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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기특한 불행

작고 기특한 불행

(카피라이터 오지윤 산문집)

오지윤 (지은이)
알에이치코리아(RHK)
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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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기특한 불행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작고 기특한 불행 (카피라이터 오지윤 산문집)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25577920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2-07-11

책 소개

제9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너도나도 이야기하는 소확행 대신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소소하고 확실한 불행’을 따스하게 품어낸 기록이다. 크고 작은 불행을 마주하는 일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눈을 맞추는 것만큼이나 우리의 하루에 필요하다고, 작가 오지윤은 솔직한 목소리로 자신의 하루하루를 여과 없이 펼쳐 보인다.

목차

part 1.
사랑이 떠나면서
고양이를 남겼다


너에게는 없는 복
오늘의 서식지
작고 기특한 불행
아버지, 정답을 알려 줘
안녕, 파킨슨 씨
바다 수영이 좋은 이유
코로나 시대의 사랑
F&B와 FWB라는 발명품
반대편 우주
칭찬에 춤춰도 괜찮아
N잡러의 역사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선비로 살면 망할까
나는 다른 민족이고 싶다
어느 투머치토커의 슬픔
암은 사람을 더 아름답게 만들까
절반의 세상
전설의 거북이
빵과 버터
자급자족하는 마음

part 2.
별것 아닌 것들이 모여
별것이 된다


부추의 비밀
가장 좋아하는 색에 대해 쓰시오
정희에 대하여
우리 동네 예찬
집안일의 지겨움
갖추고 살거라
연쇄 식물 살해범의 다짐
넘버링의 세계
맹목적 사랑
손오공의 마음으로
너의 알고리즘을 파괴하러 온 구원자
세상은 넓고 우린 참 달라
생각의 납골당에서
참조인
펑크족의 신념
피크닉 토론의 결말
오리너구리과科 오리너구리
글쓰기 모임에 대한 글쓰기
집요한 낙관주의자
기어이, 라는 변곡점

★에필로그★
우리들의 세로토닌

저자소개

오지윤 (지은이)    정보 더보기
대기업에서 광고를 만들다 뛰쳐나와 '용케'라는 이름의 스튜디오를 열었다. 당근, TikTok 등의 브랜드를 위한 감각적이고 유쾌한 캠페인을 제작했다. 에세이, 소설, 시나리오 등 닥치는 대로 글을 쓴다. 올해는 한예종에서 영화 연출 공부를 시작했다. 활자와 영상을 두루 휘두르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꾼이 되기 위함이다.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작고 기특한 불행》과 다큐 에세이 《요즘. 광주. 생각.》을 썼다. 아, 여행 가고 싶다. 인스타그램 @sent_by_o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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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도 그는 헤어지자는 말을 전화로 꺼냈다. 참 효율적이면서 무성의한 방법이었다. 고양이가 좋다더니. 그렇게 고양이가 좋다더니.
“오복아, 우린 버려졌어.”
나는 그가 생각날 때마다 오복이를 껴안았다. 나보다 체온이 높은 오복이를 껴안고 있으면 이상한 우월감을 느꼈다. 나에게는 오복이가 있지만 그 사람에겐 아무도 없다. 다시 말해 ‘오복이도 없는 주제에’ ‘오복이도 없으면서’로 시작하는 무수한 저주의 문장을 내뱉으며, 그 사람이 나보다 불행하다는 확신을 다졌다는 거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으라는데 나는 오복이의 통통한 허벅지를 매만지며 사람을 잊어갔다.
회사 동료가 내 자존감에 빨대를 꽂고 제 배만 불리던 날에도 나는 집에 오자마자 오복이를 껴안았다. 오복이는 도망가지 않고 묵묵히 안겨 있었다. 나를 기다려 줄 줄 아는 고양이. 변기통에 앉아 골프 유튜브를 보고 있을 동료를 떠올리며 나는 또 우월감을 느꼈다. 내가 변기통에 앉아 고군분투하는 동안 오복이는 말없이 나를 바라봐 주고 있었으니까. 그에게는 오복이가 없지만 나에게는 오복이가 있다. 나에게는 너희에게 없는 오복이가 있다.
-- 〈너에게는 없는 복〉 중에서


같은 피해를 본 사람들이 연대하며 행진하거나, 같은 ‘빡침’을 공유하는 팀원끼리 모여서 팀장을 욕하는 것도 모두 마찬가지다. 연대감은 서로의 불행을 확인하는 데서 오고 그 불행 대잔치가 행복의 시작이다.
-- 〈작고 기특한 불행〉 중에서


가족 여행을 떠나기 이틀 전, 아빠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왜 하필 여행 직전이었을까. 그 사실이 우리의 여행을 우울하게 만들지 더 아름답게 만들지 예상할 수 없었다. 3박 4일의 짧은 강원도 여행에서 아빠는 하루 평균 1만 2000보를 걸었는데 아무리 걸어도 아빠의 왼쪽 팔은 잘 움직이지 않았다. 걸을 때마다 앞뒤로 흔들리는 오른팔과 달리 왼쪽은 왠지 허리춤에 붙어 있었다. 파킨슨병이라는 무서운 이름은 이렇게 시답지 않은 증상으로 찾아왔다. 아빠는 이 사실을 친척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
“친척들이 이 상황을 알게 되면, 내가 걸을 때마다 팔이 움직이나 안 움직이나만 유심히 볼지도 몰라.”
그는 관찰당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 〈안녕, 파킨슨 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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