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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 잡지 > 기타
· ISBN : 6000512833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권두언|이기언_나, 나꼼수 그리고 나르시스
기획특집 01_초현실주의와 한국문학
이성혁_초현실주의 약사와 일제 강점기 한국의 초현실주의
김석준_초현실주의를 관통하는 두 심급 : 외연과 심연
이 계절의 신작시
강인한_이미테이션 외1편
박현태_처음 만난 사유 하나 외 1편
이승하_인간의 마을에 또다시 밤이 온다 외 1편
정숙자_굿모닝 천 년 외 1편
한명희_사과나무, 사과나무, 사과나무 외 1 편
황규관_영혼의 탄생 외 1편
박무웅_화마 외 1편
이성렬_속삭이는 회랑 외 1편
김지연_이브자리 까러 외 1편
신교_끝없는 겨울 외 1편
김산옥_하얀 밀림의 시간 외 1편
손병걸_옆집 외 1 편
박은순_잠들기 전 2 외 1편
홍사성_설악산 단풍구경 외 1편
김종규_日沒 외 1편
이혜숙_바람벽 외 1편
조수림_슬픈 열대 외 1편
제3회 구상문학상 특집
황동규_『겨울밤 0시 5분』 ― 어느 초밤 화성시 궁평항 외 9편
김석준_황동규 작품론_시간의 타자와 대면하는 몸과 삶의 맛
이성천_황동규 작품론_무한대로 살가워진 감각의 시학
기획특집 02_이 시인을 묻는다
김사람_신작시|히키코모리 외 3편
근작시|그녀만의 포스트-잇 외 1편
시인의 산문|산문
이진옥_신작시|(불안)이라 읽어 주세요 외 3편
근작시|무서운 수다 외 1편
시인의 산문|고도를 기다리며, 혹은 기다리지 않으며
백인덕_평론|‘히키코모리’와 ‘자폐의 책’―불안의 ‘임계점’들
계간 시평
조병세_혼자의 고고학
시집 서평
강정구_박찬일 시집 『인류』
예술가 산책
박선옥|주인없는 파리에서
최준|장미정원, 그 주인은?
김영애|제3의 강둑에서 좀머 씨를 만나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이인자이다. 그것도 늘 그렇다. 결코 ‘나’부터 시작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늘 ‘가’ 다음에 나오고, 늘 ‘가’를 졸졸 따라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늘 ‘가’를 추종해야 하는 서글픈 운명을 안고 태어난 존재이다. 그러니, 세종대왕님을 무덤에서 되살려 훈민정음을 다시 창제하게 하지 않는 한, ‘나’는 결코 이인자의 숙명을 벗어던질 수 없다. ‘나가’라는 표현이 있긴 하지만, 이건 ‘내가’의 오용이거나, 아니면 ‘나가’가 한 덩어리이고, 심지어 이 경우에도, 서열 상 이런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언제나 ‘가’이지 ‘나’가 아니어서, 오히려 나감을 당해야 하는 것은 ‘가’가 아니라 ‘나’이다. 아무리 ‘나’가 절대적 주체로서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주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가’의 자리는 결코 차지할 수 없다. 이렇듯, ‘가’는 서열 상 요지부동의 우두머리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대학교는 우두머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발음 규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카’ 대신에 ‘가’를 쓰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참 재미있다. 이 두 자를 합성해보니, 요즘 박 터지는 ‘가카’가 된다. 역시 ‘가’는 영원한 왕초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나꼼수’는 꼼수인 게 분명하다. 꼼수를 써서 ‘가’의 왕관을 무혈 쿠데타로 탈취했을 뿐만 아니라, 더욱이 ‘가카’까지 까마득히, 멀찌감치, 따돌려버리고는 왕초의 자리에 등극해서 수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인자의 자리를 턱 꿰차고 앉아 아랫것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뉴욕 타임즈도 인정하지 않았던가. 이쯤 되면, ‘나꼼수’를 ‘왕꼼수’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아니, ‘대왕꼼수’, 아니, ‘세종대왕’(바보상자 속의)마저도 못 당하는 ‘대대왕꼼수’라고…….
그래, 실컷 꼼수해라. 실컷, 아주 실컷 해라. 그래야, ‘나’도 쭉정이의 설움에서 벗어나서 숨 좀 쉬고 살 수 있을 테니, ‘나’의 입장에서 보면, 세종대왕보다도 더 위대한 ‘나꼼수’가 아니겠는가. 나꼼수여, 만수무강(萬壽無疆), 독야청청(獨也靑靑)하시길.
― 권두언, 이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