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80년 (절망과 기교의 역사)
조동호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40,500원 | 20250930 | 9791158905507
1945년 분단 이후 남북 간 교역과 투자는 어떻게 진행되어 왔을까?
글로벌 시대에 발맞춘 경쟁력 있고 지속가능한 경제협력의 길은 있을까?
남북경제관계의 80년 궤적을 입체적으로 조망한 최초의 남북경협 종합 연구서!
“무찌르자 공산당, 때려잡자 빨갱이.” 1945년 분단 이후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수많은 반공 구호는 북한과의 모든 접촉을 금기시한 적대적 대북인식의 산물이었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로도 남북은 무력통일의 의지를 거두지 않았고, 상대를 경제협력의 파트너로 상상하는 일조차 불가능한 시대가 이어졌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물리적 단절과 이념적 대립 속에서도 협력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1988년 7ㆍ7 선언을 계기로 ‘민족공동체적 시각’이라는 새로운 틀이 등장하며 남북경협의 제도화를 견인했다. 이후 교역과 투자, 관광, 특구사업으로 이어진 남북경협은 협력의 지평을 넓혀왔지만, 정치적 이해와 군사적 긴장의 파고 속에서 번번이 확대와 위축, 재개와 중단의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이 책은 적대의 시대를 지나 협력의 물꼬가 트인 이후 정권마다 각기 다른 전략과 대안을 펼쳐온 남북 간 경제관계 80년사를 입체적이고도 치밀하게 탐구한 최초의 종합 연구서이자 남북경협 연구의 결정판이다. 남북경협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배경부터 경협 논의의 흐름, 각종 제도와 사업들의 전개 과정, 오늘날의 정체 국면까지 남북 간 경제관계 전반을 방대하게 조망한다. 특히 최초의 남북 경제회담부터 일반교역과 위탁가공교역,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바탕으로 경협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 각각의 성과와 한계, 논쟁점을 균형 있게 분석한다. 아울러 상호주의 논쟁, ‘퍼주기’ 비판, 정경연계, 교역통계의 신뢰성, 북한 근로자의 임금 문제, 두 국가론 등 경협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해설을 제시한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저자는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는 시인 이상(李箱)의 말을 빌려 “남북경협의 역사 역시 절망과 기교의 경로를 밟아오고 있다”고 진단한다. ‘7ㆍ7 선언’이든 ‘햇볕정책’이든 ‘10ㆍ4 선언’이든, 정부의 의지에만 기댄 대북정책은 경협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한낱 ‘기교’에 머물 뿐이며, 결국은 좌초되어 절망만을 되풀이하게 만들 뿐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무조건적인 ‘퍼주기’도, 맥락 없는 ‘안 주기’도 아닌, 원칙과 전략이 있는 ‘잘 주기’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실마리를 제시한다. 정책 입안자나 실무자, 연구자, 기업인, 학생은 물론이고 남북관계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든 이 책을 통해 남북경협의 궤적과 향후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숱한 변화로 점철된 지난 80년의 흔적을 되짚는 작업이, 다시 이어질 미래의 방향을 찾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