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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27804062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13-01-21
책 소개
목차
1부
2부
3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엄마의 몸은 파랬다. 그 1월의 아침, 엄마 집에 들렀다가 발견한 푸르스름한 몸에는 군데군데 검은 반점이 얼룩져 있었다. 이상하게도 얼굴보다 손이 더 까맸다. 구부러진 손가락 마디마디는 마치 먹물이 든 것 같았다.
돌아가신 지 벌써 며칠 된 모양이었다.
그 사실을 이해하는 데 몇 초, 아니 몇 분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상황이 뻔한데(아무리 불러도 침대에 누운 엄마는 대답이 없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 건 한참 동안 어쩔 줄 모르고 휘청댄 뒤였다.
나는 매일같이 글을 썼다. 엄마와는 전혀 관계 없는 책 속에 엄마의 죽음, 그리고 엄마의 죽음이 내게 남긴 기분들이 얼마나 배어 있는지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침내 책이 세상에 나왔다. 내가 출연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메시지를 자동응답기에 남겨줄 엄마도 없이.
그해 겨울이 가기 전 어느 날 저녁, 아들과 나는 치과에 다녀오면서 폴리 메리쿠르 가의 좁은 인도를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때 아들이 갑자기 물었다. 우리가 나누던 대화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할머니 말이야…… 말하자면 자살한 거야?”
그래서 나는 엄마의 형제자매들에게 엄마에 대해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그들과 엄마를 알았던 다른 사람들, 그리고 단란했다가 황폐해진 가족, 바로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녹음했다. 디지털화된 오랜 분량의 이야기를, 추억과 침묵, 눈물과 한숨, 웃음과 고백으로 가득 메워진 시간들을 내 컴퓨터에 저장했다.
동생에게 부탁해서 편지며 글, 그림을 지하실에서 꺼낸 뒤 찾고 뒤지고 긁어내고 파내고 발굴했다. 읽고 또 읽는 데 수많은 시간을 보냈고, 필름과 사진들도 많이 보았다. 그리고 나는 똑같은 질문을 다시 던졌다. 그리고 다른 질문들도.
그러고 난 뒤 나보다 앞섰던 수십 명의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엄마를 글로 써보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