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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어린이를 위한 고전
· ISBN : 9788928403264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15-09-18
책 소개
목차
이 책을 강희안 나리마님께 바칩니다
꽃 키우는 별난 선비
12월 31일
임금님이 내려 주신 천상의 열매, 귤
과일나무 이야기 화분에서 귤나무 기르는 방법
1월 22일
선비들이 가장 사랑하는 벗, 매화
꽃나무 이야기 매화나무를 잘 기르는 방법
3월 7일
꽃과 나무에 내려진 벼슬, 9품계
화품 이야기 9가지 꽃나무의 품계
5월 12일
일본에서 건너온 신비의 꽃, 영산홍
꽃 이야기 영산홍과 진달래의 같은 점과 다른 점
7월 21일
한여름의 멋진 잔치, 연꽃
꽃 이야기 연꽃을 심어 그 해에 꽃을 피우는 방법 3가지
8월 18일
간지럼 타는 신기한 나무, 배롱나무
꽃나무 이야기 배롱나무를 꺾꽂이해서 키우는 방법
10월 5일
한 가지에 핀 두 색깔 꽃, 감국·국화
꽃 이야기 국화를 잘 키우는 비결
11월 21일
꽃으로 즐기는 그림자놀이
참고자료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책속에서
그럼 성격이 괴팍하거나 까다로운 건 아니냐고? 물론 그것도 아니다. 내 나이 아직 열네 살밖에 안 되었지만, 내가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가 나리마님을 욕하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나리마님 역시 그 누구도, 심지어 우리 같은 아랫것들도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었다. 그러니 나리마님을 대하는 사람마다 감탄이요, 만나는 사람마다 칭찬으로 입에 침이 마를 정도이다. 나리마님과 같은 해에 과거 시험에 급제하여 한림원과 동궁에서 함께 일하며 가까이 지내는 서거정 어르신은 늘 이런 말씀을 하시곤 했다.
“내 친구 인재 강희안은 젊어서부터 사치스러움을 멀리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여 널리 보고 많이 기억하였으며 큰 포부를 지녔다. 천성이 담백함을 좋아하고 번잡함과 화려함을 멀리하며 날마다 글 속에 묻혀 지내기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내가 무슨 까닭에 우리 나리마님이 별나고 이상하다고 했는지 무척 궁금할 것이다. 그건 바로 그분의 특별한 취미 때문이다. 나리마님은 관청에 일을 하러 가거나 부모님께 안부를 여쭈러 갈 때를 빼놓고는 언제나 꽃을 키우고 나무를 가꾸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신다. 그렇게 아침저녁으로 정성껏 꽃과 나무를 돌보다 보니 집 안엔 사시사철 꽃이 질 날이 없었고 향긋한 내음이 진하게 감돌았다. 국화와 매화, 난초, 대나무는 말할 것도 없고,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만 자란다는 동백나무와 귤나무도 때에 맞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 '꽃 키우는 별난 선비' 중에서
나리마님은 커다랗고 인자한 눈으로 나의 눈을 들여다보며 덧붙이셨다.
“지식도 없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꽃이며 풀이며 나무가 그러한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느냐? 부모는 자식의 마음을, 남편은 아내의 마음을, 임금은 신하의 마음을 알아차릴 때에야 비로소 온 세상 사람들이 제각기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낼 수가 있단다. 그것이 바로 내가 꽃을 키우는 뜻이지. 그러니 너도 꽃을 키우되 네 마음대로 하지 말고, 먼저 꽃의 마음을 알아차리도록 해라. 더 나아가 너를 비롯해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들과 함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애써라.”
사랑채에서 나온 나는 뜰에 핀 꽃들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꽃의 마음이라…….’
- '꽃 키우는 별난 선비' 중에서
“인품이란 사람으로서 가지는 성품이나 됨됨이를 말하는 게 아니더냐? 사람을 신분의 높고 낮음, 재물의 많고 적음, 생김새의 좋고 나쁨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에게 따뜻한 정이 있는지, 그가 올바르게 행동하는지, 깊이 생각하고 말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꽃도 마찬가지란다. 겉보기에 아름답고 값이 비싼 꽃이라고 다 좋은 꽃이 아니지. 한겨울 혹독한 추위를 견뎌 내는 매화, 찬 서리를 맞으며 고고하게 피어나는 국화, 진흙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꽃이야말로 1품의 벼슬을 받을 만하지.”
“화품은 몇 품까지 있습니까?”
“모두 9품이 있단다.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기품을 지닌 모란은 2품으로 꼽지.”
나리마님은 1품부터 9품까지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다. 나는 화품이라는 것이 참으로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마님, 제가 꽃이라면 몇 품이나 되는지요?”
괜히 입 밖으로 낸 건 아닌지 후회가 되었다.
“그게 궁금하냐? 그야 당연히 1품이지. 네 이름이 바로 국화를 뜻하는 감국이가 아니더냐?”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나리마님은 껄껄 웃으셨다. 그 말씀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 '꽃과 나무에 내려진 벼슬 9품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