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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651224
· 쪽수 : 181쪽
· 출판일 : 2023-12-27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
[1부]
일회용 라이터·14
무무·16
어쩌면 손잡이·18
나는 있다·20
얼룩말은 어떻게 웃지·22
오이·24
감자·26
거울·28
고양이 눈 속의 시간·30
면포 위의 오렌지·32
백로·34
빈 접시·36
가파른 가을·38
하지의 태양혈·40
[2부]
젖은 가방·44
부재중·46
블록 게임·48
아홉 장 달의 꽃잎·50
던져진 책 부서진 의자·52
공전하는 알약·54
고독한 산책자의 개구리·56
고독한 산책자의 프레임·58
블릿의 블랙홀·60
유리잔·62
쪼르륵 샛강·64
내가 아는 나와 내가 모르는 나·66
온종일 돌이기만 한 돌·68
고양이는 모르는 삼각형의 공식·70
부테스·72
음악은 넘치고 국자는 뒤집어져·74
[3부]
어린 이방인·78
투명 종·80
관찰자·82
초저녁잠·84
어둠·86
빛·88
은총 곤충 그리고 닙·90
나무와의 삼각 편대·92
새벽의 새벽·94
난쟁이 멀리 던지기·97
랩·100
천공·102
개의 꼬리를 물고·104
사슴벌레·106
신발 귀신·108
간지러운 독·110
[4부]
이토록 다정한·114
긴 그림자에 침을 섞어·116
센티멘털 윈도·118
그러니까·120
안데스의 바람·122
달빛 스카프·125
반신반의·128
구름의 숟가락·130
다 같이 어는 걸로·132
동시 독서·134
물의 나이테·136
말을 아끼는 수다쟁이·138
배시시 옳다는 거·140
황금주발 쨍그랑·142
햇볕 냄새·144
마음·146
달빛 주의보·148
잠자며 새끼를 분만하는 공주 입·150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둠
한 겹 열고 나아가면
더 어두운 두 겹
어둠의 악보로 서서 들리지 않는 노래를 받아 적는다
목을 감고 떨어지지 않는 젖은 머리칼의 느낌
관 속에서 부패한 암흑
검은 나를 들여다보는 항아리
텅 빈 들판을 헤매는 텅 빈 하늘
벼리 없는 그물이 잠겨 있는 심해
진땀처럼 흘러내려
녹슨 철문처럼 뻑뻑해
늪처럼 발이 빠져
자정 가까운 정원에서 코를
툭 치고 빠지는 검은 나방은 어디서 왔어
침묵 속에 놓인 나 한 점이
너의 어둠이라고?
내 코밑 숨은 깊고 버려진
어린 생명의 주먹 쥔 손바닥이 제일 까맣다고?
아, 우린 피차 검고
마주한 채 등지고 있구나
나는 있다
땅 어딜 밟아도 벨이 울렸어
어딜 파도 까만 씨앗이었어
새싹은 지축을 흔든 후 혼돈에 빠졌지
말발굽이 지나가고 떨어져나간 목에
뒤엉킨 천둥벼락의 뿌리가 돋아났어
새끼 고양이의 이빨 같은 백설이
무한으로 꽉 찬 세상의 난청을 녹여주었지
영원을 사는 신의 이야기가 까무룩 낮잠이란 걸 알게 된 건
미지의 불 한 덩이 덕분이었어
한 점 내 안에서 출발한 우주가 폭발하고
먼지 하나와 맞물려 공중의 틈 사이로 빠져나가
은하가 되기도 어둠 한 알갱이의 고립이 되기도 했지
하늘은 마음을 펼칠 때마다 열렸다 닫혔다
미래의 옆구리에서 떨어진
내 몸은 신의 언어
시간의 톱니바퀴에 부서져 내릴수록 신은 미지에 가닿고
비어 있음으로 시작되는 중심
나는 지금 수십억 년 동안 나를 빠져나가는 중
무심히 지나가기만 해도 튀는 시간에 휘청이며
감자
어디선가 한 물질이 왔다
그 물질이 감자의 생각에 닿아 싹을 틔운다. 싹은 감자를 둘러싼다. 처음의 감자는 썩어 없어진 채 여기 있다
싹은 꽃과 낙화를 동시에 품는다. 꽃은 느낀다, 몸을 간지럽히는 게 주어진 최대치의 사랑이란 걸. 나비는 꽃을 첫눈에 알아보기 위해 태어난다
감자를 심은 건 물, 물은 형태를 바꾸며 감자를 지나고 물을 건너 감자 바깥으로 나간다. 감자의 생각도 물길 따라 갈라지고 이동한다
최초의 싹과 감자가 가장 멀리 있을 때 꽃이 감자를 연다. 꽃은 다른 감자를 보려는 눈. 눈물을 통해 낯선 세계가 보일 때 꽃은 감자를 닫는다
감자는 감자가 되기 위해 낙화를 물고 뿌리 깊은 곳을 파고 들어가 중심을 분해하고 생각을 녹인다
감자에 땅이 나고 하늘 나고
감자에 싹이 나고 잎이 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