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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사범계열 > 교육학 일반
· ISBN : 9791198387318
· 쪽수 : 275쪽
· 출판일 : 2024-06-21
책 소개
목차
옮긴이 서문
I. 서론
II. 중심 개념
1. 비판
2. 합리성
3. 전체사회적 기대
4. 해방
5. 당파성
6. 의사소통
7. 자기동일화와 동기
III. 교육과 사회
1. 사회변화의 과정에 있어서 교육의 과제와 가능성
2. 사회화와 교육
3. 긍정적 교육과 해방적 교육의 구성적 계기들
Ⅳ. 적용: 독일 교육제도의 내부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옮긴이 후기
참고문헌
책속에서
2018년 제이코비(Susan Jacoby)는 그녀의 저서 『반지성주의 시대(The age of american unreason in a culture)』에서 “오늘날 미국에서는 지식인과 비지식인 모두가 똑같이, 좌파건 우파건, 자신의 주장에 공명하지 않는 목소리는 모조리 듣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파하고 있다. 그녀는 “이런 외고집은 게으른 정신과 반지성주의의 본질을 드러내는 징후”라고 덧붙이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의 반지성주의는 주로 파시즘, 매카시즘, 근본주의, 극우주의와 연관시켜 바라보아야 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 모두에서 한국의 경우와 비교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 그러나 사회의 특정 계층에 대한 이와 같은 막연한 부정적 감정으로서의 ‘반지성주의’가 차차 그 범위를 넓혀 ‘신앙적 확신’, ‘성찰 불능’, ‘적대적 표현’과 손잡으며 급기야 ‘이성적, 합리적 소통을 수용하지 않는 정신 상태나 태도’로 우리의 일상적 삶 속에 확산되어 일반화 되어버린 경우를 우리는 현대 한국의 사회 속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옮긴이 후기 중)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새로운 차원으로 ‘왜곡’되어지는 의사소통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정치적 논의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포괄적 관점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파편적이고 양극화된 태도가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하버마스에 의하면 이처럼 파편화, 양극화, 부족주의화되어 서로 공명하지 않는 목소리를 상호 배제, 차단하는 디지털 공영역은 다른 의견의 침투, 다양한 의견들에 대한 포용성이 가능했던 고전적 공영역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도록 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체제를 새로운 차원의 위기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셈이다. … 아직도 이전 세기가 남겨둔 세계의 수많은 모순, 갈등에 적절하기 대응하기 위해, 더 나아가 디지털 혁명 이후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한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이 시대에 그 무엇보다 ‘비판’, ‘비판 이론’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옮긴이 후기 중)
오늘날 교육 이론으로서 ‘비판적 교육과학’의 관점이 적용되어 우리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줄 수 있을 만한 주제 영역, 그리고 그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방향성들은 대략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측면들에서 가능할 것이다.
첫째,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존하는 사회의 문화적 차원에서의 큰 틀에 관련되어 있는 교육을 ‘비판적 교육과학’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전체주의, 물신주의가 여전히 극복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디어, 대중매체의 발달로 전과는 뚜렷이 차별화되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더욱 심각한 폐해를 끼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현대의 교육이 얼마나 대상화의 상태로 몰락했는지, 즉 ‘반쪽짜리 교육(Halbbildung)’으로 전락했는지 비판적 시각에서 분석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반쪽짜리 교육’이란 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에 순응하는 교육으로서, ‘교육의 창조적 생성과 의미를 중심으로 삼으며 앞서가지 않고 지배층이 제시하는 이념들을 뒤쫓는’ 교육을 의미한다. 이처럼 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 능력이 없기에 지배 요구에 끌려가며 체제에 적응하려고만 하는 ‘반쪽짜리 교육’은 ‘비판적 교육과학’의 관점으로 볼 때 새로운 형태의 ‘야만(Barbarei)’을 이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반쪽짜리 교육’의 상태를 극복하고 진정한 창조, 생성의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교육 현상에 대한 모든 연구, 활동에 ‘이데올로기 비판’이 기본적인 전제로 깔려야 할 것이다.
둘째, 철저하게 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행정 차원에서 합리화(rationalisiert)되어 ‘관리되고 있는 세계(verwaltete Welt)’인 후기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문화제품’들이 교환 원칙에 의해 유통됨에 따라 인간은 단지 상품 교환의 중개자로서 존재하게 될 뿐이다. 이렇게 교환 가치가 횡행하는 가운데 존재하는 인간의 ‘사물화된 의식’은 인간성과 상반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며, 결과적으로 자유 및 비판, 책임을 포기하기까지 이르게 된다. 인습적인 순종, 맹신, 편견, 냉소주의, 공격성을 탑재한 채 권위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이와 같은 미성숙한 상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비권위적인 교사와 스스로 반성하는 학생의 관계를 회복하여 ‘성숙(Mundigkeit)’에 이르는 교육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데올로기 비판’을 통하여 ‘반쪽짜리 교육’의 상태를 극복하고 ‘성숙’에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길, 방법은 결국 교사와 학생 간에 긴밀하게 이루어지는 ‘의사소통(Kommnikation)’의 장을 잘 정립,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하버마스는 무엇보다 언론이 지속적으로 대중을 기만함에 따라 의사소통의 과정이 왜곡되어 있는 상황을 극복하는 일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일이라고 보았고, 이는 교육의 상황 속에서 바라볼 때 본래적으로 교사, 학생 간에 존재했던 ‘자연성’이 회복된 의사소통의 상황을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하여 무엇보다 먼저 ‘폭력’, ‘경쟁’, ‘불평등’과 같이 교육학적 관계에서 발견되는 모든 ‘미성숙’하고 ‘파괴적’인 요소들을 배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학교라는 공동체 속에서 서로 다름에 대한 인정과 배려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자아정체성을 발견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공존하는 삶을 실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식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똑같은 답을 요구하는 학습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지식을 내면화하고 반성적으로 되새기며, 더 나아가 창의적으로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자기반성적 사유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학생들이 스스로 처해 있는 환경, 예컨대 빈곤, 갈등, 위기와 같은 사회적 문제, 이슈들을 토론의 장에서 함께 논의하는 가운데 성찰적인 비판의식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근대 이후 계몽의 프로그램이 일사불란하게 관철되면서 ‘근대성(Modernitat)’의 경향성이 낳은 폐해 중의 하나로 ‘세계의 탈마술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합리성에의 요구가 강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주술적인 미메시스가 축출되면서 ‘경험의 생동성’이 살아 움직이는 ‘비동일성’의 차원이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메시스를 몰아내 버린 후 합리성은 단순한 도구성으로 타락하게 되었으며, 대중매체의 발달과 함께 문화상품들이 대량 생산되고 동일한 것들의 복제가 빈번해지면서 예술 작품을 통해 비로소 드러나는 진리 내용이 제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거대하게 굴러가는 경제체제로 화해버린 문화 산업 내에서 문화, 예술이 일차원화, 획일화되는 과정에서 인간의 진정한 사유, 정신의 자유 차원이 급속히 왜소화되는 결과에 이르게 되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한 대항으로서 아도르노는 ‘부정의 변증법 논리’에 따른 지양, 즉 사물화된 문화 산업사회, 그리고 적응의 메커니즘에 매몰된 예술을 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예술 내에 진리 내용을 표출할 수 있는 지향점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비판적 교육과학의 이론적 시도들 중 이와 같은 방향성 하에 서 있는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자. 1982년 클라프키는 음악교육수업에서 개인의 경험을 표현하는 구성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낼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후 1990년 몰렌하우어는 ‘나-자신-의식’으로 향하는 예술교육이 일반교육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불프(Ch. Wulff)는 1992년 역사적 인간학의 일환으로 인간의 감각(Sinnlichkeit)을 되살려내는 예술교육의 원리에 대하여 진지하게 연구한 바 있다. (옮긴이 후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