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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씨발 엄마

엄마, 씨발 엄마

박성희 (지은이)
어린작가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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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씨발 엄마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엄마, 씨발 엄마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799135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5-10-31

목차

005 화요일
056 수요일
112 목요일
159 금요일, 김건수 노인
185 금요일 그리고
230 토요일
258 어느 날

저자소개

박성희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22년 직지신인상 소설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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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마음이 강하지 않아도 괜찮던 시절이 있었다. 몸이 힘들어서 아무도 마음을 돌보지 않던 때였다. 사람들은 죽을힘을 다해 삶의 파고를 넘다가 임계점이 지나면 울음소리도 없이 버티는 일을 그만두고 거품처럼 스러졌다.

놀면 아프다는 소리가 단지 몸에 관한 것만은 아니었다. 생계를 위해 더 일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오자 사람들은 멀거니 앉아 자신의 빈 마음을 들여다보게 됐다. 싫어도 시간이 있으니 보였다. 상처투성이로 아무것도 없이 앉아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돈이나 정신없이 쓰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연락도 없이 5년 만에 나타나 놓고, 마치 며칠 전에 만났던 사람처럼 내가 낚시하고 있는 바다로 와서는, 건네주는 보조 의자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그래 놓고 한숨처럼 이 말을 내뱉었다.

사라졌던 5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나는 화를 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버지가 살아있을 때도 엄마는 외로웠던 걸까. 외로운 줄도 모르고 외로워서, 공허하기만 한 사람들을 만나며 빈 시간을 없애고 있었던 걸까.

나는 예전 정일이 자기 할머니의 얼굴을 살폈던 것처럼, 진실을 알기 위해 엄마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엄마여도 타인일 뿐이었다.

과거를 추억하는 시간보다, 즐거운 일을 하는 시간이 더 많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납득하기 어렵지만,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이 그런 일이라고 한다면, 나의 정의만이 옳다고 우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고여 있어서 썩는 게 물만은 아니니까, 사람도 흘러만 가고 있다면 괜찮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외로움은 저수지처럼 엄마의 마음에 고이기만 하는지, 엄마가 사들이는 옷이 점점 비싸졌다. 나는 엄마가 지난번보다 비싼 옷을 살 때마다, 새 옷을 사는 주기가 짧아질 때마다, 더 비싼 선물을 얻을 때마다, 엄마의 외로움이 마음에 고이고만 있는 증거 같아서 심사가 복잡해졌다.

엄마가 페이스북의 ‘좋아요’에 일희일비할 때마다, 자기 내면보다 외부에 더 신경을 쓸 때마다 저걸로 괜찮은 걸까, 하고 생각하게 됐다.

세상이 바뀔 때마다 삶에 정답이 바뀌는 걸까. 정답이 있기는 한 걸까. 할머니는 노동을 힘에 겨워하면서도 세상에 재미있는 게 나오면 내 손을 잡고 구경하러 다녔다. 죽는 순간까지 할머니는 미안해하기는 했어도 외로워하지는 않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때때로 화가 나고 피곤하고 상황이 짜증스러워도 외로운 적은 없었다. 외롭다고 사람을 만난 적도 없었다. 외롭다고 화를 낸 적도 없었다. 그건 아버지도 김건수 노인도 마찬가지였을 터였다. 할머니도 나도 아버지도 김건수 노인도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좇는 일에 솔직한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욕망을 좇느라고 바빠 다른 사람을 오래도록 들여다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진짜 욕망도 모르고 외로운 사람들을 아버지와 김건수 노인은 경멸하고 할머니는 안쓰러워했다. 가끔 동네 사람들이 사소한 일로 시비를 걸고, 난장을 피울 때마다 할머니는 외로워서 그래, 하고 말했다. 그때의 외로움은 무지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떠나고 나이를 먹으며 내가 본 외로움은 무지보다 체념에 가까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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