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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어린이를 위한 고전
· ISBN : 9788928403257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15-09-01
책 소개
목차
여는 글_ 아버지가 들려주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학문의 길로 들어선 아들에게
첫 번째 이야기_ 아버지 도둑, 아들 도둑
두 번째 이야기_ 세상에, 뱀을 잡아먹다니
세 번째 이야기_ 세 아들 태산 오르기
네 번째 이야기_ 이 꿩, 저 꿩, 요 꿩!
다섯 번째 이야기_ 시장통 오줌통
푸는 글_ 강희맹과 「훈자오설」
책속에서
아들아, 너도 언젠가는 부모가 되겠지. 이 아비는 할아버지 마음이 어땠을지 너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부모와 자식은 농부와 곡식과도 같더구나. 농부가 곡식을 잘 가꾸기 위해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아 주듯이, 부모는 자식 잘되라고 공부하라 권하고, 훈계를 하는 거란다.
하지만 너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으려 한다. 아비에게 자식은 너무나 큰 존재이기에 너에게 건네는 말도 자연히 순해질 수밖에 없구나.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로 들려주는 것이니, 어디 한번 들어 보겠느냐?
이 이야기가 쓸데없는 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학문의 길로 들어선 아들에게」 중에서
“아버지께서 먼저 도둑질하러 가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고는 제가 창고에 들어서자마자 문을 잠가 버리고, 거기다 자물쇠를 두들겨 도둑이 들었음을 온 집안에 알렸으니, 이는 제가 잡혀서 죽길 바란 게 아닙니까?”
“그래, 그랬는데 너는 어떻게 해서 그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느냐?”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수는 없지요. 쥐 소리를 내어 창고에서 나온 다음, 바위를 연못에 던져 물에 뛰어든 것처럼 꾸몄습니다.”
그제야 아버지께서 빙그레 웃으시더군요.
“그것이 바로 지혜란다. 너는 이제야 비로소 천하에서 제일가는 도둑이 될 수 있다. 무릇 기술이라는 것은 남에게 배우면 한계가 있는 법이란다. 제 스스로 터득한 것이야말로 온전한 제 기술이지.”
·「아버지 도둑, 아들 도둑」 중에서
“하지만 뱀을 날로 먹는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짓이네. 독에 중독될 수도 있고, 살 속에 숨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벌레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기록도 있네.”
...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는데, 저는 먹다 죽으렵니다.”
허허, 참으로 답답한 사람이었죠.
“그렇군.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물살이 사나운 계곡 위로 통나무가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네. 아버지가 먼저 뒤뚱뒤뚱 건넜다고 해서 아들에게 ‘자, 보아라. 전혀 위험하지 않다. 너도 이리 건너오너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안전한 돌다리가 있는데?”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말 뿐이었답니다.
“자네는 뱀을 먹다 운이 나빠 죽으면 그뿐이겠지. 하지만 자네 아들도 그러면 어쩔 텐가? 아들은 아비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게 되어 있다네.”
·「세상에, 뱀을 잡아먹다니」 중에서
절름발이 첫째 아들이 어떻게 태산에 올랐겠느냐? 자신이 절름발이인 줄 알았기에 남들보다 더 꾸준히 힘써 노력했을 뿐이다. 공부를 하는 일이나 이름을 높이는 일도 이와 같다. 낮은 곳에서부터 높은 곳으로 오르고,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모든 일이 이와 다르지 않다. 아들아, 자신의 재주나 힘만을 믿고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나는 못한다고 미리 선을 긋지도 마라.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것은 절름발이가 조금씩 걸어가는 것과도 같다. 너는 이를 잘 알리라 믿는다.
·「세 아들 태산 오르기」 중에서
집으로 돌아오자 아버지께서 갑자기 부르시더군요.
“요즘 네가 시장통에서 오줌을 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게 정말이냐?”
그 산적 같은 놈이 일러바친 게 틀림없습니다. 덩치는 산만 한 녀석이 사내답지 못하게 그깟 일로 쪼르르 달려가 고자질이나 하다니요.
“예, 너무 급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마라. 양반이면 양반답게 체통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시장통 사람들과 행실이 다르지 않다면 어찌 양반가 자손이라 할 수 있겠느냐?”
나는 머리를 숙인 채 듣고만 있었습니다.
“특히나 시장은 보는 눈도 많고 말도 많은 곳이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더욱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시장통 오줌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