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층 시와 소설 (1937년 4월 3일자로 창간된 문예동인지 - 영인본)
박용덕 | 한국학자료원
90,000원 | 20220815 | 9791168871458
『단층』은 1937년 4월 22일 평양에서 창간호를 내고, 이후 1937년 9월에 제2호, 1938년 3월 3일에 제3호, 1940년 6월 27일에 제4호를 끝으로 종간된 모더니즘 성향의 문학동인지이다. 『단층』의 동인으로 참가하여 활동한 이는 김이석, 김화청, 이휘창, 김여창, 유항림, 양운한, 김환민, 최정익(최명익의 아우), 구연묵, 김조규, 김성집, 최규원, 한주현 등이다. 이 중에서 소설 분야는 김이석, 김화청, 유항림, 구연묵, 시 분야는 양운한, 김조규가 대표적인 작가라 할 수 있다.
『단층』은 평양을 중심으로 관서(關西) 지역의 역량 있는 신인들이 집결하여 의욕적인 작품 활동을 벌임으로써 창간 당시부터 문단의 주목을 끌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동인들 전부가 평양이나 인근 지역 출신이며, 그중에서도 소설 부문은 유항림, 김이석, 최정익, 김화청, 김매창 등 대부분의 동인들이 평양 광성중학 출신 동문으로 동인 구성에 있어 지역적 차별성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작품의 주요 무대를 ‘평양’으로 삼고, 공통적으로 지식인의 황폐화된 내면 심리를 다루고 있는 것은 이런 지역적 문화적 유대감과 일정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단층』의 문학 경향에 대해, 동인들의 소설 작품은 심리주의적ㆍ실험적 경향을 지향하는 모더니즘 계열이라고 한다. 동시대 평론가 최재서가 “사회적 양심과 이론을 가지면서도 그것을 신념에까지 윤리화시킬 수 없는 인테리의 회의와 고민을 심리분석적으로 그리려는 것”이 『단층』동인들의 공통적 경향이라고 지적하였다. 또 외부의 사회적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내면의식에만 집착하였던 1930~40년대 룸펜지식인의 무력화된 삶의 양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단층 斷層』은 1937년 4월 22일 자로 제1책을 낸, 창작 단편소설을 위주로 한 문예지로서, 1938년 2월 통권 3호를 내고 종간했다. 판권장을 보면, 편집 겸 발행인 박용덕(朴容德), 인쇄인 김병룡(金秉龍), 인쇄소 기신사(紀新社, 평양ㆍ신양리 150), 발행소 단층사(서울ㆍ인의동 17), 변형 A5판 122면, 정가 15전이다. 허가는 서울에서 얻고 편집ㆍ인쇄는 평양에서 했다.
창간호라 하지 않고 제1책으로 냈는데, 창간사와 편집후기 없이 마치 단행본 작품집처럼 꾸몄다. 내용은 〈소설〉 ‘感情細胞의 顚覆’…金利錫/‘별’…金化淸/‘騎士唱’…李彙昌/‘육체’…金礪昶/‘馬券’…兪恒林 등의 목차로 꾸려져 있다.
이들 작품 중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최정익의 「D.H. 로렌스의 성(性)과 자의식」이란 연구 논문이다. 그 서론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몸을 이룰지로다. 아담과 아내 그 두 사람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 아니하니라’「창세기 2장 24~25절」라는 구절과, ‘가로되 내가 동산에서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라는 두 구절 사이에는 얼마나 먼 거리가 있는 것일까?……그것은 ‘벗은 몸이로되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의 원시적 형태에서 ‘나의 몸이 벗음을 두려워할 줄 아는’ 자아의식적인 이지(理智)적 인간형태로 변천되는 발원(發源)적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다......로렌스의 사상처럼 이단적인 것일 때에는 그것의 실제적 운용에 있어서 어떠한 착안점을 보지(保持)했는가? 이것이 흥미있는 일이다.
먼저 그의 출발은 지성(知性)에 대한 강렬한 반발이었다. 그의 장편 『Sons and Lovers』의 주인공인 Paul의 생애는 로렌스 자신의 밟아온 지성에 대한 고뇌와 반항의 혁명사(革命史)이었다. 『The Rainbow』에서 회의(懷疑)의 위대한 모멘트를 벗어나, 『Lady Chatterley's Lover』에서 이상적 인격을 발견하고 『묵시록(Apocalyse)』에서 체관(諦觀)의 경지에 도달하기까지의 로렌스와 일관(一貫)한 사상체계는, 이 지성에 대함보다도 자의식에 대한 심각하고 웅대한 전투사(戰鬪史)였다.……
로렌스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차탈레 부인의 사랑』은 1928년에 초간되었으나 완본 발행은 오랜 재판(裁判)을 겪고 나서 1960년대에서야 이루어졌으니,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 독자에게 널리 읽힌 것은 그 이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정익은 이미 1937년에 이 논문을 발표했으니, 이 땅에서 ‘D.H.로렌스’를 소개한 시초의 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단층』지의 중심인물인 소설가 김이석(1914~1964)은 평양 출생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교회 장로였고, 평양 번화가에 있는 ‘미카도빌딩’의 주인이었다. 김이석은 연희전문 재학 때부터 소설을 썼으며, 중퇴한 후에는 평양에서 金朝奎 楊雲閒 崔正翊 金化淸 具然? 兪恒林 등과 함께 동인지 성격으로 『단층』을 발간했다.
『단층』(1937년 4월 ~ 1940년 6월 27일, 총 4호까지 발행됨)은 이와 같은 전형기적 동인지 현상 속에서 몇 가지 특징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우선 『단층』은 창간사나 편집후기조차 없고 대외적으로 뚜렷한 이념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또 작품으로만 보면 더러 이질적 경향이 존재하기도 하고 몇몇 작품에서는 습작수준의 미숙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단층』이 갖는 동인지 문학운동의 성격, 즉 문학유파(ism)로서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장애가 되지는 못한다. 『시인부락』 또한 뚜렷한 ‘빛깔’이나 ‘기치(旗幟)’를 거부하였지만 그것의 시사적(時史的)의미가 소홀치 않듯이 오히려 문학이념이나 지향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전형기 동인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단층』은 다소간의 이질적 경향이나 습작기적 미숙성에도 불구하고 유파개념으로서의 성격, 즉 ‘단층’파로 논의되는 것에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따라서 단층파의 내포적 외연적 의미는 동인지 『단층』의 미학적 지향성(혹은 집단성 미의식)을 전제로 하는데, 기존의 많은 연구가 최명익까지 포함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