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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경제경영 > 기업/경영자 스토리 > 국내 기업/경영자
· ISBN : 9788925558936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16-04-1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 나는 패전처리투수였을까
1장 의미 있는 부활, 한전의 대반전
: 개혁의 대상에서 선도자로
역전극은 9회 말 투아웃에 시작된다
전력 보릿고개는 넘고 전깃줄은 잇고
반전 드라마의 막을 올리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빛가람 시대의 개막
한국의 국제 위상을 드높인 대구 세계에너지총회
2장 새로운 큰판이 벌어지고 있다
: 세계 에너지 시장에 부는 변화의 대폭풍
제6의 물결이 몰려온다
기후변화 대응, 지구촌이 힘을 모으다
우리는 2030년 에너토피아로 간다
3장 한국의 빅리그 진입, 시작은 괜찮다
: 에너지 신산업, 한국 경제의 차세대 간판투수
기후변화협약,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흔들다
에너지 신산업, 100조 원 신시장이 열린다
신기후체제, 에너지 분야 국가대표 선수들
4장 에너지 신산업 선봉에 선 한전
: 에너지 빅리거의 대망
한반도에 에너지 신산업의 포석을 다지다
빛가람 에너지밸리, 신에너지 수도를 꿈꾸다
글로벌 KEPCO 벨트, 신실크로드를 연다
에너지 공기업 한전, 녹색대전의 주인공이 되다
에필로그_ 이 무서운 숙명적 동시성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취임 연설을 구상하면서 거창한 비전과 미사여구는 모두 걷어치우기로 했다. 직원들은 새 수장이 올 때마다 적자와 전력난, 혁신과 공기업의 윤리, 사명 등 판에 박힌 취임사에 이골이 나 있을 것이기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 머릿속에 정리된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먼저 연전연패에 빠진 한전 배구단을 예로 들며 자신감이 떨어진 조직을 언급했다. “왜 우리 배구는 매번 지기만 합니까? 그것은 지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한전도 그런 상태 아닙니까?” 이어서 IBM 루 거스너 전 회장의 취임식 연설을 인용해 “나는 한전을 사랑하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거스너 회장이 IBM의 구원투수로 오면서 “나는 IBM을 개혁하러 온 것이 아니고 IBM을 사랑하러 왔습니다”라는 말로 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결국 IBM을 일으킨 감동적인 신화를 나도 쓰고 싶었다. 거스너 회장을 구조조정하러 온 저승사자처럼 보았던 IBM 직원들처럼, 처음 나를 대하던 한전 직원들의 경직된 표정에서도 ‘신임 사장이 또 한전을 흔들러 온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읽을 수 있었다.
한전에 취임한 후 어떻게 끊어진 소통의 다리를 다시 이을 수 있을까 고심했다. 모두들 타성에 젖어 있는 듯 보였다. 외부로부터 만년적자의 ‘애물단지 한전’이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을 터이니 이해도 되었다. 이들이 감동을 받고 신바람이 나서 일할 수 있는 동기가 필요해 보였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과 만나 고충을 들어보면 좋겠지만 2만여 명에 달하는 직원들과의 일대일 스킨십은 불가능하다. 궁리 끝에 진심을 담은 편지를 써보기로 했다. 고교 시절 전국 백일장에서 장원을 차지한 경력도 있고 수많은 칼럼을 쓰고 신문 기고를 한 경험이 있어 글솜씨에 대해서는 일말의 자신감도 있었다.
나는 서울 중구가 본적인 그야말로 남산골 샌님이지만 어린 시절 시골 외갓집에서 지낸 시간들이 많아 목가적인 감성도 있다. 종갓집 장손으로 태어나 명절 때마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성묘하러 간 이야기, 학창 시절 물놀이 갔다가 물에 빠져서 거의 죽을 뻔했다가 살아난 이야기, 공직생활을 할 때 ‘누구의 사람’으로 소위 줄을 잘못 서는 바람에 힘든 시간을 보냈던 이야기 등 직원들이 자기 이야기처럼 공감을 느끼며 흥미롭게 읽을 만한 내용들을 꾸준히 편지에 담아 보냈다. 직원들은 처음 몇 번은 ‘사장이 보내는 편지가 뻔하지 뭐’ 하다가 점점 빠져들어 읽기 시작했다.
혁신도시에 처음 발을 내딛던 날을 잊을 수 없다. 넓디넓은 벌판만 보이고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나주 나루터를 오가는 황톳배를 형상화한 공공기관 신사옥만이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래도 한전이 내려온다 하니 여기저기 상가 건물과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기는 했지만 대중교통 배차 간격이 너무 길고 신호등과 건널목도 거의 없어 위험천만인 곳이 많았다. 저녁이 되면 불 켜진 곳은 유일한 중국집인 ‘혁신반점’ 하나밖에 없었다. 저녁식사 후 어디 가서 맥주 한잔 할 술집도 없었다. 또 밤이 되면 암흑천지가 되어버리는 탓에 퇴근 후 산책도 하고 여유시간을 즐기겠다는 소박한 꿈도 접어야 했다.
교통도 편하고 온갖 음식점들로 가득한 도시에서 살다가 오니 외롭고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인근 축산단지에서 풍겨오는 악취로 창문도 제대로 열지 못했다. 새벽에는 냄새가 더 심해져 코를 막아야 할 정도였다. 막 이사를 했을 때는 초겨울이라 날씨도 춥고 가로수 이파리도 다 떨어져 주변이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혁신도시로 이주한 직원들 입에서 ‘나주’와 ‘시베리아’를 합쳐 ‘나베리아’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올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