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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01290713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4-12-23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1부 - 죽은 자가 산 자를 가르친다
삶의 가장 마지막 순간에 만나는 의사
보이는 거짓과 안 보이는 진실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얼마큼 슬퍼해야 할까
가장 가엾은 사람의 길동무가 되어주는 일
파묘와 변호
물에 빠진 아이는 누가 구해야 할까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어떤 아이들
생이 종료되기 전에 만난 아이
2부 - 삶은 죽음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는가
죽음에 이르는 크고 작은 일련의 점들
남겨진 가족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일
의미를 찾는 삶에 대하여
무엇이 선(善)인가
아주 작은 한 조각이라도
절대 흥분하지 마라
가장 많이 구조한 사람, 가장 많이 구조하지 못한 사람
사람은 반드시 실수한다, 나도, 당신도
기차가 먼저일까 철도가 먼저일까
3부 - 나의 죽음, 너의 죽음, 그리고 우리의 죽음
가장 깨끗했던 299구의 시체에 대하여
배는 다시 침몰할 것이다
어느 부부가 한 자루의 도토리를 모으기까지 걸린 시간
나는 죽음에서 삶을 바라본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랑의 힘
우리에게는 평온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
인체가 아닌 인간을 보라
나의 죽음, 너의 죽음, 우리의 죽음
너무 늦게 배달된 편지
인용 출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침 9시, 지하 부검실에 들어선다. 어제 늦은 오후 갑작스럽게 부검이 잡힌 40대 남성의 시신이 부검 테이블에 누워 있다. ‘갑작스럽게’라고 표현했지만 적절치 못한 것 같다. 어떤 죽음인들 갑작스럽지 않을까. 부검 시작에 앞서 담당 경찰관과 검시관으로부터 사건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을 듣는다. 이번 시신은 물에 빠져 죽은 채 발견됐고, 한시라도 빨리 사인을 밝혀야 해 부검팀원들과 서둘러 준비를 시작한다.
_ / 삶의 가장 마지막 순간에 만나는 의사
내가 그랬듯 모든 법의학자는 직업 선택의 십계를 따른 사람들이다. 월급이 적은 곳,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고, 오려는 사람이 거의 없는 황무지 같은 곳, 부모나 아내가 결사반대하는 곳으로 기꺼이 걸어온 사람들이다. 자신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한 사람들,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는 곳을 택한 사람들이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던 박종철 열사의 사인이 고문 치사였음을 목숨을 걸고 밝힌 사람도 사실은 법의학자 황적준 선생님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 격변의 시기에 법의학자가 국가 권력의 편에 섰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권력과 자본에 양심을 속이려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이 길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_ / 보이는 거짓과 안 보이는 진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 있기에 안전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정당하고 완전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죽음은 바로 그 당사자에게 원인이 있을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불의의 사고나 혹은 범죄로 누군가가 사망했다면 가장 먼저 그 사람의 부주의에서 원인을 찾으려 한다. 그가 부주의했기 때문에, 혹은 그 옆의 누군가가 부도덕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일 뿐, 완전하고 주의 깊은 우리는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래야 나는 안전하다는 착각 속에서 불안을 다스릴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사실 얼마나 위험에 가까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죽음이 언제 어디서든 우리를 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인지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_ /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