 90
산다는 건 전전긍긍 91 바람 부는 방향으로 92 상강 93 기일 94
최양숙 -
편지 96 연희 1 97 연희 3 98 겨울매미 99
당신, 잘 가고 있나요 100 옛날에 101 관계 102
저자소개
책속에서
■ 인사말
문학으로 소통하고 공감을 나누는 창작공동체 〈광주문학아카데미〉가 두 번째 앤솔로지를 냅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만나 화음을 만들어내듯 각기 다른 개성의 문장들로 행간의 의미를 새기는 동안 우리는 참 많이 아프고 슬픈 날들을 보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각종 재난과 10.29 이태원 참사 등으로 소중한 이웃들과 이별하고 그 슬픔을 가슴에 품었습니다. 이제 인류에게 심판의 시기가 도래했다고들 합니다. 전염병은 더 강력한 전염병을 몰고 올 것이며, 기후 위기에 따른 자연재해는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 합니다. 인류가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해 있는 시점, 인류가 공멸의 길을 갈 것인지, 상생의 길을 갈 것인지는 오로지 인류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온갖 재난으로 불편해진 마음을 공유하며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기에 용기를 내봅니다.
우리의 두 번째 앤솔로지는 단시조로 꾸며 보았습니다. 감염병의 시대를 지나면서 문학을 향유하고 공유하는 형태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문학이 독자와 만나는 방식은 이미 디지털 장치들을 통해 활성화되었습니다. 짧고 긴 여운을 주는 글이 이 시대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었습니다. 단순히 짧은 시보다는 특수성을 갖는 시조를 사진과 함께 텍스트로 공유한다면 시조의 대중화는 물론 현대시조 창작 활성화에도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45자 내외로 이루어진 단시조는 3장 6구의 간결한 시형입니다. ‘시의성’을 갖는 짧은 시형으로서 단시조는 140자로 쓰는 트위터와 결합하기에도 적절한 장르입니다. 시조는 초·중·종장이라는 3장의 구성 안에 생각과 느낌을 모두 표현한다는 점이 순간의 모습만을 묘사해 놓은 하이쿠와는 구별됩니다. 김열규는 “말을 아낄 대로 아껴 쓰면서도 함축성은 부풀대로 부풀어야 한다”면서 단시조의 미학을 이야기한 바 있
습니다. 단시조를 사진과 융합하여 서사성과 시적 경험을 결합한다면 짧은 순간 이미지의 전환과 공감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순간 포착된 이미지를 전달하는 디카시의 속성은 짧은 긴장 속에도 완결성을 담고 있는 단시조와 결합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감수성과 문학성을 경험하게 할 것입니다.
글은 혼자 쓰지만 문학은 함께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외로운 문학의 길에 〈광주문학아카데미〉가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리라 믿습니다. 서로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함께 거듭날 수 있는 소중한 만남이 지속 되기를 소망하며 또 열띤 합평의 시간을 기다려 봅니다. 시대의 부조리에 촉각을 세우며 고뇌하고 고통받는 이웃의 손을 잡아 주는 우리가 되어, 역사의 과오를 기억하고 초록 생명의 꿈을 꾸어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쓰고 또 쓰며 한 시대를 증언하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누드 /고성만
한조각 허울조차
송두리째 던져버렸다
뼈대로 남은 생
고개 숙인 중심
울 수도,
안 울 수도 없다
오늘은 정년 아침
귀에 박힌 녹슨 말 / 김강호
내 귀에 잘못 박힌 나선형의 녹슨 말을
누군가 역회전의 드릴로 꺼내 보인다
아, 순간 확장된 귀에 차오르는 판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