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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01163031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14-03-07
책 소개
목차
공부해서 너 가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궁금하겠지. 저게 혹시 도망은 치지 않을까? 선생을 찾아가거나 경찰을 부르진 않을까? 저 시선들은 내가 다리 밑에 도착할 때까지 집요하게 따라 붙을 것이다. 저들은 물론 노는 애들이 아니다. 노는 애들을 경멸하고 그 애들 하는 짓이 불쾌한 평범한 학생들이다. 하지만 저 시선들은 분명 노는 애들보다 더 잔인하게 날 감시하고 있다. 내가 오늘 말 그대로 아작 나길 바라며 행여 ‘끝장 보기’에 차질이 생길까 초조해하고 있다. 내게 세상은 바로 저 시선들이다.
“도사라고도 하고, 조폭 두목이라고도 하고, 탈북자라고도 하고, 개장사라고도 하고, 주님의 천사라고도 하고, 박수무당이라고도 하고.”
그가 눈을 깜빡였다. 무슨 의미인지 알 길이 없었다. 커피를 마셨다. 쓰면서도 달콤했다.
“다 맞는 소린데. 어린 시절 북에서 지하교회에 다녔으니 주님 천사도 맞고 북에서 왔으니 탈북자도 맞고 여기 와서 깡패생활도 했고 무당 짓도 했고 개장사도 했고 산에서 일 년 가까이 도를 닦기도 했지.”
난 놀랐다. 놀란 내 표정을 보고는 그가 다시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었다. 이번엔 주방 남자까지 인상을 쓰며 눈치를 줬지만 그는 웃음을 쉽게 멈추지 않았다.
“미안, 당연히 농담인데 그걸 그냥 믿다니.”
처음 화장실에서 빽또에게 구타를 당하기 전까지 내게 폭력은 그저 티브이나 영화, 컴퓨터 게임 속에서나 존재했다. 방문까지 걸어 잠그고 엄마 몰래 이모와 함께 본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망치 하나로 수십 명을 때려눕힐 때 난 폭력의 미학을 느꼈고 ‘미션임파서블3’에서 톰크루즈가 아내를 구하기 위해 총을 난사할 때 그 예술적 동작에 흥분했었다.
실제로 당한 폭력은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진짜 폭력엔 어떤 미학도 어떤 예술도 존재하지 않았다. 영화는 다 사기였고 기만이었다. 폭력은 더럽고 치사하고 비열한, 역한 냄새와 구토, 일종의 똥과 같은 것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