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자크 라캉
· ISBN : 9791187036197
· 쪽수 : 509쪽
· 출판일 : 2017-04-04
책 소개
목차
서문 _ 5
서론 13
1. 왜 라캉 정신분석인가? 13
2. 이 책의 구성과 개요 18
제1부 국가와 주체
제1장 박정희 시대 국방의 의무 담론과 군사적 주체화
1. 주체를 지배하는 기표와 담론 35
2. 상징계의 진입 관문으로서 국방의 의무 48
3. 국방 의무의 ‘신성화’: 주인 기표의 확립 52
4. 국방 의무의 수행: 거세, 향유의 희생으로서 군대생활 66
5. ‘무조건 명령과 무조건 복종’, 잉여 향유의 순환 91
6. 박정희 시대 주인 기표의 작동 방식 103
맺는말 113
제2장 현대 한국의 고문과 폭압적 재주체화: 김근태, 김병진, 서승 등의 사례
1. 고문과 조작의 사례들 123
2. 고문과 조작의 구조 129
3. 고문자와 피고문자의 전이적 관계 147
4. 고문과 조작의 결말과 정체성의 회복 169
맺는말 184
제2부 혁명과 주체
제1장 혁명적 독립운동과 정체성의 문제: 김산과 조봉암
1. 정체성의 혼란과 비극적 죽음 191
2. 조봉암과 김산의 생애 194
3. 정체성의 형성: 동일시, ‘강제적 선택’, 낙인 197
4. 정체성 재형성의 계기: ‘낯선’ 세계와의 조우 222
5. 세계의 비일관성과 주체적 궁핍화 그리고 증상과의 동일시 241
6. 정체성의 재형성과 사랑의 문제 268
맺는말 273
제2장 이광수와 근대 주체의 문제
1. 심판과 이해의 사이 281
2. 1910년대의 이광수: 사회진화론적 문명개화주의자 285
3. 1920년대의 이광수: 근대적 규율, 근대의 도덕 305
4. 1930년대 후반 이후의 이광수: ‘민족을 위한 친일’이라는 증상 334
맺는말 355
제3부 권력과 주체
제1장 권력이란 무엇인가
1. 권력론과 정신분석 363
2. 권력 논쟁: 권력, 영향력, 권위 365
3. 주체와 권력: 푸코의 권력론 373
4. 라캉 정신분석과 권력 378
맺는말 396
제2장 영화 <똥파리>에 나타난 권력의 모습
1. 리얼리즘 영화와 삶의 이면 399
2. 공식적 삶과 이면적 삶 402
3. 볼 수 없는 것들, 억압된 것들과 초자아의 기능 409
4. 권력 앞에 무력한 주체 413
5. 상징적 현실의 틈새: 돌아갈 곳이 없는 삶의 나그네 420
6. 정신분석적 권력 개념의 두 측면 426
제3장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의 위기 문제를 중심으로
1. 정치의 몰락 431
2. 민주주의의 위기, 정치 위기의 현상들 433
3. 랑시에르와 지젝에게 있어서 정치와 민주주의 447
4. 지젝과 랑시에르 간의 논쟁: 계급투쟁과 해방의 과정 458
5. 민주주의와 정치: 최장집, 보그스, 랑시에르, 지젝 467
맺는말 475
참고 문헌 479
사항 찾아보기 493
인명 찾아보기 505
저자소개
책속에서
미셀 푸코의 논의를 빌려 근대를 특징짓는 것 중의 하나가 근대적 규율화, 다시 말해 ‘순종적이고 효율적인’ 근대 주체를 생산해내는 규율화라고 본다면, ‘보다 덜 효율적이더라도 보다 더 순종적인’ 군사적 규율화야말로 당시 한국 근대화의 중요한 특징들 가운데 하나였다. 박정희 시대는 ‘보다 덜 효율적이더라도 보다 더 순종적인’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갖는 당대 주체들을 만들어내었고, 그들을 토대로 삼는다는 전제 위에서 경제발전과 독재권력, 다시 말해 개발독재가 성립되고 유지될 수 있었다.
“우리가 간첩이라고 말하면 간첩! 교육해 법정으로 보낸다!”라는 앞의 언명 속에 누빔점으로서 주인 기표의 특성이 모두 담겨 있다. 간첩이라고 명명하기에 간첩이라는 점에서 동어 반복적이고, 간첩이 누군지는 그렇게 명명된 사람을 잘 살펴보면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 참조적이고, “폐회를 선언합니다”라는 말로 회의가 끝나듯이 간첩이라고 선언하기에 간첩이 된다는 점에서 수행적이다… 고문자에 의해 발화되는 주인 담론을 받아들이면, 즉 간첩이라는 기표로 주체가 대표되고 은유적으로 대체되도록 받아들이면, 그 다음 단계로 일종의 ‘대학 담론’이 뒤따른다. 그렇게 간첩으로 규정해놓고, 그렇다면 어떻게 북한에 갔다 왔는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증거를 제시하라고 강요받는다.
1920년대에 김산이 중국공산당 내에서 주요한 지위를 맡았던 것은 당이 결정한 어떤 속성을 그가 갖고 있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와 정확히 동일하게, 1930년대에 그가 해당분자가 된 것 역시 근본적인 역사적 우연성, 그의 어떤 속성이 당이 규정한 속성과 일치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이 김산을 밀정으로 규정하는 것은 앞에서(제1부 제2장) 지젝이 유태인에 대해 말한 것처럼 전형적인 주인 담론에 해당한다. 김산이 일제의 밀정인 것은 큰 타자인 중국공산당이 일제 밀정이라고 규정했기에 밀정인 것이며(동어 반복), 밀정이 갖는 속성이 무엇인가는 김산을 잘 살펴보면 알 수 있으며(자기 참조), 그런 낙인에 의해 그는 결과적으로 밀정이 되기(수행성)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김산이 일제 밀정이 되는 것은 정확히 주인 기표가 갖는 속성, 동어 반복적?자기 참조적?수행적 속성이라는 우연적이며 자의적인 속성에 의해서이다.
니콜라이 부하린이 처형된 것은 1938년 3월이고 김산이 처형된 것은 1938년 10월이다. 김단야 역시 1937년 스탈린 공포정치 기간 중 모스크바에서 일본의 밀정이라는 투서를 받아 처형되었다. 김단야가 처형된 사유는 일본에 체포된 이후 가벼운 형을 받거나 무사히 도주하였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이때 같은 투서에 의해 같은 혐의로 몰린 인물들이 김찬, 조봉암, 박헌영 등이었는데, 이들 역시 1937년의 시점에 모스크바에 있었다면 스탈린 대숙청의 희생양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