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네마: 영화소설과 시나리오 2
백문임, 김다영, 이만강, 최우정, 김상민 | 보고사
38,700원 | 20250825 | 9791165879136
일제강점기 신문에 연재된 영화소설과 시나리오를 복원하고 이를 삽화, 스틸사진과 함께 소개한 『키네마: 영화소설과 시나리오』 제2권이 출간되었다. 2022년 출간된 제1권에 이은 이번 책은, 대중예술로서의 영화가 활발하게 유통되던 식민지 조선에서 영화가 단순한 시청각 예술을 넘어 문학, 미술, 저널리즘과 긴밀하게 얽혀 있었음을 구체적인 사료를 통해 조명한다.
제2권에는 총 다섯 편의 텍스트가 실렸다. 1927년 이경손이 쓴 영화소설 「백의인」, 1931년 김영팔 원작·안종화 각색의 시나리오 「싸구료 박사」, 1935년 안석영의 신문 연재 소설 「춘풍」과 이를 각색한 박기채 감독의 영화소설 형식 수기 「춘풍」, 그리고 1937년 안종화를 포함한 7인의 작가가 공동 작업한 연작 시나리오 「여인부락」이 그것이다. 이 중 「춘풍」은 두 가지 판본을 함께 실어, 소설에서 영화로 전환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도 상세히 보여준다.
이번 권의 핵심적인 기획은 "삽화와 스틸사진과 함께 작품을 읽는 것"에 있다. 신문 연재 당시 거의 매일 삽입되었던 삽화와 스틸사진은 단순한 보조자료가 아니라, 해당 작품의 분위기와 캐릭터 성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를 통해 작품은 텍스트로서만이 아니라, 시각적이고 서사적인 총체로 재구성된다.
특히 안석영이 글과 삽화를 직접 맡았던 「춘풍」과, 이를 영화로 각색한 박기채의 수기 형식 「춘풍」은, 텍스트와 이미지, 작가와 감독의 상호작용을 한눈에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평가된다. 여기에 객원 필자 김상민 연구자가 「춘풍」을 중심으로 안석영의 다재다능함과 영화적 상상력의 구현 방식을 분석한 논문을 기고했다.
또한 여성 캐릭터들의 다양한 사회적 유형을 담아낸 「여인부락」에서는 구여성, 신여성, 기생, 여급, 유한마담 등의 캐릭터가 당대 대표 여배우들의 이미지와 맞물려 재현되며, 남성 작가들이 구성한 여성 서사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키네마』 시리즈는 당초 『조선영화란 하오』(창비, 2016) 편찬 작업 중 발견된 귀중한 사료들을 토대로 기획되었다. 1920~30년대 식민지 조선의 영화 관련 기사, 영화소설, 시나리오, 그리고 그에 수반된 이미지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발굴과 재조명의 가치가 크며, 당시 열악한 제작 환경과 검열 속에서 지식인들이 영화를 ‘읽는 예술’로 소비하고자 했던 흔적이기도 하다.
이번 제2권은 식민지 시기 조선의 영화문화가 텍스트, 이미지, 인물, 언론이라는 복합적 매체를 통해 어떻게 구성되고 유통되었는지를 보다 깊이 있게 파헤치는 연구자와 독자 모두를 위한 자료집이자 읽을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