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8431202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3-08-31
목차
제1부-시간
근신의 시간, 책을 펼치며
『바다의 침묵』 을 다시 읽는다
21세기, 전염병에 대한 예측
노인의 예지, 노인의 불꽃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능
압생트 한 잔에 대한 생각
와인도 술이다
평범한 와인이 유명 문화상품으로
오늘날의 ‘반달리즘’
누군가 저기 고독에 눌려 있다
낙엽을 따라가다
책 읽는 실버, 토론하는 노년
21세기에는 ‘리외’가 많아서 다행이다
제2부-공간
러시아가 본 프랑스를 우리가 보다
망우리의 재발견, 열린 기억의 문화
걸으며 생각하고 생각하며 걷는다
파리 국제기숙사촌
밥 그리고 신토불이
중국음식과 프랑스음식
지하철 보호석
우리말을 ‘함함’하게
바가지 상혼에 맞서려면
공중화장실
출렁다리와 데크, 케이블카
베르덩에서 DMZ를 떠올린다
인명을 널리 활용합시다
길 이름 광장 이름, 고유명사로
지옥고, 하녀방
용도변경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원조 다문화국가 프랑스의 뿌리는
제3부-사람
고흐의 삶과 예술을 다시 본다
드레퓌스 사건과 우리
타르튀프는 지금도 여전히
이렇게 치열한 글쓰기 자세
돌아오는 부메랑, 돌아오지 않는 부메랑
리플리 증후군, 태양은 가득히, 알랭 들롱
욕설을 예술로, 분노를 노래로
‘사형제도 존폐 논쟁’ 다시 가열될까
패배한 프랑스 국민영웅 베르생제토릭스
어린이를 바라보는 사랑의 눈길
국민가수, 국민배우, 사회참여
쥘 장-루이 소령을 추모함
국가는 영웅들께 어떻게 보답해야 하나
제4부-프랑스 인문 기행
유럽은 다양하다
삶과 죽음은 어깨를 맞대고
권력의 사치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삶의 즐거움, 삶의 탐구
먹고 마시고, ‘사부아르-비브르’를 위하여
보르도에서 읽는 세 작가의 경륜
브르타뉴에서 노르망디까지
은밀한 감미로움을 찾는다
유럽 문화의 교차로 스트라스부르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울에 치우친 우리나라의 중앙 집중화 과밀현상과 마찬가지로 파리 역시 프랑스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온갖 프랑스적인 특질과 정수가 모여 있다. 물론 진작부터 확립된 지방자치제로 정치, 재정, 문화, 복지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상당한 지방 분권이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에서는 프랑스 에스프리와 매력이 여전히 밀도 있게 농축되어 있다. 수도와 지방간 생활의 질적 차이가 그리 크지 않더라도 파리가 12세기 이후 프랑스 중심지로 발달해온 역사 맥락 아래 고유하고 독특한 색채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가령 지방에서 태어나 그 지역이나 외국에서 주로 활동하던 많은 작가, 예술가들도 그들의 사후에는 파리에 묻혀 영원한 안식을 누린다. 그들이 프랑스어로 써서 당당히 세계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대문자로 장식한데 대한 보상이라도 받는 듯 파리 곳곳의 여러 묘지에 누워 끊임없이 찾아드는 순례자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파리 바스티유 광장에서 레옹 블렁 광장을 지나가다 보면 페르 라셰즈 묘지가 나타난다. 17세기 세력이 당당했던 가톨릭 예수회에서 사제들 주거용으로 구입한 이 일대는 루이 14세 고해담당이었던 프랑수아 덱스 드 라 셰즈 신부에 의하여 확장되고 아름답게 가꾸어졌다. 1803년 건축가 브롱뉘아르가 묘지로 개조한 이후 오늘날까지 파리에서 첫째가는 규모와 조경 그리고 기라성 같은 인물들의 영면장소로 이름 높다. 발작, 보마르셰, 모딜리아니, 오스카 와일드, 쇼팽, 네르발, 제리코, 에디트 피아프, 생-시몽 같은 인물들이 묻힌 이 묘지는 19세기 후반 파리 코뮌 당시 치열한 전투 현장이 되기도 했다. 당시 처형된 코뮌 파들은 그들의 이름이 새겨진 벽 아래 묻혀 있다.
묘지라기보다는 이제 유명한 관광지가 된 이곳은 잘 가꾸어진 공원이나 옛 성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유택. 실로 수많은 시인, 작가, 음악가. 가수, 건축가,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이 안장되어 있다. 대부분 유럽의 묘지가 그러하듯 주로 석제품의 4각봉분과 흉상, 간단한 묘비 등이 줄지어 있고 싱그러운 녹음과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속에 가히 이것이 죽은 자의 평화구나 하는 느낌이 선연하다. 으슥한 비탈이나 봉분만 빼곡하게 들어찬 공동묘지가 주는 괴괴한 음산함은 찾기 힘들다. 삶과 죽음이 근거리에 위치하여 그것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생활화 되면서, 흡사 거기에는 죽은 자들과 대화라도 하려는지 그들의 속내 이야기가 정적을 깨고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알프레드 드 뮈세. 파리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살다가 파리에서 죽은 시인. 작가 조르주 상드와의 격정으로 베니스로 떠난 얼마를 제외하고는 파리의 정서와 에스프리, 파리의 사랑이 그의 시 행간에 묻어나고 있다. (「삶과 죽음은 어깨를 맞대고」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