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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가
· ISBN : 9791198775009
· 쪽수 : 24쪽
· 출판일 : 2024-05-22
책 소개
목차
A Little White Lie - 어느 화가를 묘사하는 약간의 픽션 - 이태리
Lens with Words - 최초의 동물, 최후의 인간 - 최석원
Extra-temporel - 복잡한 관계를 끌어안는 관대함 - 이근정
Table Talk - 성곽 아래로 해 떨어질 때 우리의 재담 또는 농담 - 허진×이승훈
Myselves - 드러내는 부끄러움과 용기 - 허진
책속에서
“이 거리 참 아름답지요? 여기 카페가 커피도 맛있고 빵도 맛있어요. 아름답게 한번 골라보시지요.”
남자가 쾌활한 어조로 말한다. ‘아름답다’는 말을 연달아 두 번씩이나 사용하는 중년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너무나 긍정적이면서도 너무나 범용적인 형용사의 갑작스런 등장에 나는 당황하지만 기색을 감춘다. 남자와 나는 매장으로 들어가 아몬드 크림이 들어간 갈레트와 크렘 브륄레, 커피를 사서 테이블로 돌아온다.
허진의 동물 연작은 인류 최초의 그림과 적잖이 닮았다. 구석기인과 허진의 그림에서는 모두 무한정의 공간을 누비는 야생 동물이 주인공이며, 인간은 개체가 아니라 집단으로서 동물과 관계를 맺는 조연일 뿐이다. 허진은 동물의 몸에 은빛 선을 긋고 또 그어 빛나게 하며, 점안點眼하여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 그림의 제목에는 동학군과 서태지가 나온다. 1894년 전라도에서 봉기해 전국으로 퍼지다가 짓밟힌 동학 농민군과, 1992년 등장해 활화산 같은 시대 현상이자 상징이 된 서태지는 어떻게 연결될까? 연대로만 말한다면 그 98년 사이에는 작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작가 자신의 출생이 있다. 세 세대가 나오고 물러가며 흘러간 그 시간을 작가는 어떻게든 해석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가 처한 시간은 명백히 서태지의 시간이다. 탈냉전 시대 동북아 한국에 몰아친 감수성 혁명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