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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어린이를 위한 고전
· ISBN : 9788928404094
· 쪽수 : 206쪽
· 출판일 : 2016-09-08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서수일기』란?
임금의 눈과 귀가 되어
깨진 신줏단지
홍제원에 모이다
가자, 평안도로
벼슬아치는 한통속
굶주린 백성들
마패와 지남철
의심스러운 눈초리
공부하다 미친 사람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
흉흉한 민심
눈치 빠른 기생
글 팔아먹은 죄
원님은 백성의 부모
진짜 어사 잡는 가짜 어사
친구를 보고 놀라다
곡식 창고 소동
계속되는 봉변
성천 고을의 어진 수령
주인 잃은 밥상
잘한 수령과 못한 수령
암행어사 출또요
서계와 별단
암행어사의 선물
책속에서
“그대가 나의 눈과 귀가 되어야겠다.”
임금의 목소리는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같았다. 박내겸은 고개를 숙인 채 멀뚱멀뚱 방바닥만 바라보았다.
“그대를 어사에 임명하노라.”
그제야 말귀를 알아들은 박내겸은 몸을 더 깊이 숙였다.
“망극하옵니다.”
“어사의 임무를 아느냐?”
“전하를 대신하여 수령들의 잘잘못과 백성의 괴로움을 살피는 것이옵니다. 더불어 선정을 베푼 수령에게 상을 내리고 효자와 열녀를 추천하는 것도 어사의 일인 줄 아옵니다.”
「임금의 눈과 귀가 되어」 중에서
“소인은 복남이라고 합니다. 저도 나리를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복남이는 조금도 어려워하는 기색 없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얼굴을 하나하나 살폈다.
“올해 몇 살이냐?”
“열세 살입니다.”
열세 살이면 박내겸의 막내아들과 동갑이었다. 키는 제법 컸지만 아직 앳되어 보였다. 박내겸은 딱한 얼굴로 복남이를 쳐다보다가 노 서방에게 물었다.
“함께 다니기엔 너무 어리지 않나?”
“이 아이는 제 조카입니다. 따라가겠다고 하도 고집을 피워 할 수 없이 데리고 왔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말솜씨와 배포가 어른 찜 쪄 먹을 놈입니다.”
「홍제원에 모이다」 중에서
“암행어사란 임금님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신하로서 관리들이 정사를 바르게 펼치는지 백성들에게 힘든 점은 없는지를 살피도록 임금이 몰래 보낸 사람이오. 죄가 있는 자야 두렵겠지만 죄가 없는 자야 두려워할 게 뭐 있겠소?”
할머니가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 세상에 죄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암행어사가 다녀가고 나면 고을의 관리들과 힘 있는 자들이 한동안 잠잠하답니다. 그러니 백성들은 암행어사가 계속해서 두루두루 돌아다니기를 바라지요. 암행어사 덕분에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이 숨을 쉬며 살게 될 테니까요.”
박내겸은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관리들의 수탈이 얼마나 가혹하길래 이토록 암행어사를 기다리는 것일까 생각하니 백성이 너무나 가여웠다.
「원님은 백성의 부모」 중에서
선비는 숫제 협박하는 말투였다. 다른 사람들도 박내겸 주위로 몰려들었다.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다가오자 머리터럭이 쭈뼛 일어서는 듯했다.
“왜들 이러세요? 우리 나리가 뭘 잘못했다고?”
박내겸이 벌벌 떨고 있을 때, 복남이가 두 팔을 벌려 앞을 가로막았다. 선비가 박내겸을 가리키며 물었다.
“네가 저 양반을 모시고 다니는 하인이냐?”
복남이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혹시나 했더니 아닌가 보네. 암행어사가 저런 코흘리개를 데리고 다니겠나?”
코흘리개라는 말에 복남이는 버썩 성을 내려다가 말았다.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다시 줄을 지어 모퉁이를 돌아서 사라졌다. 박내겸은 후 하고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큰일 날 뻔했구나.”
「성천 고을의 어진 수령」 중에서
조익렴이 눈짓을 보내자 역졸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순안 관아를 에워쌌다. 가장 목청이 좋은 역졸 하나가 육모 방망이를 움켜쥐고 앞으로 나섰다.
“암행어사 출또요!”
나머지 사람들도 암행어사 출또를 크게 외쳤다. 복남이도 역졸들을 따라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꽉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암행어사 출또요! 암행어사 출또하신다!”
관속들은 바람에 우박이 흩어지듯이 잽싸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암행어사 출또요」 중에서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
어른들에게 자주 듣던 물음이었다. 그런데 똑같은 물음이 지금 복남이에게는 다르게 다가왔다. 큰 인물이 되겠다고 아무렇게나 말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대충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복남이의 마음속에 꿈이 움텄기 때문이다.
“저는 열심히 무예를 닦고 공부해서 무관이 될 거예요.”
“무관? 왜 그런 생각을 했지?”
“무관이 돼서 암행어사를 수행하고 싶어요. 나쁜 관리들을 혼꾸멍내 주고 백성들에게 존경도 받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잖아요.”
“여기서 헤어져야겠구나.”
복남이는 단지를 땅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박내겸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낏거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고마운 마음을 다 표현하자면 큰절로도 모자랐다.
“나리, 만수무강하십시오.”
복남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박내겸도 코끝이 찡했다.
「암행어사의 선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