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자, 예술의 융합을 이야기하다 (공학자가 들려주는 문학, 미술, 영화 그리고 음악 이야기)
하창식 | 문창별
39,600원 | 20250108 | 9788973168194
이 책에서 짧고 한정된 고찰이지만, 예술 내에서의 융합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모든 예술 장르가 나름대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인간 정신을 고양시키는 훌륭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미술, 문학, 영화 등이 음악 등과 연결될 때 더욱 사람들에게 위로와 기쁨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 정신의 숭고함을 더욱 드높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음과 정신의 가장 깊은 뿌리로부터 탄생된) “음악은 단순히 감정적인 과학”319)을 넘어, 인간 정신의 마지막 예술혼이며, 종교라고 하는 신의 영역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예술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헤르만 헤세는, 230~233쪽에서 언급한 바 있는 『유리알 유희』에서, “고대 중국에서부터 그리스 신화에 이르기까지 ‘음악을 인간이나 국가의 숨은 통치자 혹은 법전’으로 삼아왔다.” 고 했고, 나아가 “고대 중국 문인들의 글을 보면, ‘음악이 모든 질서와 도덕과 아름다움과 건강의 근원’으로서 찬미되고 있다.” 고 했다. 뿐만 아니라, 아르투르 쇼펜하우어(1788~1860년) 같은 철학자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그의 저서에서, “모든 예술은 음악을 동경한다.”라고 갈파하였다.
지면 관계상 더 많은 사례와 더 깊은 사변적 고찰을 담을 수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 예술 내에서의 융합이 얼마나 멋들어지고 예술의 품격을 드높게 함양할 수 있는가를, 어느 정도는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례로 더 깊이 있는 고찰을 통해, “예술의 융합”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길 소망한다.
이 책을 갈무리하면서, 〈봄의 제전〉, 〈페테르슈카〉, 〈불새〉 등을 작곡한 러시아 탄생 미국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년)가 1939년 9월,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에서 행한 ‘찰스 엘리엇 노턴 시학’ 강좌320)를 언급하고자 한다. 스트라빈스키는 “청년 시절, 자신이 발표한 〈불새〉, 〈봄의 제전〉 등으로 파리 음악계를 뒤집었고, 노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변신으로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혁신 아이콘이 된 작곡가” 321)이다. 작곡가로서는 드물게 『나의 생애와 음악』, 『주제와 결론』 등 여러 권의 저서를 남긴 문인이기도 했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에서의 강연 원고를 묶어, 『음악의 시학』이란 책을 펴내었다.322)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입으로 음악에 관한 철학적, 문학적 메시지를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자신 나름 대로의 철학적 판단으로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바그너 등, 위대한 작곡가들과 러시아의 음악 세계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이들 작곡가들과 자신의 작품들을 예로 들면서, “혁신은 전통과 함께 갈 때에만 생산적일 수 있다.” 며 음악가에게 필요한 ‘창조적 상상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멋진 문장으로 피력하고 있다. “예술은 통제될수록 더욱 자유롭다.” 며, 전통이 창조의 연속성을 보장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강조한 말을 하나 인용하고자 한다.323)
“과거를 돌아봅시다. 그러면 진보가 있을 것입니다!(Torniamo all’antico e sarà un progresso!)”
또한 그 강연을 끝내면서 마지막으로 그가 중국의 사학자, 사마천(司馬遷)(B.C. 145년경~ B.C. 86년경)이 『사기(史記)』에서 인용한 말을 덧붙이고자 한다.
“음악은 통합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음악은 우리에게 이웃(그리고 존재(Être))과의 영적 공동체의 한 요소로 나타난다.” 324)
스트라빈스키가 강연 마지막에 던진 위 메시지는 지금, 여기(here and now)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음악이 예술의 융합을 넘어 인류의 영적인, 문화사회학적인 공동체 통합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고전음악 중에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세 곡325) 중 하나인 이탈리아 작곡가, 볼프 페라리(1876~1948년)가 1911년 발표한 오페라 〈성모의 보석〉326) 중 간주곡을 들으며 다시 한번 음악이 인간 정신에 얼마나 큰 영감과 위안을 주는가를 강조하면서 이 책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끝으로, 음악, 미술, 문학, 영화, 연극 할 것 없이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이름을 남긴 예술가들에 대해 공부하면서, 그들의 열정, 예술혼, 인간 정신의 승리 등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제한된 지면 때문이기도 하지만, 필자의 지식이 부족해 이 책에서 다룬 것 보다, 채 언급되지 못한 예술가와 예술 작품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적지 않은 예술가들이 주위 환경, 가난, 질병 등으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면서도 위대한 예술혼으로 인류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탁월한 예술 작품을 탄생시켰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쓰면서, 후대에 위대한 예술 작품들을 유산으로 물려준 예술가들에게 더욱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이미 세상을 떠난 이름난 예술가들 이외에도, 오늘 이 시간에 어느 곳에서든,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예술가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든 예술가에게도, 무한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