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27805366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14-03-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지기만 하는 말 차밍걸, 톱기사로 취재하다
1장 차밍걸을 만나다
보이지 않는 말
위대한 똥말
경마의 세계
2장 모든 만남은 운명이다
작은 망아지의 탄생
자이언트 자키
너무 작은 말
2005년 봄, 시작
힘겨운 교육 과정
3장 냉혹한 경쟁
두 후보생
경주마로 데뷔하다
그래도 계속 달리기 위해
새로운 목표
차밍걸의 생존 전략
미스터파크
차밍걸이 다치지 않은 이유
무한 경쟁 속에서
4장 우리가 계속 달리는 이유
세 사람
1등보다 중요한 것
마지막 경주
하루우라라
두 번째 삶
새 출발
에필로그 | 이 세상의 모든 차밍걸을 위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경주는 순식간에 끝났다.
1위는 2번마 야호프레즈, 2위는 10번마 칼라하리, 3위는 6번마 보성제일.
4번을 단 차밍걸의 이름은, 경주 내내 한 번도 불리지 않았다.
경주에 자주 나서지만, 좀처럼 보이지 않는 말. 바로 차밍걸이다.
이 경주는 차밍걸의 98번째 경주였다. 8세인 차밍걸은 이날 경주에 나선 열한 마리 중 나이가 가장 많았다. 차밍걸은 열한 마리 중 7위 정도로 달리다가 결승 직선주로로 접어들면서 두 마리에게 추월당하며 아슬아슬하게 꼴찌를 면했다.
1위를 차지한 야호프레즈의 기록은 1분 23초 5.
10위 차밍걸은 1분 25초 4.
고작 1.9초 차이이지만, 경마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못 뛰는 말은 우승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곧바로 퇴출되기 마련이고, 경마 팬들도 그런 말에게는 관심을 거의 두지 않는다. 하지만 차밍걸은 계속 지는데도 꾸준히 경주에 나왔다. 그것도 다른 말이 한 번 뛸 때 두 번을 뛰는 식이었다.
보통 경주마들은 세 살 때 데뷔해서 일곱 살 정도에 은퇴한다. 5년 동안 해마다 10~12번 정도 뛰어야 간신히 40~50경기 정도 출전한다. 그러니 차밍걸처럼 100번 넘게 경주를 뛰는 말은 좀처럼 나오기 어렵다.
2013년 12월 한 달 동안 모두 36마리가 은퇴했다. 평균 출전 회수는 16회를 조금 웃돌았고, 그나마 가장 많이 뛴 경주마가 44회였다. 심지어 경주마 능력검사에 합격하고도 진짜 경주에는 단 한 차례도 출전하지 못한 말도 있었다. 현역 경주마 중에도 50전 이상 출전한 말은 드물다.
그런데 1등 한번 못한 차밍걸이 어떻게 101전까지 달릴 수 있었을까?
차밍걸은 온갖 악조건을 딛고 무려 101경주나 출전하며 자신의 몫을 다했다. 다른 말들이 한 달에 한 번 뛸 때 차밍걸은 두 번씩 뛰었고, 1등 상금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상금도 벌어들였다. 또 열두 마리가 달릴 경우 10위 이내로 들어오면 주는 출전 장려금도 꾸준히 받았다. 남들보다 부지런히 일해서 생계를 꾸려가는 서민 같은 말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차밍걸을 지켜본 팬들은 ‘최다 연패 기록’이라는 점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101전 출전’이라는, 현역 경주마 중 어떤 말도 따라잡기 힘든 압도적인 출전 횟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명예스러운 기록이 아니라 차밍걸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기록이라는 것이다.
타고난 능력은 부족하지만 다른 말보다 열심히 뛰는 말.
차밍걸이 그냥 똥말이 아니라 ‘위대한’ 똥말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