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1994
야니스 요녜브스 | 나무야미안해
16,200원 | 20250626 | 9791189474270
1990년대 초,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와 함께 독립을 되찾은 라트비아. 그 격변의 시기를 배경으로, 열네 살 소년이 헤비메탈에 매료되어 꿈같은 10대를 헤맨다. 『메탈, 1994』는 1994년 라트비아의 도시 ‘옐가바’를 무대로, 반항과 자의식, 음악과 우정, 그 모든 것을 통해 성장해가는 한 세대의 자화상을 그린 소설이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한 소년의 내면 일기이자 한 시대의 문화적 기록으로도 읽힌다. 헤비메탈 씬에 대한 찬미, 체제 전환기의 청춘이 겪는 혼란, 그러면서도 모두와 ‘다르고’ 싶어 안간힘을 쓰던 나이. 친구들 사이에서 ‘평범’이 되는 것이 불명예로 여겨지고, 거친 음악과 낯선 상징 속에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찾고자 했던 시절. 라트비아의 90년대는 그렇게, 전 세계의 10대들이 겪어온 ‘그 시절’과 겹친다.
특정한 장소와 시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선택들은 보편적이다. 어른이 되기 전, 세상을 전복하고 싶었던 시기. 수업 시간에 노트에 밴드 로고를 그리고, 어깨에 카세트 플레이어를 매고 다니며, 음악을 통해 나와 세계의 경계를 확인하던 감각. 그 시절을 직접 겪은 이들이라면, 책을 읽는 내내 복잡한 향수와 웃음, 혹은 10대를 떠올리며 느끼는 민망함이 조금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메탈헤드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데스메탈 밴드의 티셔츠, 카세트테이프, 몰래 모은 잡지, 친구들과의 헤드뱅잉, 첫 라이브의 충격. 그 모든 것을 통과해온 이들에게는 익숙한 기억의 복원이고, 메탈을 알아가는 독자들에게는 한 문화가 가진 정서를 들여다보는 창이 되어준다. 익스트림한 음악 안에 숨겨진 감정, 공동체, 그리고 저항의 정서가, 한 나라의 역사적 격동기를 배경으로 더욱 선명하게 떠오른다. 『메탈, 1994』는 메탈이라는 음악 장르가 단지 취향이나 소음이 아닌, 한 세대의 생존 방식이자 자아 탐색의 언어였음을 증명한다.
이 특별한 소설을 한국어로 옮긴 이는 데스메탈 밴드 도굴(Doguul)의 보컬리스트다. 메탈이라는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감각이 번역의 세부에까지 스며 있어, 원작의 정서가 보다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