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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세계명작
· ISBN : 9788906702242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14-07-25
책 소개
목차
닭
자고새
개
끔찍한 꿈
좀 뭣한 이야긴데
요강
토끼
곡괭이
사냥총
두더지
토끼풀
잔
빵 조각
나팔
머리카락
수영
오노린 할멈
냄비
망설였지만
아가트
하루 일과
장님
정월 초하루
갈 때와 돌아올 때
펜대
빨간 뺨
이
브루투스처럼
주고받은 편지
움막
고양이
양
대부
샘
자두
마틸드
금고
올챙이
느닷없는 변화
사냥터에서
파리
처음 잡은 도요새
낚싯바늘
은화
자기 의견
폭풍
반항
마지막 말
홍당무의 앨범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홍당무는 잠들기 전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몇 번 가벼운 기침을 해 봤다. 목구멍에 걸려 있는 것을 미리 청소해 내기 위해서였다. 혹시 코를 고는 것이 코 탓이 아닐까 해서 홍당무는 콧구멍이 막히지나 않았나 하고 코로 숨을 내쉬어 봤다. 그러고는 숨을 너무 세게 내쉬지 않는 연습을 했다. 이만큼 준비 운동을 했으면 걱정이 없을 듯도 했다.
그런데도 홍당무는 잠이 들기가 무섭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홍당무가 코를 골기 시작하면, 르픽 부인은 즉시 홍당무의 볼기짝에서 가장 살이 많은 곳을 골라 꼬집었다. 피가 날 만큼 아프게 꼬집었는데, 이것은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방법이었다.
홍당무가 마구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아버지가 놀라서 잠을 깼다.
“그 녀석 왜 그래요?”
“무서운 꿈이라도 꾸나 봐요.”
르픽 부인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대답했다.
홍당무는 대부와 함께 자면 기분 좋게 잠들 수가 없었다. 방 안 공기는 차가워도 깃털 침대가 너무 더웠기 때문이다. 깃털은 대부 같은 노인에게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홍당무는 너무 더워서 금방 땀투성이가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와 떨어져 자니 좋았다.
“엄마가 너에게 무섭게 대하니?”
“그렇다기보다는 엄마가 절 무서워하지 않아요. 엄마가 형에게 매를 들려고 하면, 형은 얼른 빗자루를 집어 들고 버티고 서거든요. 그러면 엄마는 그냥 단념해 버려요. 엄마는 형에게 상냥하게 대해 주세요. 엄마 말씀이 형은 성질이 예민해서 때려도 소용이 없다는 거예요. 글쎄, 그러면서 저는 맞는 것이 잘 맞대요.”
“홍당무야, 너도 시험 삼아 빗자루를 들어 보지 그러니?”
“아니, 제가 어떻게 감히 그래요! 펠릭스 형과 저는 가끔 잘 싸워요. 진짜로 그럴 때도 있고, 장난삼아 그럴 때도 있지요. 저도 펠릭스 형만큼 힘이 세니까 형처럼 내 몸을 지킬 수는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빗자루를 들고 엄마와 맞선다면, 엄마는 제가 빗자루를 갖다 드리는 것으로 생각하실 거예요. 어느새 빗자루는 제 손에서 엄마 손으로 넘어가고, 아마 엄마는 그걸로 절 때리기 전에 고맙다고 말하실 거예요.”
“누구 나하고 산보 가지 않을래? 전에 갔던 그 언덕까지 갔다 오려는데.”
홍당무는 르픽 씨가 이런 식으로 자기를 데리고 나갈 속셈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홍당무는 자리에서 일어나 늘 하던 대로 의자를 벽 쪽으로 밀어 두고 아버지의 뒤를 조용히 따라나섰다.
처음에는 두 사람 다 말없이 걷기만 했다. 꼭 해야 할 질문이 얼른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당무는 마음속으로 아버지가 자기에게 던질 질문이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고, 아버지에게 대답할 말을 연습해 봤다. 홍당무는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 몹시 흥분해서 아무것도 후회되지 않았다. 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그 이상 무서울 것도 없었다.
르픽 씨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홍당무야, 뭘 꾸물거리고 있니? 엄마를 섭섭하게 만든, 낮의 네 행동을 설명해 보려무나.”
“아버지, 저는 오랫동안 망설여 왔는데 이제 끝장을 내야만 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엄마가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