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있다
이신영, 왕신연, 최다정, 권혜지, 김윤아, 이지우 | 모랑
11,700원 | 20230102 | 9791196898861
글로벌콘텐츠랩 〈한 사람〉의 첫 번째 콘텐츠비평집
‘좋은 콘텐츠의 본질은 한 사람’이란 가치를 걸고 탄생한 글로벌콘텐츠랩 〈한 사람〉의 첫 번째 콘텐츠비평집이 발간되었다. ‘한 사람’을 테마로 한 비평집 『한 사람이 있다』에는 열네 명 작가의 열네 명의 ‘한 사람’이 실려 있다. 그 열넷은 서로 다른 이름의 ‘한 사람’으로 주연도 조연도 엑스트라일 수도 있다. 극중 비중이나 역할, 대중 인지도와 상관없이 열 네 명의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긴 콘텐츠 속 저마다의 한 사람을 만난다.
상투적인 클리쉐의 한복판에서 인생의 예술성을 지켜내고, 흥행성적에 따라 결정되는 비정한 몸값으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살려내고, 종국에는 고정된 설정값에 머무르지 않고 살아있는 캐릭터로서 스스로를 구원해낸 콘텐츠 속 ‘한 사람’을 이 비평집에서 만날 수 있다.
총 열네 명의 다채로운 ‘한 사람’
열네 명의 작가들이 선정한 ‘한 사람’에는 성별, 성정체성, 국적, 나이, 사회적 배경 모든 것이 다른 캐릭터들의 인생과 세상이 담겨 있다.
1부에서는 금기를 깨고 비상하는 ‘한 사람’을 만난다.
김민정은 36년 만에 귀환한 영웅 매버릭의 다섯 가지 얼굴을 탐구하며, 최다정은 202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최고 히트상품인 〈주술회전〉에서 5화만에 사망한 비운의 조연 캐릭터 요시노 준페이에 주목한다. 이지우는 BL 장르 드라마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시멘틱 에러〉의 두 주인공 ‘이상한’ 추상우와 ‘수상한’ 장재영을 다루며, 장유솔은 HBO의 히트작으로 마약, 섹스, 폭력에 물든 청소년들의 세계를 다룬 드라마 〈유포리아〉의 주인공 캐시의 ‘지팔지꼰’ 행보를 추적한다.
2부에서는 미성년 혹은 비성년의 경계에 선 ‘한 사람’을 만난다.
권혜지는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유괴당한 11살 아이 배초희를 통해 어느덧 괴물이 되어버린 어른의 마음에 대해 논하고, 왕신연은 35세의 어른이지만 생각은 아이에 멈춰있는 미성숙한 인물 원오(〈소실적해자〉)의 내면을 파헤친다. 김채경은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에서 동심을 간직한 어른 리을의 내면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와의 관계성에서 논한다.
3부에서는 네 명의 여성 캐릭터에 담긴 ‘한 사람’으로서의 삶에 주목한다.
이신영은 영화 〈툴리〉에서 독박육아 중인 마를로가 야간보모 툴리와 만나는 이야기 속에서 모성의 두 가지 모순적 속성을 발견하며, 최보인은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의 마츠코의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이었던 인생의 경로를 조망한다. 이효진은 〈우리들의 블루스〉의 정은희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전형성을 벗어나는 은희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 논한다. 김윤아는 프린세스 메이커 디즈니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던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 뮬란이 이후 디즈니의 여성 캐릭터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다.
4부에서는 혼돈의 내면을 드러내는 ‘한 사람’을 만난다.
남은혜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서 정신병에 시달리는 다이애나와 다이애나가 집착하는 죽은 아들 게이브의 관계를 탐구한다. 하맹한은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해롱이와 유한양, 두 가지 인격으로 나타나는 한 사람의 서로 다른 내면을 들여다본다. 최예림은 영화 〈파이트 클럽〉에서 평범한 인물의 잠재된 욕망을 형상화하는 ‘타일러 더든’이란 존재의 의미를 살핀다.
‘한 사람’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성경에는 ‘원형 콘테츠’답게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창세기에서 죄악과 타락의 도시인 소돔과 고모라를 심판하려 하는 하나님에게 아브라함은 간청한다. “그 중에 의인 오십 명이 있을지라도 주께서 그곳을 멸하시겠습니까?”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지 말아달라는 아브라함의 간청을 수락한 하나님에게, 아브라함은 의인의 숫자를 낮춰가며 몇 번씩 간청을 이어나간다. 의인의 숫자는 50명에서 45명으로, 45명에서 40명으로… 10명으로 계속 줄어든다. 10명으로 줄었을 때 창세기 18장은 끝나지만, 19장에서 결국 소돔과 고모라는 멸망하고 만다. 창세기 18장과 19장 사이에 생략된 이야기를 우리는 추측할 수 있다. 50, 45, 40, 30, 20, 10… 의인 10명은 한 명, 그리고 그보다 더 아래로 빠르게 곤두박칠 쳤을 것이란 걸 말이다.
‘한 사람’이 없어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우리는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그 한 명이 열 명이고, 백 명이다. 그 한 사람이 세계이며 우주다. 세상의 모든 시작에는 서로 다른 이름의 ‘한 사람’이 있으며, 그 한 사람이 있기에 희망이 있고 내일이 있다.
모든 콘텐츠는 세상과 인간의 축소판이며, 어느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한다. 한 사람의 비전과 한 사람의 열정, 한 사람의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콘텐츠가 생겨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