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의 역사 (페르시아 제국에서 이슬람 혁명까지)
정광일 | 퍼플
12,200원 | 20250630 | 9788924161533
이 책은 이란이라는 국가가 전쟁의 불꽃 속에서 어떻게 태어나고, 변화하며, 흔들려왔는지를 추적하는 전쟁 중심의 역사 서사이다. 고대 제국 페르시아로부터 2025년 이스라엘과의 전면 충돌에 이르기까지, 이란의 역사는 끊임없는 외침과 내란, 종교와 권력, 민족과 이념의 충돌로 점철되어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전쟁의 궤적 속에서 이란이라는 나라가 어떤 고통을 겪었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했으며, 결국 어떤 정체성을 선택해왔는지를 묻는다.
책의 서두에서는 아리아인의 후예로서 고대 문명을 꽃피운 이란 고원의 심장부가 왜 수천 년 동안 전쟁의 불씨가 되었는지를 조망한다. 이어지는 1장에서는 키루스 대왕의 정복 전쟁에서 시작해 알렉산더 대왕의 침공까지, 고대 페르시아 제국이 전쟁으로 시작되고 전쟁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조명한다. 2장에서는 사산 왕조가 로마 제국과 벌인 지구전, 조로아스터교를 둘러싼 종교 전쟁, 그리고 이슬람 세력의 등장으로 맞이한 몰락의 순간을 다룬다.
3장은 이슬람 제국의 틀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페르시아 지식인의 저항과 분열, 몽골 침략의 문명 파괴를 그려내며, 4장은 사파비 왕조가 시아파를 국교화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종교 정치의 시대를 오스만과의 전쟁을 통해 풀어낸다. 5장에서는 제국의 쇠락기, 카자르 왕조가 러시아와 영국이라는 두 제국의 압박 속에서 어떻게 무너져 갔는지를 전쟁과 반란의 반복으로 보여준다.
6장은 근대화를 명분으로 권력을 강화한 팔라비 왕조의 등장을 조명하며, 레자 샤의 군사 개혁,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연합군 점령, 석유를 둘러싼 국제 분쟁이 이란을 새로운 형태의 전쟁터로 만들었음을 서술한다. 이어지는 7장에서는 석유 국유화를 시도한 모사드데크 총리의 개혁이 어떻게 국제 정치의 파장 속에서 무너졌는지, 그리고 그 이후 민주주의의 몰락과 독재 체제의 씨앗이 어떻게 심어졌는지를 추적한다.
8장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이 발발한 전후의 정세를 배경으로, 군중의 반란과 왕조의 붕괴, 호메이니 체제의 등장 과정을 다룬다. 혁명은 단지 체제 교체가 아니라, 전쟁이 낳은 정치적 변종임을 이 장은 보여준다. 9장은 이란-이라크 전쟁이라는 8년의 장기 소모전을 통해, 이란 사회가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었는지를 전면전, 화학무기, 소년병 등의 참혹한 현실로 드러낸다. 종전은 끝이 아니었고, 단지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위한 휴지기에 불과했다.
마지막 10장은 2025년 이스라엘과의 충돌이라는 가상에 가까운 현존의 위기를 중심으로, 사이버 전쟁과 드론전, 시리아 내전 개입 등으로 확장된 이란의 군사 전략을 서술한다. 물리적 국경을 넘어선 새로운 전쟁의 시대, 이란은 이제 단지 방어하는 국가가 아니라 중동 질서를 흔드는 ‘변수’로 변모했다는 현실을 고발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전쟁이란 무엇인가, 그 전쟁의 기억이 한 나라의 정치와 문화, 외교와 민족성에 어떤 궤적을 남기는지를 되묻는다. 핵무기의 문턱 앞에 선 이란이 과연 평화의 문을 열 수 있을지, 그것은 단지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가 함께 마주한 질문이 된다.
이 책은 전쟁을 통해 이란을 읽는다. 그리고 전쟁 없이 이란을 이해할 수 없음을, 전쟁 속에서 이란이 어떻게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재정의해왔는지를 역사적 맥락 속에 새겨넣는다. 단지 전투와 전황의 나열이 아니라, 전쟁이 한 나라의 운명을 어떻게 설계했는가에 대한 깊은 탐구이자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