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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5731438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13-03-18
책 소개
목차
그 남자를 만나다
그 남자와 엮이다
그 남자와 그 여자의 거리
그 남자의 세계를 맛보다
그 남자가 등을 떠밀다
그 남자가 사랑을 고하다
喜
작가만 아는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너는 지금 내가 사랑하는, 아주 은밀한 영역에 발을 들여 놓은 거야.”
“준흠 씨의 방보다 더 은밀해요?”
“그래.”
희조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차가운 물안개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맥박 치는 속도로 머릿속이 울렸다.
달빛에 홀린 거야, 틀림없이. 보름달은 사람을 흥분시키고 들끓게 하고, 그리고 또…….
“몇 명이나 여기 데려왔는지 물으면 화낼 거예요?”
스스로도 산통 깨는 소리라는 자각은 있지만, 이 농밀해지는 긴장감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몰랐다.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튀어나온 말이 이거다. 자기혐오에 희조의 깍지 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준흠의 커다란 손이 가볍게 흔들렸다. 웃고 있다.
“마누라 천 명쯤?”
“언제 적 일을 끌어들여요. 세상에 꽁하기도 하지…….”
심장이 시끄러워지는 분위기에 주절주절 떠들어 대는 입술이 가로막혔다. 톡톡 노크하듯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번갈아 핥아 열고는 따뜻한 혀가 그녀의 것을 더듬어 감았다. 느릿느릿 그녀의 입안을 유영하는 움직임은 느리고 다정해서, 욕망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일정한 간격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입안에 넣은 것 같다. 그 열정이 배제된, 따뜻한 입맞춤에 한껏 찌부러진 마음에 온기가 스몄다. 이윽고 입술이 떨어지자 준흠이 단정적으로 속삭거렸다.
“신희조뿐이야.”
믿을까? 믿어야 할까? 예뻐하던 고양이가 집을 나가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남자의 말을. 아쉬울 게 없으니 거짓말은 하지 않겠지.
갈등하면서 뻗어 나간 그녀의 손끝에 입을 맞춘 준흠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까 열심히 날 꼬여 봐. 다시 찍을 마음이 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