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가 품은 역사: 한국 대중가요 100년 (한국 대중가요 100년)
유차영 | 농민신문사
45,000원 | 20191216 | 9788979471748
모든 유행가는 세상과 통한다
〈유행가가 품은 역사〉의 저자 유차영(솔깃감동스토리연구원 원장)에게 유행가는 세상을 보는 렌즈다. 격랑의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원거리에서 조망할 땐 망원경이 되었다가, 가까이 다가가 시대의 자취와 민초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볼 땐 현미경이 되는 신통방통한 도구다.
그런데 노래는 원래가 그랬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도 밝혔듯, 사람들은 3천년 전 춘추전국시대에도 노래에 세상을 담았다. 태평하면 즐거운, 어지러우면 분통 터지는, 망하면 한탄하는 노래로 시대를 증언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모든 유행가는 세상과 통한다.”
〈유행가가 품은 역사〉는 유행가로 역사와 인생을 해설한 르포에세이다. 한국 근현대사 100년 중 잊지 못할 순간을 담은 유행가 380곡을 선별해 연대순으로 정리하고, 이를 1894년 동학혁명~1949년, 1950~1960년대, 1970~1980년대, 1990~2010년대 등 4부로 나눴다.
모든 유행가는 세상과 통한다.
태평하면 즐거운, 어지러우면 분통 터지는,
망하면 한탄하는 노래로.
제1부 ‘38선으로 날아간 파랑새’에서는 1894년 동학혁명부터 6·25전쟁 이전인 1949년까지의 노래를 엮었다. 창가의 효시인 〈새야 새야 파랑새야〉에서부터 1948년 남인수가 부른 〈가거라 38선〉을 얽은 제목으로,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질곡의 시대를 100곡의 노래로 풀어본다.
제2부 ‘방랑시인 회전의자’에서는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부터 미국이 패배한 베트남 전쟁 말기인 1969년까지의 노래를 망라했다. 1955년 명국환의 〈방랑시인 김삿갓〉과 1965년 김용만의 〈회전의자〉 사이에 불린 140곡의 노래로 민족과 인류의 상흔을 어루만진다.
제3부 ‘아침이슬 맞은 신사동 그 사람’에서는 피폐한 전쟁의 터널과 혼란한 정치적 상황을 살아내고 근대화 산업화의 고갯길로 들어서던 1970~80년대의 노래 90곡을 풀어헤쳤다. ‘아침이슬 맞은 신사동 그 사람’은 저항노래의 상징에서 전통가요의 상징으로의 끈을 연결 지은 비유다.
제4부 ‘보고 싶은 황진이’에서는 전통가요 부활, 트로트 삼국시대, 신구세대의 양극화와 융합, K-팝 창생(蒼生) 등 다양한 주제를 망라한 1990~2010년대의 노래 50곡이 품은 역사를 엮었다. ‘보고 싶은 황진이’는 한국 대중가요의 진화를 위해 K-팝이 지향해야 할 화두다.
380곡, 1016쪽 분량에
한국 유행가 역사 100년 망라
칼럼 한편 한편에 담긴 노래 사랑, 나라 사랑
저자는 각각의 노래를 독립된 칼럼으로 엮었다. 작사?작곡?편곡?가수?가사?발표연도?발매앨범 등 노래의 출생증명서와도 같은 기초 정보를 뼈대로 세우고, 노래 탄생에 얽힌 비화나 노랫말에 담긴 사연, 당시 시대적 상황이나 민초의 삶을 살로 붙였다. 이 방대한 작업을 위해 한국 근현대사, 특히 대중음악의 역사를 증언하는 서적?사전?보도?기고?SNS 등을 총망라했다.
그러다 보니 단행본으로는 보기 드물게 1000페이지가 넘고, 이 책의 전신이라 할 〈한국 대중가요 100년사〉(2014, 대자출판사)보다도 200페이지 가까이 늘어났다. 분량과 내용 면에서 모두 한국 유행가 역사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이 여느 유행가 해설서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또 있다. 노래와 나라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다. “정중한 마음으로 열렬한 팬으로서” 집필했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매 꼭지마다 노래와 작가?가수에 대한 저자의 사랑과 존경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애정은 노래에 기대어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에 대한 연민으로, 그들이 지키고 가꾸어온 나라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유행가를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을 위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이라며 “이 책이 조국과 고향을 다시 품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저자는 이 책의 속편 격인 〈유행가에 얽힌 사연〉(가제)을 준비하고 있다. 초고 집필은 완료됐고, 내년 상반기쯤 세상에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관통한 본편과 조금 다르게, 유행가 한편 한편이 품은 내밀한 의미와 애절한 사연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책이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귀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