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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32019949
· 쪽수 : 427쪽
책 소개
목차
에피 브리스트
옮긴이의 말·테오도르 폰타네의 걸작, 『에피 브리스트』
작가 연보
기획의 말
리뷰
책속에서
인스테텐은 친절하고 훌륭하지만 연인은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에피를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자신감 때문에 에피에게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프리드리히가 등잔불을 갖고 오면 인스테텐은 에피의 방에서 그의 방으로 들어가는 게 거의 하나의 규칙이었다. 그는 늘 “난 아직 끝내야 할 복잡한 일이 있소”라는 말을 남겼다. 문에 커튼이 쳐져 있어서 법률 서류 넘기는 소리, 심지어는 펜을 끼적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전부였다. 이럴 때면 롤로가 와서 그녀 앞에 있는 벽난로 양탄자 위에 엎드렸다. 마치 ‘제가 다시 당신을 보살펴드리죠. 다른 사람이 하지 않으니까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두세 번 그녀의 입술에서 기도가 새어 나왔으나 돌연 그게 죽은 낱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공포에 떨었다. 동시에 마법의 영역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그 속에서 헤쳐나오려 하지 않았다.
“에피!”라는 음성이 그녀의 귓전에서 나지막하게 울렸다. 그녀는 남자의 떨리는 음성을 들었다. 그다음에 남자는 그녀의 손을 잡고서, 그녀가 계속 오므리고 있는 그녀의 손가락들을 폈다. 그러고는 거기에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는 마치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사람들은 숲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녀 앞 약간 떨어진 곳에서 재빠르게 앞으로 달려가는 썰매들의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점점 확실해졌다.
요한나는 신문을 손에 들고 굵은 잉크 선으로 줄쳐진 부분을 조그만 소리로 읽었다.
마감 직전,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어제 아침 동(東)폼멜 해수욕장 케씬에서 본청(카이트 가 소재) 고문관 V. I와 크람파스 소령과의 사이에 결투가 일어나서 크람파스 소령이 사망했다고 함. 소령과 아직 젊고 아름다운 고문관 부인과의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고 함.
“이런 신문들이 도대체 뭘 잔뜩 써 갈기고 있담.”
알고 있던 새 소식이 이미 다 알려져서 김샜다는 표정으로 요한나가 말했다.