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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을 비추는 거울을 부수고

비극을 비추는 거울을 부수고

앨릭스 E. 해로우 (지은이), 황소연 (옮긴이)
든
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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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을 비추는 거울을 부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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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비극을 비추는 거울을 부수고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98556097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6-09-28

책 소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2026년 휴고상과 로커스상을 수상한 앨릭스 E. 해로우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이어 《백설 공주》를 다시 쓴다. 《비극을 비추는 거울을 부수고》는 공주의 행복을 위해 패배하고 죽어야 했던 악역의 자리로 시선을 옮긴다.

저자소개

앨릭스 E. 해로우 (지은이)    정보 더보기
미국 켄터키에서 자랐으며 베레아 대학에서 역사학 학사, 버몬트 대학에서 역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스턴 켄터키 대학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를 가르쳤다. 2019년에 단편 〈A Witch’s Guide to Escape: A Practical Compendium of Portal Fantasies〉로 휴고상을 수상했다. 2019년 작 《재뉴어리의 푸른 문》은 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최고의 판타지 소설에 선정되었고, 비평가들의 찬사와 더불어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월드 판타지상 최종 후보작이 되었으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등재되었다. 2020년 작 《The Once and Future Witches》는 영국 판타지 소설상인 로버트 홀드스톡상을 수상했다. 2021년 작 《저주를 잣는 물레를 부수고》는 휴고상과 로커스상, 브리티시 판타지상 중편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22년 작 《비극을 비추는 거울을 부수고》는 휴고상과 로커스상 중편소설 부문 최종 후보, 서던 북 프라이즈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23년 작 《Starling House》는 리즈 위더스푼 추천 도서에 선정되었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등재되었다. 2025년 작 《The Everlasting》은 로커스상 판타지 장편소설 부문과 휴고상 장편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현재 남편, 두 아이와 함께 버지니아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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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연 (옮긴이)    정보 더보기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출판기획자 겸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레퀴엠》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케이크와 맥주》 《서머싯 몸 단편선》 《인생의 베일》 《호오포노포노의 비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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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물론 조금 피곤할 때도 가끔 있다. 정신을 차려 보면 여기가 어디인지, 어느 시대인지 알 수 없게 되어서 모든 이야기가 찔린 손가락과 저주받은 여자들이 끝없이 빙빙 도는 반복 속으로 뭉개져버린다. 가끔은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벼랑 끝에서 망설일 때도 있는데, 몸속 원자들이 물리 법칙을 상대로 치열하게 싸우다가 다 닳아버린 것처럼 완전히 영혼까지 기진맥진하다. 그럴 때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말든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외면하고 싶어진다.
나는 스물한 해 동안 ‘죽어가는 여자 지니아 그레이’로 살면서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시간만 죽였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여전히 죽어가고 있지만(안 죽는 사람도 있나), 고향에서의 내 삶은 신문 일면을 장식하지 않았다(모험을 떠나는 사이사이에 임시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 지난 두 해는 여름마다 브리스톨 르네상스 축제에서 세상에서 가장 그럴싸한 중세 의상과 소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나는 ‘차원을 넘나들며 여자들을 구하는 왈가닥 지니아 그레이’기도 하다. 이제 와서 그걸 그만둘 수는 없다.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은 내 몫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죽기 전에 가능한 많은 것들을 나누려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저 뒤풀이만 생략하고 있다. 결혼식이나 피로연, 무도회 등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마지막 축하 장면 같은 것들 말이다. 한때는 즐거웠지만 요즘은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지루하게만 느껴진다. 다 같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지. ‘행복하게’는 그 후로 오래오래 계속될 수 없다는 걸 모두 알면서도 그러니까. 진실은 문장 안에 숨겨져 있다. 원래 문장은 “그 후 영원의 세상에서 행복했다”였다.
말하자면 이런 뜻이다. “이보세요, 어차피 누구나 죽어 천국에 가는데 불행과 재앙이 이 필멸의 행성에 사는 우리들에게 들이닥친들 뭐가 그리 큰일인가요?” 그런데 여기서 말 하나를 잘라내면 짜잔, 죽음의 필연성은 영원한 장밋빛 인생의 약속으로 바뀐다.


그 입술이 조용히 움직인다.
“제발.”
거울이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창문처럼 보이고 여자가 한쪽 손을 들어 반대편 유리에 가져다 댄다. 그의 손끝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하다.
주저하기에는 그동안 공주 구하기 게임을 너무 오랫동안 해왔다. 나도 같이 유리를 향해 손가락을 올리지만, 거기에 뭐가 있기나 할지 모르겠다. 그의 손에서 나오는 온기와 피부의 미세한 탄성만은 느껴진다.
그의 손가락이 갈고리발톱처럼 내 손목을 와락 잡아채더니 그대로 나를 홱 끌어당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 법칙이 깨졌다. 내 시선이 그 여자가 손에 들고 있는 거울로 휙 날아간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등허리를 따라 전율이 흐르고 뒷덜미가 저릿하다.
“당신.” 나는 말한다. 목소리가 떨리지만 두려움 때문은 아니다. “공주가 아니군요.”
완벽하고 깔끔한 그 눈썹이 약간 더 치켜 올라간다. 이 세상 사람들도 눈썹 정리를 하는지 궁금해진다.
“아니지, 지금은.” 여자가 왼쪽 관자놀이의 옴폭한 분홍빛 자국을 매만진다. 그제야 나는 그 자국이 왕관의 무게 때문에 남은 흔적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여기가 어디죠?”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한 방정식이다(사과+거울+왕족).
답은 정해져 있다. 여기에는 물레도 요정도 없지만, 내 왼쪽 폐를 걸고 장담하는데 저 숲속 어딘가에는 일곱 난쟁이가 있을 거다. “당신 누구예요?”
여자의 의기양양한 기세에 아주 잠깐 금이 간다. 질문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폐하라고 불러도 좋고, 네가 자비를 구할 때라면 여왕님이라고 불러도 괜찮아.”
이제껏 악랄한 위협은 적지 않게 들어봤지만 이처럼 심드렁하면서 진지한 말투의 협박은 처음이다. 조금 김이 샌다. “네. 그러죠. 음, 영광이에요.” 내 시선이 하나뿐인 문 쪽으로 미끄러진다. 내가 그보다 몇 걸음 더 문에 가깝다. “제가 어떻게 여기 오게 됐는지 궁금하시겠네요….”


도서 DB 제공 : 알라딘 서점(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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