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년의 삶 (노년의 행복한 삶을 찾아서)
김용수 | 부크크(bookk)
22,500원 | 20250408 | 9791141933463
노인을 춤추게 하자
노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답이‘지저분하다. 냄새가 난다. 앉으면 존다’였다고 한다. 그럼, 이번에는 노년하면 연상하는 색을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자. 아마도 거의 회색, 검은색, 흰색 같은 무채색을 꼽지 않을까. 물론 일본에서 사용하기 시작해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는 실버( Silver), 즉 은색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나, 노인의 흰머리를 미화시켜 은발로 표현하고 그것을 노인을 지칭하는 단어 Silver(실버)로 사용하는 일본이나,‘Gray Panthers(회색표범)’라 하여 노인 권익운동단체 이름에 회색이 들어가는 미국이나, 자의든 타의든 노년의 색을 연상하는 범주는 놀랄만큼 닮아 있다. 유정. 마흔에서 아흔까지, 경기: 서해문집, 2009: 22.
수명이 늘어난 것이 가난한 노인에게는 결코 축복일 수 없다. 병마와 싸우며 죽지 못해 연명하는 삶은 고통일 뿐이다. 평생을 해로하다 둘만 남은 부부의 한쪽이 중병에라도 걸리면 삶의 질은 극도로 악화된다. 가족의 힘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어 종국에는‘간병 살인’이라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마는 경우도 적잖다.
자식들에게도 외면 받는 노인들이 할 수 있는 호구지책이란 종이 줍는 일 외엔 없다. 일생 나라와 자식을 위해 일한 대가가 넝마주이 신세인 것이다. 서울의 한 구에 종이 줍는 노인이 1,000명 넘는다고 한다. 자식들 또한 만만찮은 생을 살고 있기에 노인들은 자신들이 부모에게 했던 봉양이란 말을 잊고 산다. 부담을 주기 싫은 것도 어쩌면 자식들에게 마지막 남기는 사랑일 것이다.
빠른 속도로 늘어가는 노인들을 받들기엔 국가도, 젊은 세대도 힘에 부친다. 기초노령연금 몇 만원을 더 줄 형편이 못돼 결국 공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공짜로 타고 다니던 대중교통도 적자의 원인이라며 줄이겠단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식 세대가 고통을 분담하는 길밖에 무슨 다른 방도가 있겠는가. 10만∼20만원 세금을 더 내면 된다. 교통 요금도 십시일반 보태면 되지 않겠는가. 생활이 조금 궁색해지더라도 견뎌야 한다. 부모 세대도 견뎠다. 그러다 가난의 구렁텅이에 빠진 그들을 위해 감수하는 게 마땅한 도리다.
예산을 늘려서 노인 복지체계를 세심하게 손봐야 한다. 주위엔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중병에 걸려도 병원 한 번 가지 못하는 노인을 위한 사회 안전망도 시급하다.
가난보다 힘든 건 고독이다. 돈보다도 벗이 더 절실하다. 노인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여가 문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빈곤율과 더불어 노인 자살률 또한 한국은 세계 1위다. 우리만 지난 10년 동안 두 배 넘게 뛰었다. 질병과 가난도 원인이지만 고독이 첫째 이유다. 서울보다 농어촌의 노인 자살률이 높은 것도 그런 연유다.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 누구라도 노인이라 불리는 날이 온다. 미래의 우리를 보는 마음으로 노인을 봐야 한다. 그래서 노인이 춤추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손성진. 노인이 춤추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신문, 2013년 11월 28면.
아무나 노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질병과 전쟁의 사고에서 일단 살아남아야 노년을 맞을 수 있다. 같은 중년을 보내고 있는 배우자와 친구들, 선후배들 가운데 과연 몇 사람이 살아남아 노년을 함께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하면 나이 듦 자체가 얼마나 무겁고 엄숙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노인들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어르신’,‘시니어’,‘실버’,‘연장자’같은 말로 완곡하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늙었는데 가난하기까지 하다면 노궁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속되게 표현할 때는‘노인네’,‘노친네’,‘노땅’ 이것은 노인보다는 중장년 정도 혹은 꼰대스러운 사람들, 상사, 선배들을 지칭할 때 주로 쓴다. 종종 일베 용어로 오인받는 경우가 있으니 사용에 주의.
, 틀딱 등의 용어를 쓴다. 당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불쾌해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비하명칭들처럼 격의없이 친한 사이에서 쓰거나 같은 노인끼리 쓰면 친근감의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것은 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미국에서는 old man 사실 이건 영어의 관용어구인데, 소유격과 함께 써서 one's old man이라 하면 그 사람의 아버지란 뜻이 된다. 격식 차리지 않는 대화 등에서 쓴다. 예: My old man = 나의 아버지. 그래서 엘튼 존 노래를 들어보면 Goodbye Yellow Brick Road에서도 I should have listened to my old man이라는 구절이 있고 Saturday Night's Alright for Fighting에서도 My old man's drunker than a barrel full of monkeys and my old lady, she don't care라는 말이 나온다. old lady는 어머니라는 뜻이다.
대신 senior citizen을 쓰고, 일본에서는 老人 대신에 한국의‘어르신’에 대응하는 말인 年寄としより라는 단어를 쓴다. 아예 안 쓰는 건 아니고 老人 앞에 접두어 ご를 붙여서 ご老人이라고 쓰기도 하지만 문어적인 느낌이 강한 표현이라 일상에서는 잘 쓰이지 않고, 대신 앞에 존경의 의미를 갖는 접두사 お를 붙인 'お年寄り'를 많이 사용한다.
영국에서는 설령 노인이라고 해도 타인에게 old라고 하면 굉장히 무례한 것이라, elderly라는 표현을 대신 쓴다.
이 책에서는 왜 우리가 은퇴 이후를 불안하게 느끼는지 고찰하고 인생 2막을 맞이하는 데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생각해 보려 한다. 준비라고 하면 돈과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필요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인간은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까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플리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미키 기요시(三木淸) 같은 철학자들의 말을 들어볼 것이다. 그중에서도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사상을 참조할 생각이다.
이 땅의 노인들에게 전원 정부 표창을 줘도 이상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