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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27808978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17-09-28
책 소개
목차
1부
나이테
석류
교차
의자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목소리
회오리
한 그루 나무에서 만 그루의 어둠이
이를테면 빗방울
꽃의 눈물
노래하는 블루
모과와 새
산수유
포괄
새에 대한 어둠의 견해
어떤 일부분
홀로 여럿이
2부
유리에 비친
깃털
부류
격자문
워킹
그 남자와 란
살
소나무와 폭설
먼지
무대 예감
귀를 다루는 자화상
햇빛에 녹는 고양이
제19장 흐린 날
달과 시간
듯이
주인공-변주
3부
함부로 사랑의 손수건
크리스 보티의 트럼펫
아프로디테
문지 시집 닮은
촛불
15분
삼면이 앵무
마리안느에게 :
돋아나는 처녀
만삭
달빛 터미널
우주의 저녁
면도
붉은 안개
당신
파묘
4부
관
파문
처음 듣는 새
빌린 장갑
고양이 피는 장미밭
담
렌즈
얼굴보다 나뭇잎
드르니항에서 보낸 무쉬의 날
흔
설원
달의 흡연
새로운 천사
안개라는 소리
꽃차
남겨진 새
해설/ 꽃과 천사 그리고 인간으로서 살아내기 ― 기혁, 시인·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빛의 길고 오랜 방랑이 석류를 위해 존재해왔다
태양에 지쳐 모자로 눈을 가리고 언덕에 누운 사이
피로에서 붉음을 빼내 단지 석류에게만 던져 준 것
전생도 후생도 붉음인 석류 앞에 빛깔로 나설 물건이 없다
아,라는 날카로운 칼날에 벌어진 입술이 차가움에 환각된다
숨을 뱉어 단단함을 연다. 숨이 닿는 순간 부스러지고 갈라져 해체되는 붉음. 소멸과 드러냄을 왕복하는 방식으로 문을 열고 닫는다. 밀착되지 않는 구석 자리는 몸에 각을 만들어 밀고 나간다. 더러 튕겨 나가는 밀폐 공간, 폐쇄를 밀어버리는 광부처럼 입으로 입으로 광맥을 파헤치다
끝내 붉은 기억만
영 캐럿
―「석류
마침내 나는 사람이 되었다
쓰지 못한 무수한 사람이 되었다
시를 쓰다 창밖의 어둠을 살핀다
한 사람이 유리창을 톡톡 두 번 두드렸다
조금, 조금만 더 기다려줘
굶어도 배고프지 않은 며칠을 보내고
책상에서 늦게 저녁밥을 먹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의자입니다”
늙은 목공이 등받이와 네 다리만 있는
의자를 내놓았다
미완성을 오래 완성하고 있는 의자에게
앉을자리는 그다지
흥미로운 관심사가 아니다
기능을 지우면서 시를 써나가자
내 속에서 다 쓴 무수한 사람이 쏟아져 나왔다
의자가 많이 모자랐지만
그들이 서로 의자가 되어 사람이 모자라고
의자가 남아돌았다
―「의자
꽃은 괴롭다
이슬을 터트리고
등 뒤로 어둠을 던져버리는 것이
꽃잎이 고통으로 머리를 털 때
향기는 두렵다
흐르는 물을 따라 멀어지는 어둠의 냄새
수많은 입맞춤으로도 물의 마음을 얻지 못해
뿌리는 떤다
꽃으로 꽃을 감추어 핀다
향기로 위장한 향기를 흩는다
천 가지 빛을 잃고 남은 한 가지 색 위에
눈물이 떨어질 때
벌레가 지나간 구멍으로 들이친 벼락에
꽃의 이전과 이후
뿌리의 이전과 이후가 나타날 때
씨앗에 새겨져 있던 죽은 꽃이
언뜻
피어날 때
향기는 환각이다
뿌리는 땅을 등진다
꽃잎은 빛의 수염이다
씨는 지금의 꽃을 감춘다
하늘은 눈을 감는다
바람은 지나친다
물이 돌아온다
어둠이 풍성해진다
어둠의 핵심에 가시가 돋친다
꽃이 파괴된다
―「꽃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